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다른 곳? 어디도 희생양으로 삼을 수 없다”

28일째 이어진 사드 철회 성주촛불, 1천2백여 명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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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언론을 보면 (사드가) 성주 내 다른 지역으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가 작다고 해서 정부의 희생양이 됐는데, 우리 군 내 다른 지역을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성주라이온스클럽은 사드 배치 반대 운동을 투쟁위와 끝까지 함께할 것이다. 구호 한 번 다시 외치겠다. 한반도 평화 위협하는 사드 배치 결사반대”

▲이교영 성주라이온스클럽 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이교영 성주라이온스클럽 회장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정용태 기자]

9일 성주군청 광장에서 열린 28일차 사드 배치 철회 성주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이교영(49) 성주라이온스클럽 회장의 말이다. 이날 성주라이온스클럽은 문화제에 참석한 군민을 위해 작은 플라스틱 의자 1천5백 개를 기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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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용태 기자]

저녁 8시가 다가오자 군청 광장에는 삼삼오오 군민들이 모여들었고, ‘농민가’ 제장으로 시작한 촛불문화제에는 1천2백여 명이 운집했다. 이어 지난 5일 성주를 방문해 지지연설을 한 김제동 씨 발언 영상이 상영됐다. 당시 김 씨는 헌법 조항을 언급하며 정부의 사드 배치 성주 결정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그런데 김 씨가 예상한대로 종합편성채널과 다수 언론은 특정 부분만 편집해 악의적인 보도를 시작했다.

성주군민들은 “제동아 사랑한데이”, “한 번 더 온나”, “쫄지마 김제동”을 연호하며 당시 김 씨가 말했던 “언론에서 하는 이야기, 성주시민들을 고립시키는 이야기 믿지 않으셔도 된다”는 이야기를 상기했다.

▲오상도, 신혜경 씨. [사진=정용태 기자]
▲오상도, 신혜경 씨. [사진=정용태 기자]

사드 배치 철회 백악관 청원 서명운동 자원활동가 오상도, 신혜경 씨가 군민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상도 씨는 “처음 청원에 나설 때 6천 명에 불과했다. 여러분들과 봉사자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10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옆에 앉아 있는 이들에게 서로 격려해주자”고 말했다. 현재(한국시각 10일 오전 1시 기준) 서명자는 9만9천 명을 넘겼다.

대구에서 온 가수 황성재 씨의 노래 공연이 이어지자 참가자들은 촛불을 높이 들어 흔들며 화답했다.

▲황성재 씨의 노래 공연. [사진=정용태 기자]
▲황성재 씨의 노래 공연. [사진=정용태 기자]

경남 산청군에서 온 시민도 자유발언에 나섰다. 성주읍 처가에 온 이준호 씨는 “지난달 초에는 산청에 사드가 들어올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성주에 사드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슬펐다. 처가에 다니며 보았던 아름다운 성주에 사드가 배치된다는 게 슬펐다. 사드 미사일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장비들이 성주에 들어올 게 뻔하다. 국민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고 일방통행 결정한 정부의 방식에 더는 당하지 않는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여러분들을 성원하고, 여러 방법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성주군민들은 이날 오전 보훈단체가 성주 내 다른 곳 배치를 요구하는 집회를 연 데 대해 함께 끌어안고 가자고 서로 약속했다. 이미 오전 정영길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제3지역이라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안보단체 특성상 제3지역을 하라고 하는 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투쟁위 입장은 사드 배치 철회이기 때문에 특별히 반박성명이나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었다.

사회자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은 “까치산이나 염속산 등으로 이동해 배치하자는 서명용지가 돌고 있고, 전화도 오고 있다고 한다”며 “오늘 울산에서 열린 사드 반대 촛불집회에 성주군민 두 사람이 갔다. 그리고 전국에서 촛불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 내부를 분열시키는 행태에 대해 우리가 먼저 대비하자”고 말했다.

박수규 성주투쟁위 홍보분과실무위원은 “안보단체 회원들은 대통령이 지난 4일 대구경북지역 초선의원과 만나서 했던 이야기를 듣고 제3지역 검토를 말했다. 투쟁위의 대체적인 의견은 이들도 성주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해 함께 한 분들이다, 정부에서 입장이 왔다갔다하니 여기 계신 어른들이 하루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절박함에 그랬으리라고 판단했다. 읍내와 시장에서 다른 곳 검토 서명용지가 돌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박수규 위원은 “올림픽이 접어들면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언론노출이 줄고 있다. 그런데 우리 투쟁을 살리는 한 분 있다. 그분 덕분에 우리 투쟁이 계속 이어지고 있음이 알려져 고맙게 생각한다”며 “오늘 언론에서는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야당 의원을 비난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그런데 대통령 이야기만 있고, 왜 의원들이 중국에 방문하는지 이유에 대한 보도가 없다”고 꼬집었다.

통기타동아리 예그린의 노래와 풍물굿패 어울림의 풍물공연이 이어졌고, 저녁 10시께 촛불문화제는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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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주투쟁위는 오는 15일 오후 3시 광복절을 맞아 성주군 성밖숲에서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를 연다. 성산포대에서 성밖숲까지 이어지는 인간띠 잇기, 815명 삭발식을 진행한다. 또, 외지인들 방문을 적극 환영하면서 촛불집회와 서울상경투쟁 사진전, 고무신 나비, 페이스페인팅, 물풍선 던지기, 포토존 등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