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박 대통령, 성주군민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로 답하다

23일차 촛불집회, 2천여 명 참석
김항곤 군수 “사드 배치 한반도에 안 된다”
“오락가락 박 대통령, 사드보다 더 걱정...하야해야”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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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하루, 성주 군민들은 스마트폰을 붙잡거나 TV 앞에 모여 앉아 온 신경을 집중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TK지역 의원 11명을 만난 자리에서 성주 내 다른 곳 배치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말을 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박 대통령 발언 이후 오후 1시경 “지자체 요청이 있을 경우 군 내 다른 지역 가용성 검토가 가능”하다고 밝혔다가, 3시간 뒤 “성주 포대가 최적 장소라는 입장은 변함없다”고 번복했다. 성주군이 지역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성주 군 내 새로운 후보지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내가) 건의하지 않았다…(박 대통령이) 성주군에 새로운 후보지를 추천받아서 검토를 해보시겠다는 그런 취지”라고 따로 기자회견을 열어 밝히기도 했다.

사드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과 달리, 군민들은 이날도 “사드 한반도 배치 철회”를 강조했다. 오후 8시 성주군청 앞에는 2천여 명이 모여 23차 촛불 집회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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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맡은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이 이날 있었던 박 대통령의 사드 관련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청와대가 내용이 호도되어 잘못 전파됐다고 성산포대에 그대로 사드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한발 물러나나 했더니 이랬다가 저랬다가 결국 가지고 논 것”이라고 하자 군민들은 야유하며 “웃기고 있네”라고 외치기도 했다.

뒤이어 김항곤 군수가 마이크를 받았다. 김 군수는 “국방부가 사드 최적지는 성산포대라고 말해왔다. (오늘 국방부는) 자기 스스로 모순을 인정한 꼴이다. 사드가 최적지가 아니라는 소리”라며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런 사드배치는 앞으로도 성주군에서 용납할 수 없다. 한반도에도 안 된다. 저 군수는 정확하게 수렴된 오만 군민의 뜻을 따라서 앞장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군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성주’가 아닌 ‘한반도’ 사드 배치 불가 입장을 밝힌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김항곤 성주군수
▲김항곤 성주군수

이 말을 마친 김 군수는 수 분간 집회장 외곽에 앉았다가 군청으로 들어갔다. <뉴스민>은 이날 박 대통령이 성주 군 내 재검토를 시사한 이후 인터뷰를 위해 군수실을 방문하고 전화를 했지만, 김 군수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군청으로 들어가는 김 군수를 찾아 직접 인터뷰를 시도했다. 김 군수는 군청 2층 ‘의원실’로 들어가며 취재를 요청하는 기자에게 “사람이 인간미가 있어야지…(비서)실장, 내보내라”라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비서실에 따르면 김 군수는 이날 모든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집회 시작부터 끝까지 군민 손으로
“성주를 지키면 대한민국을 지킨다”
“나라를 위해서 대통령 하야해야”

이날 집회도 시민 자유 발언과 다양한 문화 공연이 나왔다. 성주 집회의 공연은 대체로 지역민들이 직접 준비해 선보여 호응도 크다. 이날도 문화원 해금반과 통기타 동호회 예그린의 노래 공연, 평사단의 율동 배우기 등의 무대가 있었다.

문화원 해금반
▲문화원 해금반

부산에서 온 한 시민은 “행동하는 양심으로 성주군민 여러분과 촛불집회 하겠다. 비록 유명한 정치인도 아니고, 돈 많은 부자도 아니지만, 같이 마음 아파하고 정의로운 행동 하는 게 행동하는 양심”이라며 “성주군민 손잡아주시고 안전과 평화를 지켜주십시오. 성주를 지키면 대한민국을 지킵니다”라고 외쳤다.

이 시민은 경상도 사투리로 “사드 니 돌앗나. 여가 어디라고, 우짤긴데, 존말할 때 꺼지라”라고 구호를 외쳐 호응을 받았다.

다음 공연으로 문화원 해금반이 해금 연주를 했다. 해금반의 문미령(68) 씨는 해금 공연에 앞서 답답한 심정을 밝혔다. “45년 전에 성주로 시집 왔습니다. 요즘 눈물이 나서 잠이 안 옵니다. 우릴 눈물 나게 한 사람이 누굽니까. 우리 머리 위에 원자 폭탄을 탁 얹어 놓고 이게 안전하다네? 참으로 안전하네요. 그걸, 사드라는 말도 하기 싫어요, 그것 안 좋은 거 누구나 다 알아요. 성주 군민이 희망과 소망을 가지고 승리합시다.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국방부 장관, 군수님도 믿을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공연으로 통기타 동호회 예그린이 나섰다. 회원 진영미 씨(투쟁위 부위원장)는 “정말 열 받는 뉴스를 또 들었습니다. 성주 군민을 분열시키려고 하는데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라고 말하며, 노래 ‘엎어버려’의 가사를 사드 배치 반대한다는 내용으로 바꿔 열창했다.

마지막으로 언론 브리핑에 나선 배윤호 씨는 “대통령이 장소 이전 검토하기로 했단다. 성주 투쟁위는 급히 반박 성명을 내서 사드가 한반도 어디에도 배치되지 않아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밝혔다”라며 “대통령이 야당과 성주 투쟁위가 반박 성명을 내고 하니까 다시 자기 말이 잘못 알려졌다고 한다. 왜 말을 바꿨을까”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 배 씨는 “야당과 투쟁위가 반발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대통령을 조종하는 세력 때문인지(모르겠다). 그 세력이 있다면 미국일 것입니다. 미국 때문에 또 몇 시간 만에 말을 바꾼 게 아닌가 합니다”라며 “처음에 사드 생각하면 잠도 안 왔는데 이제는 청와대 대통령 생각하면 사드보다 더 걱정돼요. 나라를 위해서, 대통령 자신을 위해서 하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참석한 군민들은 함께 뒷정리를 하며 집회를 마쳤다. <뉴스민>은 집회 종료 후 군청 입구에 마련된 물풍선 던지기 부대행사 모습을 담으러 갔으나 ‘이완영’, ‘박그네’로 추정되는 이름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군청 입구에 마련된 물풍선 던지기 부대행사
▲군청 입구에 마련된 물풍선 던지기 부대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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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종료 후 뒷정리를 하는 시민
▲집회 종료 후 뒷정리를 하는 군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