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 탑재 미 해군, 불임·정자 운동성 감소·자연 유산 증가”

국민은 정부를 통해 안전을 누리는 사람이지 안전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21:28

사드 엑스밴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논쟁이 뜨겁다. 정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하면서, 성주군민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다. 반면,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는 안전하고 농작물에도 피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방부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기지에서 사용하는 그린파인 레이더의 전자파 전력 밀도를 공개하면서 사드 레이더에 대한 ‘위험성’을 잠재우려 했다. 그렇다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 주장은 정부 말대로 ‘괴담’일까?

정부는 레이더 기지에 종사하는 군인들에게서도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뉴스민>은 이에 대한 몇 가지 연구 결과를 찾아봤다.

레이더 주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서 △자연 유산 △적혈구 백혈구 변동과 림프구 변성 △염색체 이상 △고환암 증가 등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R. Goldsmith. Epidemiologic Evidence Relevant to Radar (Microwave) Effects. Environ Health Perspect 105.1997).

이 연구 결과를 포함한 여러 논문을 분석 정리한 한 리뷰 저널은 레이더를 탑재한 미 해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도 싣고 있다. 이 연구에서 △불임 △정자 운동성 감소 △정자 이형성증 △자연 유산의 증가 등이 나타났다. 또, 레이더 기지 종사자, 비행기 조종사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저강도의 전자파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박동성의 펄스 초단파는 △DNA 기전에 변이를 일으킴으로써 세포 독성을 나타낸다고 하고 장기간 펄스 초단파에 수개월 노출됨으로써 △뇌암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했다. 이러한 효과는 일반적인 기준 내에서도 나타나는데, 심지어 비교적 짧은 기간의 휴대폰 사용도 뇌암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Nonthermal Effects of Radar Exposure on Human: A Review Article, 2014 )

[출처=Nonthermal Effects of Radar Exposure on Human: A Review Article 중에서 갈무리]
[출처=Nonthermal Effects of Radar Exposure on Human: A Review Article 중에서 갈무리]

전자파가 위해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 어느 정도면 암이나 다른 질병을 일으키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아직 없다. 위 연구 결과들 중 대부분은 근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레이더 전자파 같은 경우는 대상 집단의 수도 적고, 노출 수준을 확정할 수 없는 정보의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이를 가지고 전자파 유해성 논쟁을 하는 것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가 ‘아니라는데도 위험하다니, 그럼 레이더 전자파가 어떻게, 얼마나 위험한가를 증명해보라’며 성주군민에게 요구할 수는 없다. 위험성 증명은 사드 배치를 결정한 정부가 해야 한다. 앞서 말한 그린파인 레이더 주변 측정은 무해성 증명이 아닌 해프닝에 가깝다. 설령 그 증명이 맞다고 하더라도, 저강도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대한 정보를 우리는 가지고 있지 않다. 과학적 설득은 레이더 앞에 서 있겠다는 신념이나 의지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자료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사드 레이더의 정확한 재원, 최대 출력, 작동 시간, 전력 밀도 등 알고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정부는 400m 높이에서 수평면으로 5도 각도 이상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수평면은 사람이 살지 않는 해수면이나 지평면을 가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평면 아래에 사는 성주군 사람들에게 전자파가 어떻게 얼마나 분산될 가능성이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세세하게는 산불이 나거나 응급 환자가 있을 때 비행 금지 구역인 성주 상공에 헬기는 뜰 수 있는지, 꿀벌들은 살 수 있는지 설명해야 한다. 전자파가 무조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괴담’이 될 수도 있지만, 무조건 괜찮으니까 믿으라고 주장하는 것은 ‘폭력’이다. 국민은 국가와 정부를 통해 안전을 누리는 사람이지 안전을 증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정부는 납득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제출하고 그것이 안 된다면 사드 배치 계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THAAD에 사용되는 FBX-T 레이더 [출처=미 육군]
▲THAAD에 사용되는 FBX-T 레이더 [출처=미 육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