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소원은 / 권서각

[연속기고] 한반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 (2)

15:22

어린 시절부터 경로우대에 이른 지금까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노래했다. 그러나 통일은 오지 않고 우리는 아직도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오히려 다시 남북 관계는 더욱 긴장되고 있다. 북은 핵 실험을 계속하고 있고, 남은 대화를 단절한 채 풍선을 날려 보내고 확성기 대북 방송을 재개하고 있다. 급기야 한국과 미국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그토록 간절하게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했지만, 통일이 오지 않는 까닭은 무엇인가?

어떤 소원이든지 이렇게 간절하게 오래 노래하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중의 소원은 통일이다. 그러나 남과 북의 통치자들의 소원은 통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북은 남한을 적대시하며 긴장관계를 조성함으로써 그들의 왕조 체제를 구축했다. 남의 권력자들도 권력이 위태로울 때마다 남북의 긴장관계를 조성하여 그들의 권력을 강화했다. 종북 프레임, 북풍, 총풍 등의 용어가 이를 증명해 준다. 겉으로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하면서 내심으로는 통일을 원하지 않았던 셈이다.

그런 남북관계가 대화를 통한 화해와 협력으로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남의 권력자들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하는 그 시기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노무현 대통령도 육로로 북을 방문해 김정일과 10.4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 기간에 끊어진 철로와 육로가 이어지고,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개성공단이 조성됐다. 통일이 무엇인가? 남과 북이 이렇게 오가며 만나는 게 통일이 아닌가? 이 시기에 우리는 절반의 통일을 이루었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 한다. 무엇을 잃었는가? 개뿔을 잃었는가? 그들이 잃어버린 것은 지금까지 누려온 부도덕한 권력이 아니었던가?

개성공단 조성에 관여했던 인사의 말을 빌리면 원래 남측은 공단 지을 곳으로 개성이 아닌 곳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일이 이미 주둔해 있던 북한군 부대를 뒤로 물리고 지금의 개성공단 위치를 제안했다는 것이다. 물류가 편리하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이는 북에 평화통일의 의지가 전혀 없지 않다는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던 남북관계가 다시 냉랭해진 것은 ‘이명박그네’ 정권부터이다.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고, 통일의 마지막 희망인 개성공단도 철수하고 말았다. 이후 한반도는 다시 냉전체제로 회귀했다. 미국의 북에 대한 제재는 심해지고, 북은 중단됐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재개했다. 급기야 경북 성주에 사드 배치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사드의 폐해는 곱게 자라던 참외의 생존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는 사드 배치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사드 배치 이전은 일말의 평화통일의 희망이 있었지만, 사드 배치 이후는 평화통일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사드 배치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아니다. 형식만 한미 양국 합의에 의한 발표지, 실제는 미국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사드 배치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게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우리 국익과는 무관한 결정이다. 우리 국익에 가장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반발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러시아도 크게 반발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는 외세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대한민국 구성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미국의 뜻대로 사드를 배치하게 한 것은 구한말 일본에 국권을 넘겨준 을사오적의 행위와 다르지 않다.

북은 미국의 경제 제재로 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금까지 행태로 보아 압박한다고 핵을 포기할 북이 아니다. 쥐도 막다른 곳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 수 있다. 대통령은 그 특유의 목소리로 “사드 배치 외에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우리 국민을 보호할 방법이 있으면 부디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라고 하셨다. 어조로 보아서 좋은 방법을 제시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입 다물라는 뜻임을 알겠다. 그래도 굳이 제시하니 소통의 차원에서 들어주셨으면 한다.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면 6.15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북과 대화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