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녁 6시께부터 경북 성주군청에서부터 일자로 뻗어 나가는 성주로에 삼삼오오 사람들이 늘어섰다. 곧게 뻗은 이 길을 따라 2.5km가량을 가면 성산포대로 오르는 길목이 나온다. 경찰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한 이후부터 이 길목에서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늘어선 줄은 경찰이 막고 있는 이곳까지 이어졌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사람들은 저마다 ‘사드배치 결산반대’라고 적힌 손자보를 나눠 쥐거나, ‘평화’, ‘공존’, ‘사드가고 평화오라’, ‘기적을 만드는 희망의 투쟁’ 따위가 적힌 현수막을 나눠 쥐고 ‘인간 띠’를 이뤘다. 일부는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쳤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가 준비한 ‘사드철회 평화실천 인간 띠잇기’는 저녁 6시 25분께부터 안영선, 김진호 씨의 붓글씨 퍼포먼스로 시작했다. 두 서예가는 시원하고 큼지막하게 “사드가고 평화오라, 여럿이서 함께 손잡고”라고 써내려갔다. 곧이어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이 선언문을 낭독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
우리는 우리의 생존과 대한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싸울 것이다.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국가의 부당한 결정에 항거하며, 가족과 이웃과 더불어 손잡고 평화를 불러 외친다.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가고, 평화 오라
3,000여 명이 길게 늘어선 길목 곳곳에서 “사드 가고, 평화 오라”가 메아리쳤다. 선언문 낭독을 마친 이들은 “사드철회”와 “평화실천”을 각각 다섯 차례 소리내 외치고 행진을 시작했다.
마을 풍물패가 북을 치며 앞섰고, 태극기를 나눠 쥔 공동위원장들이 뒤따랐다. 성주의 사드철회 평화투쟁을 상징하는 평화나비 펼침막이 그 뒤를 잇고, 길목에 늘어서 띠를 만들었던 사람들이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노순영(47, 가명) 씨는 두 딸과 남편, 시어머니와 함께 인간 띠잇기에 참여했다. 노 씨는 “처음부터 사드반대 투쟁에 참여해왔는데, 중간중간 일도 많고, 군수님이 군민 마음과는 반대로 일방적으로 기자회견 하는 일도 있어서 힘들었는데, 오늘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노 씨는 “그때(김항곤 군수 3부지 기자회견)부터 정말 속상했는데, 오늘 뭉치면 뭐라도 해낼 수 있다는 걸 느꼈다”며 “촛불로 끝까지 할 거다.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간다”고 덧붙였다.
선남면에서 참여했다는 한 할머니는 “사드철회 반드시 시켜야 한다. 우린 목숨 다 걸고 할 거다”며 “3부지도 필요없다. 절대로 사드는 안 된다”고 강조했고, 제3부지로 언급되고 있는 초전면의 한 주민도 “사드는 안된다”며 “우리나라에 필요가 없다.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사드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오후 7시 30분께 군청 평화나비광장에 도착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대부분이 그대로 남아 이어지는 46차 촛불 집회에도 참석했다. 촛불집회는 극단 함께사는세상, 도도연극과교육연구소의 연극 공연과 고희림 시인의 시낭송 등 문화공연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2주꼴로 성주를 찾는다는 아프리카TV BJ 망치부인 이경선 씨는 “지난번에 다녀가고 지난 2주간이 (성주 군민들이) 가장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며 “오늘 굉장히 많이들 지쳐있겠구나, 위로와 용기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왔는데, 성산포대에서 성주군청까지 이어진 인간 띠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많이 감동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