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만, 성주 1천5백 한 목소리로 “사드 철회”

광복절 하루 앞둔 33차 성주촛불...15일 대규모 집회
“미대사관 방문해 사드 철회 의견 전달하자”
“주민 뜻 안 따르면 도지사 소환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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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시청광장에 모인 시민 1만여 명과 성주군청 광장에 모인 1천5백여 명의 군민이 사드 배치 철회를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저녁 7시 서울시청광장에서는 ‘사드한국배치반대를위한전국대책회의(준)’이 개최한 범국민평화행동이 열렸다. 이날 평화행동에는 상경한 이재동 성주군농민회장 등 35명의 성주군민과 더불어 1만여 명의 시민이 참석했다.

같은 시각, 성주군청 광장에서는 1천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33차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15일 815명 대규모 삭발식을 하루 앞둔 성주군민들은 “속지 않으면 이긴다”, “흩어지지 않으면 이긴다”, “촛불만 지키면 이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분열 조장 여론에 무너지지 말자고 다짐했다.

“사드 괴물 때문에 광복의 기쁨 함께 나누지 못해”
“국민이 우리의 호소 들어줄 것, 15일 궐기대회 힘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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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는 어김없이 농민가 제창으로 시작했다. 하귀옥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여성분과 팀장은 “서명에 집중하느라 다른 일을 못했다. 이곳에 오고 싶지만, 차가 없어 못 나오는 분들이 있다. 젊은 분들이 함께 모시고 와 달라. 또, 16일부터 여성분과가 마을회관 곳곳을 다니며 어르신들 사드 교육을 하려고 한다. 함께 해 달라”고 말하며 ‘학교종’을 개사한 노래 “사드배치 한국엔 절대 안 돼요. 우리 모두 힘 모아 몰아냅시다”를 불렀다.

이어 ‘우리의 소원은’, ‘고향의 봄’을 제청과 더불어 촛불 파도타기가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0만 서명운동과 더불어 촛불문화제 때마다 자원봉사에 앞장선 성주제일교회 교인 김경수(성주읍) 씨는 “처음 사드 배치 발표 났을 때는 앞이 캄캄하고 울화통이 터졌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좋다. 여러분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뿌듯하다. 성주군민이 21세기에 사드를 몰아내고 세계평화를 지키는 데 앞장섰다. 우리는 사드 대신에 큰 비석을 하나 세우고, 우리 이름을 새겨 후손들한테 우리 이렇게 평화를 위해 싸웠다고 알리자”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71년 8월 15일은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아주 기쁜 날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내일 그 기쁨을 함께 나누지 못하게 됐다. 2016년 7월 13일 난데없이 사드라는 괴물이 우리 성주 땅에 최적지라는 말과 함께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는 내일 전 국민과 함께 광복의 기쁨을 나누지 못하고 슬픔 속에서 투쟁해야 한다”며 “그러나 저는 대한민국 국민이 우리의 호소를 들어주리라 믿는다. 대한민국이 함께 일어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내일 오후 네 시, 오만 군민의 마음과 힘을 하나로 뭉치는 사드 배치 철회 궐기대회에 빠짐없이 나와 달라. 성주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이다. 내 땅을 지키기 위해 내 몸을 희생하는 데 있어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겠나. 성주 오만 군민의 힘을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다 같이 힘을 합쳐 달라”고 호소했다.
성주군민들은 함께 함성을 지르고, ‘헌법 제1조’와 ‘그네는 아니다’를 흥겹게 불렀다. 이어 성주 촛불문화제가 낳은 스타들이 자유발언에 나섰다.

촛불문화제 참석 않는 군수에 대한 질타 이어져
“성주 경제 어려워진 것은 사드 때문”
“군수님은 군민들 격려해야”
“도지사 소환도 생각해보자”

▲우미애 씨
▲우미애 씨

우미애(성주읍) 씨는 “서울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그래서 당장 내 앞에 생존권을 위협하는데 죽기 살기로 안 싸울 수 있겠냐고 말했다. 전국에서 도와줄 테니 군청 앞 촛불만 끄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 “그런데 어떤 기레기들이 촛불문화제 때문에 성주 경제가 어려워졌다는 기사를 쓴다. 우리가 촛불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졌나? 경제는 원래 어려웠고, 사드 때문에 더 심해진 것 아니냐. 우리를 흐트러뜨리려고 하는 공작에 넘어가지 말자”고 말했다.

우 씨는 “우리는 10만 서명을 이뤄냈다. 저도 1번만 찍었고, 박근혜 찍었다. 그런데도 빨갱이 소리 들어가면서 사드 철회 활동을 했던 이유는 성주를 지키겠다는 믿음 하나였다. 그러니까 제발 초전이니 염속산이니 제3지대니 헛소리를 하지 말라. 박근혜 대통령이 흔들리고 있다. 믿음 가지고 자리를 지키면 우리는 이긴다”고 호소한 후 노래 ‘거위의 꿈’을 불렀다.

▲김충환 씨
▲김충환 씨

김충환(수륜면) 씨는 “매일 나오는데 군수님이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군수님이 어디 아파서 병원에 가셨나 걱정이다. 군민들이 매일같이 고생하는데 최소한 매일은 못 나와도 2~3일에 한 번씩은 나와서 고생 많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죠?”라고 참가자들에게 물었고, 참가자들 대다수는 “네”라고 크게 외쳤다.

김 씨는 “오늘인가 어제인가 이완영 의원이 투쟁위에 왔다 갔다. 이 양반이 투쟁위에 왜 오느냐. 촛불집회 한 번 나와서 할 말이 없으면 죄송하다고 해야지, 쥐새끼처럼 투쟁위에나 왔다 가고, 속이 불이 나 죽겠다”며 “군민들은 더위에 나와서 시위하는데, 새누리당 대표가 새로 뽑혔다고 청와대에서는 오찬을 했다. 샥스핀, 송로버섯 등을 차려놓고, 희희덕거리니 좋습니까. 정부가 국민을 생각한다면, 고통을 나누고 사드를 어쩔 수 없이 배치하게 됐으니, 이해해 달라고 한마디 해야 하는데 무시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씨는 “10만 청원 넘었고, 백악관도 공식 답변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미국 미사일방어국장, 별 3개짜리가 한국에 왔다. 드문 일이다. 이는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증거”라며 “내일 삭발한 다음, 며칠 후에 투쟁위 위원장님들이 미 대사관 찾아가야 한다. 위원장님이 안 가면 촛불문화제에서 안건 상정해서 군민 대표를 뽑아서 가자. 미대사가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만나서 해결책 마련해 달라고 해야 한다. 안 만나주면 그냥 오면 된다. 우리는 손해 볼 게 없다. 우리는 이 자리에 촛불만 들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언론브리핑에 나선 배윤호(가천면) 씨는 “어제는 백악관 앞에서 동포 40여명이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했다. 오늘은 초전면 주민들이 상해 임시정부 건물 앞에서 미국을 향해 사드 반대 시위를 했다. 우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며 “언론을 보니 사드 때문에 김정은과 북한이 제일 득을 많이 보고 있다. 국방은 미국이 우방이지만, 경제는 중국이 우방이다.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북한이나 쿠바처럼 경제 제재를 당할지도 모른다. 사드를 막는 것은 우리나라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애국 운동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배 씨는 성주군민들이 모인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나온 의견도 추려 소개했다. 그러면서 배 씨는 “우리 채팅방에 군수님은 휴가 갔느냐는 글이 올라왔는데, 어떤 분이 군청에 가니까 계신다고 하더라. 모두 걱정되니까 그런 글이 올라오는 모양이다. 대통령은 우리가 소환을 못 하지만, 도지사, 군수, 도의원, 군의원들은 뽑은 우리와 뜻이 맞지 않으면 그만두라고 소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도지사 소환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위에서 압력이 내려온다고 하더라도 주민들 뜻에 따라서 함께 앞장서 주십사하는 뜻에서 드리는 말씀이다”고 말했다.

이날도 저녁 10시께 촛불문화제는 끝났고, 참가자들은 청소 후 집으로 돌아갔다. 내일(15일) 오후 4시 성주읍 성밖숲에서는 ‘사드 철회 평화 촉구’ 결의대회가 열리고, 815명이 참여하는 단체 삭발식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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