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지 몰아가는 여론조사까지…‘사드 갈등’ 부추기는 언론

성주군민들, '제3부지 찬반투표' 보도에 투쟁위 회의장 몰려와
투쟁위, "제3부지 검토 정식 안건 상정도 안 했다"
지역 언론사 제3부지 묻는 설문조사 시작...주민들, "조작과 자극"

18:40

언론이 성주투쟁위가 공식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은 사드 배치 제3부지 검토에 관한 보도를 쏟아내는 등 앞장서서 성주 내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지역의 한 일간지는 제3부지로 몰아가는 여론조사를 진행해 갈등을 더 부추기고 있다.

20일, 오전 10시부터 성주군청 4층 간담회장 앞에는 약 50여 명의 성주군민이 모였다. 이날 열리는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 회의에서 제3부지 검토 여부에 대해 찬반투표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간담회장 앞에서 “주민들도 회의에 참석하게 해 달라”, “제3부지 논의할 거면 투쟁위 해체하라”는 등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회의는 투쟁위원장과 각 분과 단장, 부단장 중심으로 비공개로 진행됐고, 주민들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간담회장 밖에서 간간이 들리는 목소리로 회의 분위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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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위 회의가 열리는 간담회장 앞을 찾은 주민들

12시께 성주투쟁위는 회의를 마치고 간담회장을 빠져나왔다. 투쟁위는 제3부지 검토에 대한 정식 안건 논의가 아닌 자유 토론을 했다고 밝혔다. 회의가 끝난 후에도 투쟁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서로 입장을 나눴다. “제3부지 검토하자고 했다가 결국 성산포대로 온다고 하면 그땐 누가 책임질 것이냐”, “우리가 제3부지 얘기를 안 하면 국방부에서 검토를 안 해 준다. 성산에 오는 건 막아야 할 것 아니냐”, “성산포대를 철회한다는 약속을 받고 제3부지 이야기를 하면 안 되느냐”는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노광희 성주투쟁위 홍보분과 단장은 “3부지 검토에 대해 정식으로 안건이 상정된 게 아니라 위원들끼리 자유 토론을 벌인 것”이라며 “어제, 오늘 달라진 것은 없다”고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이어 노 단장은 “이제 언론사에서 오는 전화도 다 안 받을 참이다. 너무 (언론에) 시달려서 죽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성주투쟁위가 제3부지 검토로 선회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촛불 문화제에서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날 간담회장을 찾은 일부 언론사들은 주민들에게 수차례 쫓겨나기도 했고, 취재를 위해 찍은 사진을 주민이 보는 앞에서 지우기도 했다. 한 주민은 “기사 제대로 쓰지도 않을 거면서 여기는 왜 오느냐”며 “왜 자꾸 우리 주민들이 분열되게 만드느냐”고 따졌다.

또 다른 주민은 제3부지 검토를 논의하는 회의가 파행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그런 기사는 우리가 저렇게 되길 바라는 소설을 쓴 것”이라며 “언론플레이에 속지 말자”고 다른 주민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경북일보>, <매일신문> 여론조사, “제3부지 어디로 할까요?”
주민들, “조작과 자극을 위한 설문조사”라며 분노

더구나 이날 <경북일보>와 <매일신문>이 사드 배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시작하면서 주민들의 언론에 대한 반감은 더욱 커졌다.

<경북일보>는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지역 발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항이므로 사전에 대화의 과정을 거쳤어야 한다 △모르겠다(무응답)는 선택지만 뒀다. 무응답을 제외하고는 결국 사드 배치를 찬성한다는 전제로 한 질문이다.

이어 △금수면 염속산 △수륜면 까치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골프장 중 가장 적합한 제3부지를 고르도록 하고, 제3지역 선정을 위한 군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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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보> 설문지

<매일신문>은 전화 설문조사를 통해 사드 배치 논란에 다수 군민이 반대 투쟁에 나선 이유, 제3부지 검토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물었다. 이어 제3부지를 검토한다면 어디가 적당한지를 묻는다. 이번 사드 배치 논란 과정에서 성주군수와 경북도지사의 사태 해결 노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도 있다.

또, <경북일보>와 <매일신문>은 사드 배치 지역 보상을 물으며 △대구 도시철도 성주 연장 △대구공항과 군공항 통합 이전 △국영기업 및 국가시설 이전 △남부내륙고속철도 성주 역사 유치 등을 보기로 들었다.

이 모 씨(용암면)는 “제3부지를 반대한다고 해도 다음 질문이 제3부지를 고르라고 한다. 3부지를 안 고르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도 않는다”며 “설문조사 결과는 안 봐도 뻔해 보인다. 성주 사람들이 사드 반대하긴 하는데 3부지 추천 여론이 우세하다고 날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벌써 언론에서 제3부지 검토가 결정된 듯이 도배하고 있는데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주민들도 다들 화나서 녹취해 두신 분도 여러 명이 있다. 조작과 자극을 위한 설문조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거주지를 묻는 질문에 성주군 초전면이라고 답하면 설문조사 전화가 끊겼다거나, 성별과 연령대를 묻는 질문에 여성, 40대라고 답하자 전화가 끊겼다는 주민들의 증언도 있었다.

실제로 이날 성주군청 3층 프레스센터에도 약 30분 동안 <매일신문> 설문조사 전화가 4번이나 왔다. 기자는 주민들의 증언을 확인하기 위해 사는 곳 용암면, 성별 여성, 연령대 40대라고 응답하자 “해당 연령대는 설문조사를 마쳤습니다”라는 안내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이에 주민들이 모인 ‘1318 채팅방’에서는 최근 제3부지로 급부상한 초전면 롯데스카이힐골프장 인근 주민과 한반도 사드 반대 투쟁에 앞장서는 40대를 대상으로는 반대 여론이 우세할 것 같아 일부러 설문조사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