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군민, ‘사드배치 철회 소식지 1318+’ 펴낸다

[인터뷰] 소식지 제작에 나선 백재호 '1318+' 편집국장

20:57

30일, 이른 아침부터 성주 주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1318 채팅방’은 성주군이 외부세력과 철저히 선을 긋기로 했다는 한 언론 보도 이야기로 쉴새없이 알람이 울렸다. 주민들은 급기야 해당 언론사에 항의 전화를 했다. 외부세력이 아닌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연대세력’, ‘지지세력’과 함께하고 싶은 게 주민들의 뜻이기 때문이다.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주민들은 고립감이 커졌다. ‘1318 채팅방’에 모인 주민들은 ‘새누리당 장례식’, 대구치맥페스티벌 서명운동 등을 자발적으로 기획했고,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요구를 전국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29일 이 채팅방에 가입된 주민 6명은 자발적으로 나서 소식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치 80년 광주의 ‘투사회보’를 떠올릴만한 일이다. 당시 계엄군의 진압과 보도 통제에 대한 항의로 광주 시민들은 MBC, KBS에 항의성 방화를 했고, <광주일보> 윤전기에는 모래를 뿌렸다. 이후 시민들은 자체적으로 소식지를 만들기 시작했다.

<뉴스민>은 30일 오후 심산김창숙기념관에서 소식지를 편집 중이던 백재호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 소식지 1318+’ 편집국장을 만났다.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 소식지 1318+’는 어떤 소식지인가요?

우선 ‘1318 채팅방’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에게 채팅방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나누는 소식지입니다. 채팅방 초대인원이 1,318명이라 누가 나가지 않으면 못 들어오니까. 군민들이 실시간으로 올리는 메시지는 정말 의미있는 이야기가 많거든요. 그 내용을 최대한 그대로 가공하지 않고 알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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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호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 소식지 1318+’ 편집국장

이 소식지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의미있는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군민들의 요구사항과 투쟁위 사이에는 갭이 있다고 보거든요. 외부세력은 차단한다던가, 파란 리본이 외부인 식별 표시라던가 그런 말이 사실 지도부 입에서 나간 말이에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 연대인데, 그런 말들로 인해 그 고리가 지금은 복원하기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채팅방에서 실시간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그런 지도부를 점점 이끌어가고 있어요. 휘발성이 강한 말을 활자로 옮겼을 때 효과는 더 크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이 이야기하는 군수, 군의원 새누리당 탈당 요구도 같은 맥락이겠네요?

처음 사드 배치 발표가 나던 날 주민 2~300명이 모여서 처음 촛불집회를 시작했어요. 다음 날 2천 명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날 성밖숲에서 궐기대회를 했거든요. 투쟁의 시작은 군수님이 했죠. 이장들 불러서 마을마다 방송을 다 했어요. 성주 전체에 사드 반대를 이슈화시킨 거죠. 사실 군수, 군의원들은 평생 새누리당 이념으로 살아왔는데, 당장 탈당하라고 하는 건 그분들 삶을 통째로 거부하라는 거에요. 그건 과도한 요구죠. 사실 궐기대회로 끝날 줄 알았는데, 1318방이 투쟁을 끌어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분들과 함께가는 거에요. 제일 두려운 건 분열이거든요. 그분들이 빠지고 나면 옳다구나하고 하이에나들이 달려들지 않겠어요? 언론들이 다 털어 먹겠죠.

소식지 제호 상단에 ‘생명평화연대’라는 문구가 보이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채팅방에서도 점점 화두가 변했거든요. 처음에는 전자파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컸죠. 님비현상이라고들 말하는데, 처음에는 그런 게 있었다고 봐요. 당장 내가 죽을 것 같은데,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건 말이 안 되는거죠. 내 생명, 재산을 지키는 것에서 이제는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의제로 바뀌었어요. 우리가 하는 일이 농사잖아요. 농사는 생명을 가꾸는 직업이고, 생명을 지키는 직업이거든요. 곧 전쟁 반대와 연결되는 겁니다. ‘연대’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거니까. 사드 배치 반대라는 하나의 현상에 본질적인 문제를 짚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없으면 이걸 막았다고 해도 똑같은 일이 반복될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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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군민 소식지 1318+ 창간호 일부(사진-백재호 편집국장)

불과 2주 만에 주민들의 요구가 ‘사드 성주 배치 반대’에서 ‘한반도 배치 반대’로 바뀌었는데, ‘1318 채팅방’ 역할이 컸던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 놀랐습니다. 이런 변화는 굉장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던 것도 있고요. 평상시라면 그냥 참외나 따러가자고 했을 이야기인데 현실로 다가오니까 스스로 의제를 찾아갔습니다. 투쟁위 지도부가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채팅방이 난리 나거든요. 잘못했다가는 다음 선거는 없겠구나 싶었을 수도 있죠(웃음). 사실 군수, 군의원 다 새누리당 소속이니까 그분들은 지금 샌드위치처럼 끼여 정말 힘들 거에요.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나서지 않았다면, 그분들도 어영부영하다 돌아섰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이 소식지는 어디에서 볼 수 있는지 소개해 주세요.

매주 화, 금요일에 소식지가 나올 예정입니다. 5천 부를 인쇄해서 촛불집회 때 배부하고, 마을별로도 배부할 예정입니다. SNS 통해서 웹으로 알릴 예정이구요. 이 소식지 만들면서 저희들 다 포토샵 처음 해봤어요. 조금 엉성하더라도 봐주시고. 지인들 후원으로 현재 5회 분량 인쇄비는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소식지가 계속 나갈 수 있도록 후원도 부탁드립니다. (후원 계좌 : 농협 302-1109-7566-21 백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