대구시 첫 주민참여예산 80% 민원성 사업에 사용

우리복지시민연합, “민원성 제안 사업 솎아내야”

14:55

대구시가 지난해 처음 공모해 올해부터 예산 집행이 시작된 대구시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 중 70% 이상이 민원성 사업인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으로 보면 73억원 중 59억 원(80%)이 주민참여예산을 통해 민원성 사업에 사용되거나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는 지난해 두 차례에 나눠 총 821건의 주민 제안 사업을 공모했다. 이중 분과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확정돼 올해 예산이 반영된 사업은 모두 173건이다. 전체 공모 사업 중 약 21.1%가 실제로 예산이 반영된 것.

우리복지시민연합(복지연합)은 5일 예산이 반영된 사업 173건을 유형별, 지역별로 분석하고 결과를 공개했다. 복지연합 분석 결과에 따르면 173건은 크게 문화체육시설 보수 및 설치 사업, CCTV, LED 방범등 설치 사업, 보도블럭, 아스팔트 포장공사 등 민원성 사업과 기타 사업으로 분류 가능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문화체육시설 보수 및 설치 사업 56건(38억 1,900만 원), CCTV, LED 방범등 설치 사업 45건(10억 2,700만 원), 보도블럭, 아스팔트 보장공사 31건(10억 5,600만 원)으로 민원성 사업만 132건(76.4%)에 달한다.

▲2016년 대구주민참여예산 사업(사업별 분류)(자료=우리복지시민연합)
▲2016년 대구주민참여예산 사업(사업별 분류)(자료=우리복지시민연합)

복지연합이 기타 사업으로 분류한 41건(14억 3,900만 원)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원성 성격이 강한 사업이 많았다. 황성재 복지연합 정책실장은 “사업 규모가 크지 않고, 앞에 분류한 세 가지 사업으로 분류하기 애매한 것들을 기타로 분류한 것”이라며 “기타 사업도 민원성 사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남구가 가장 많은 46건(26.6%), 북구 36건(20.8%), 서구 32건(18.5%) 순으로 많았다. 예산 규모로만 보면 북구가 25억 2,900만 원으로 가장 많고, 서구(14억 8,600만 원), 남구(13억 500만 원) 순이다. 대구 지역 8개 구⋅군 중 3개 구에 절반 이상의 사업과 예산이 몰렸다. 북구는 36건 중 19건이 놀이터, 공원 등 문화체육시설 보수 및 설치 사업이다.

▲2016년 대구주민참여예산 사업(지역별 분류)(자료=우리복지시민연합)
▲2016년 대구주민참여예산 사업(지역별 분류)(자료=우리복지시민연합)

복지연합은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민원을 해결하는 제도가 아니”라며 “2016년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비의 80.4%를 차지할 정도로 민원성 사업이 과도한 것은 자칫 주민참여예산제도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첫 시행된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시행착오라 할지라도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해 대구시는 민원성 사업을 최소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복지연합은 대구시의 주민참여예산제를 기초지자체가 악용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복지연합은 “제안사업 제출과정에서 자치구⋅군 공무원 등이 주도적⋅조직적으로 개입해 주민참여예산제도 사업비를 자치단체 쌈짓돈 마냥 생각해, 자치단체장이나 해당 구⋅군 및 시의원 실적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6월 정원재 달서구 부구청장이 주민참여예산위원들 중 달서구 거주자들과 식사를 하며 공무원이 개입해 주민참여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복지연합은 “두 번째 맞이하는 제안사업의 심의과정에서 민원성 사업, 공무원 개입 의혹이 있는 사업들은 과감히 솎아내야 실질적인 주민참여예산제도로 발돋움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주민과 빈곤층이 참여할 수 있는 세심한 배려와 제도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