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초 교장, 통폐합 설문조사 개입

반대 의견 밝힌 학부모, “설문조사 후 학교장 전화와”
일부 학부모, 학교장 전화 받고 설문 번복해 답하기도

19:08

지난 5월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이전 통폐합 관련 설문조사 과정에서 학교장이 개입해 반대 의견을 막으려 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구교육청이 유가초 이전 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무리수를 둔 것으로 추정돼 논란이 예상된다.

복수의 유가초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 5월 18일 대구교육청이 ‘유가초 이전 통합에 따른 현 유가초 재학생 지원 사항 및 설문조사 안내’라는 명칭으로 발송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반대 의견을 낸 학부모들에게 학교장이 직접 전화해 찬성으로 바꿔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부모들에 따르면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찬성으로 바꿔 표기할 수 있는 설문조사지를 새로 보내줬고, 일부 학부모는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 것이 걱정돼 답을 바꿔 답변지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전 통폐합 갈등을 빚고 있는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이전 통폐합 갈등을 빚고 있는 대구 달성군 유가초등학교.

“설문 답안 보낸 후 교장한테 전화와”
“아이가 피해볼까 걱정돼 답 바꿨다”

학부모 A씨는 “아이 이름이 있기 때문에 설문지를 학교에서 뜯어보지 않고 교육청으로 바로 간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보냈는데도 불구하고, 이틀 뒤쯤 교장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와서 80% 이상이 찬성했으니까 찬성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A씨는 “전화를 끊지도 못하고 2, 30분 부여잡고 있었던 것 같다”며 “설문지를 보내드리겠다. 지금이라도 당장 만나러 가겠다고 하셔서, 그럼 설문지를 보내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아이 통해서 계속 보낸다고 하니까 마음도 불편하고, 아이가 피해를 입을까 걱정도 돼서 답을 바꿔 다시 제출했다”며 학교장 요구로 설문 답안을 바꿨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설문에 답을 해서 보내고 다음 날인가, 이튿날에 교장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며 “찬성이 80%인데, 20%밖에 반대 없으니까. 아이 잘 돌볼테니 다시 찬성으로 적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B씨는 “애들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고, 다른 부모들이 걱정을 많이 하더라”며 “그때는 제가 나서서 교장 선생님이 설마 그럴 리 없다고 말했는데, 지금 인터뷰는 조금 걱정되긴 한다”고 자신들의 행동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걱정하기도 했다.

학부모 C씨도 “답을 보내고 며칠 안 지나서 교장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왔다”며 “다른 이야기는 없었고, 80%가 이전에 찬성했고 20%가 반대했다면서, 서류를 새로 작성해 보내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C씨는 “직접 찬성으로 적으라고 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전체적인 이야기 방향이 찬성을 해야 하는 것처럼 들렸다”고 덧붙였다.

복수 학부모 진술 일치해
대책위, 녹취록도 확보

학부모 이야기를 종합하면 유가초 교장 한 모 씨는 설문조사 답안을 수거하고 1~2일 사이에 반대 의견을 밝힌 학부모에게 개별적으로 전화한 것으로 보인다. 교장의 전화를 받은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답을 수정해 보내거나, 전화를 받은 학부모들끼리 의논해서 답을 하지 않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유가초 통폐합 반대 학부모 대책위는 학교장과 면담 과정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교장으로부터 일부 시인하는 녹취도 확보했다. 녹취를 들어보면, 교장 한 씨는 “그래, 나 몇 번은 전화를 해봤어. 그러다 포기해버렸어. 제 입장 아시잖아요”라며 “저는 이 문제에 애초부터 개입하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장은 이전 반대 학부모에게 전화해 찬성으로 바꿔달라고 했다는 주장이 있다는 기자의 물음에 “직접 전화해서 찬성하라고 말 한 적은 없다”며 “다만, 아이들 통학 과정에서 직접 만난 학부모 중 일부가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수정할 수 있냐고 물어서 가능하다고 말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유가초통폐합반대대책위는 20일 새롭게 반대 학부모 서명을 받아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유가초통폐합반대학부모대책위는 20일 새롭게 반대 학부모 서명을 받아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대책위, 20일 새롭게 반대 서명받아 의회 제출

한편, 대책위는 학교 이전 통합을 결정짓는 조례 개정안 심사를 하루 앞둔 20일, 새롭게 이전 반대 학부모에게 받은 서명용지를 대구시의회에 제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유가초에 재학 중인 83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이전 통합 반대 서명을 받은 결과 52가구(63%)가 반대 서명을 했다. 21가구는 찬성했고, 다수 의견에 따르겠다는 쪽도 2가구 있었다. 8개 가구는 연락이 닿지 않아 서명을 받지 못했다.

앞서, 유가초는 새로 짓는 테크노4초로 이전 통합하는 계획이 지난 3월 알려지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대구교육청 ‘학교 통합을 통한 교육력 제고 프로젝트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 이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체 학부모(학생)의 ⅔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구교육청은 유가초 학부모를 대상으로 두 차례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부모들의 이전 통합 찬반을 확인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4지 선다로 진행된 찬반 확인 질문의 답안 4개 중 2개(1, 2번)가 찬성으로 해석될 수 있고, 반대 의견은 하나뿐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관련기사=유가초 도약? 대구교육청, 통폐합 갈등 숨기고 언론플레이)

또, 남은 하나의 답변 역시 ‘잘 모르겠다’, ‘기타’ 등 판단을 유보하는 답안이 아니라 “다수의 의견을 따르겠다”며 의사선택권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문항이어서 논란을 낳았다.

대구교육청은 지난달 7일 찬성 의견(1번, 25명), 조건부 찬성 의견(2번, 40명), 다수 의견(4번, 15명)을 모두 이전 통합 찬성 의견으로 해석하는 보도자료를 내 지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