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포대 미군에 공여하면 성산고분군 사실상 보존 불가능

    문화재청, "공여 시 접근 제한, 문화재 보호 검토 어려워"

    19:52

    성주군 성산포대 부지를 미군에 공여한다면 한국 정부는 인근 문화재(사적 제86호, 성산동 고분군) 보존에 나설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성산포대에 지정문화재가 있어 “현상 변경 시 문화재청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해석도 있었으나, 한미상호방위조약(SOFA)에 따라 부지를 미군에 공여하면 한국 정부는 문화재 보존에 아무 권한이 없게 된다.

    ▲성주군 성주읍 성산동고분군. [사진=성주군청]
    ▲성주군 성주읍 성산동고분군. [사진=성주군청]

    앞서 국방부는 경상북도 성주군 성산포대 일대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했다. 성산포대 일대에는 성산가야(벽진가야) 유적인 국가지정문화재(성산동 고분군)와 등재되지 않은 여러 고분이 있다. 사드 배치가 문화재나 주변 환경을 얼마나 훼손할지에 대한 자료는 없지만, 절차상 이 일대에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려면 문화재청장 허가가 필요하다. 이 일대는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이므로, 건축·시설물 설치 증설, 임야 형질 변경 등 ‘현상 변경’ 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문화재청장 허가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사드가 성산포대에 배치될 때 부지를 미군에 공여한다는 점이 변수가 됐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미군 공여 부지 문화재에 대한 관리 권한이 없다. 즉, 미군에 공여하고 나면  ‘현상 변경’이 문화재청장 허가 대상이 아니다.

    성산포대 인근 지도. 출처: 성주군청
    ▲성산포대 인근 지도. 출처: 성주군청

    아직 성산포대 부지 공여 협상은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프레시안:한미, 사드 부지 공여 협정 체결 안했다) 있으나, 문화재청은 지난 28일 성산포대 부지 공여 상황을 가정해 국방부에 문화재 현상 보존을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문화재청은 국방부에 보낸 협조 공문에서 “사드 배치가 예정된 성주군 성산포대 일대는 사적 제86호에서 350m 이격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으로, 미군 측에 공여 후 현상변경이 이루어질 경우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절차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부지 공여 시 SOFA 합동위원회 산하 문화재보호위원회에서 문화재보호를 위한 협의 절차를 진행하도록 유의해달라는 뜻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SOFA 합동위 문화재보호분과위 위원장은 문화재청 발굴제도과장이 맡고 있으나, 사실상 분과위에서 독자적으로 사드 배치를 중지할 수 없다. 또, 새롭게 미군에 공여하는 토지가 보존지역 또는 문화재가 있던 선례도 없어, 문화재 보호를 위한 제도적 방안 마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협조 요청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토지 공여는 국방부가 미군에 하는 것이니 공여할 때 문화재 관련 부분을 언급해서 미군 측에 전달해달라는 의미”라며 “(공여 되면) 접근도 제한되고 검토해야할 부분이 안 될 우려가 있다. 그런 부분을 문화재보호분과에서 다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있는 성산동 고분군 현상 보존 방안에 대해서는 현 단계에서 말하기 어렵다. 지정문화재가 있고 보존지구도 있으니 검토가 필요하다는 일반적인 사항을 협조 요청한 것”이라며 “문화재청은 성산포대로 사드가 가고 안 가고의 여부를 모른다. 공여 여부는 국방부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성주군청 관계자는 “문화재청이 국방부에 협조요청 한 것은 군청과 소통된 사항이 없다”라며 “군청으로서는 여러 진행하던 사업이 중단됐고 유적지 홍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어려움과 함께 답답한 입장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이 제3부지로 입방아에 오르며 애초 성주 사드 배치 부지가 합리적으로 선정됐는지에대한 신뢰마저 떨어지고 있다. 최근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사실은 롯데스카이힐이 최적지”라는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성주 롯데골프장 사드 배치 최적지”…국방부 관계자 밝혀)도 나왔다. “성산포대가 최적지”라고 거듭 밝힌 국방부의 기존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뒤엎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