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곤·이완영 참석한 ‘제3부지 촉구’ 집회 성주군 개입 의혹

대가면사무소 등에서 안내 문자..."공무원이 왜 중립 안 지키냐"
주민 200여 명, "제3부지는 미국" 반박 기자회견

17:18

성주지역 보수단체 회원들이 성산포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제3부지를 빠른 시일 내 검토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보수단체 주최 행사지만 일부 마을 이장, 면사무소 등에서 주민들에게 참가 안내 문자를 보내 성주군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한반도 사드 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은 “제3부지는 미국”을 외치며 곧이어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성주군 안보단체협의회, “사드 배치 제3지역 건의 지지”
500여 명 모여…”대통령이 안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29일 오전 11시, 성주군 안보단체협의회와 사회단체 회원 500여 명은 성주군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드 배치 제3지역 건의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안보단체협의회는 지난 9일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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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집회에는 상이군경회, 전몰군경유족회, 전몰군경미망인회, 무공수훈자회, 625참전유공자회, 고엽제전우회, 월남전참전회, 광복회, 재향군인회, 민주평통, 자유총연맹 성주군지회 등과 무공수훈자회 경북지부, 상이군경회 경북지부 500여 명이 참여했다. 또, 이완영 국회의원,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이 참석했고, 김항곤 성주군수도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외에도 성주군산림조합, 성주산업단지관리공단, 용암면사드배치철회투쟁위, 선남면 사회단체 일동, 대한전문건설성주군협의회, 성주군녹색실천연대, 성주군약업사회, 성주 유림 일동 명의의 피켓도 보였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성주의 주산인 성산에 사드가 배치되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 김항곤 성주군수의 건의를 전폭 지지하고,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완영 국회의원, 성주군 유림단체, 대한노인회 성주군지회의 성명서, 성주읍 사회단체 등의 기자회견 내용을 적극 환영한다”며 “국방부는 성주군민의 화합과 지역경제 회복, 국가의 안정과 국민의 안위를 위해 사드 배치가 적정한 제3지역을 조속히 결정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완영 국회의원은 “다수 성주군민과 투쟁위 결정에 따라 군수님이 (제3부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성주군민에게 피해가 더 가지 않도록 국방부에서 하루속히 제3부지를 결정하도록 힘을 모으겠다”며 “새누리당은 내일 당론으로 한반도 사드 배치를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안보단체 어르신들 감사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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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참가자들과 악수하는 이완영 의원

집회에 나온 손 모 씨(65세, 대가면)는 “마을에 이장이 전화도 오고, 방송도 해서 나왔다. 사드 배치 반대하려고 나왔지. 걱정이 많다. 성산포대는 우리 머리 위에 있으니까 어떻게 찬성을 하겠냐고. 초전에도 안 하면 좋겠는데, 미국에 가면 제일 좋고. 그런데 대통령이 안 하면 안 된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지”라고 말했다.

그동안 두 번이나 삭발했다는 손 모 씨(61세, 선남면)는 “내가 벌써 삭발을 두 번이나 했는데, 성산포대도 안 되고 한반도에도 안 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어떡하나 이제. 대통령이 성주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하니까 성주에서도 제일 피해 적은 곳으로 해야 안 되겠냐”고 말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주민(성주읍)은 “동장들도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제3부지는 성주가 아닌 줄 아느냐”며 “그러다 다시 성산포대로 돌아오면 어떡하려고 그러나. 우리가 매일 촛불 문화제 하면서 사드를 막으려고 하는데, 저러다가 다시 성산포대로 오면 여기 나온 사람들이 촛불 집회해야 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일부 면사무소에서 집회 참가 안내 문자 보내
주민들, “왜 공무원이 중립을 안 지키나”

하지만 지난 28일 오후부터 일부 면사무소에서 이날 집회 참여를 안내하는 문자를 보내 성주군이 이 집회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대가면사무소는 문자에서 “사드 관련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개최합니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사드 배치 반대인지, 사드 배치 제3부지 요청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또, 점심 식사비 청구를 안내하는 내용도 있었다.

대가면사무소 관계자 <뉴스민>과 통화에서 “대가면은 (이날 집회와) 관계없다”며 “대가면 투쟁위원장님께서 문자를 좀 돌려달라고 해서 보낸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성주군 의용소방대, 성주군 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이와 비슷한 안내 문자를 보냈다. 각 마을 이장들도 문자와 마을 방송을 통해 이날 집회를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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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면사무소 등에서 보낸 안내 문자(사진=독자 제공)

집회에 지켜보던 한 주민은 “마을 이장이 내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하는 걸 알면서도 전화 와서 같이 가자고 하더라. 이장이 어떻게 여론을 한쪽으로 몰 수 있느냐”며 “한 시간 동안 전화기를 붙잡고 싸웠다. 초전도 성주인데, 인제 와서 이게 무슨 난리냐”며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공무원이 왜 그런 문자를 돌리는지 모르겠다. 공무원이 중립을 지켜야지”라며 반발했다.

집회 직후 주민들 반박 기자회견, “제3부지는 미국으로”
“성산, 초전, 제3부지 모두 성주 땅…성주군민 모두 촛불 지켜야”

보수단체 집회가 끝난 12시께 주민 200여 명은 곧바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제3부지는 미국이다”, “가장 강력한 무기는 평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나왔다.

배윤호 씨(가천면)는 “1910년 8월 29일은 강제적으로 한일 합방을 당한 경술국치일이다. 1979년 8월 29일은 미국 닉슨 대통령이 베트남에서 미군을 모두 철수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그런데 2016년 8월 29일 오늘, 성주군청 앞에서 부끄럽게도 미국 사드를 찬성한다는 집회가 열렸다”며 “(제3부지 찬성은)그 말은 우리 집에 도둑이 들었는데, 옆집 가서 털어가라는 말과 똑같은 소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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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단체 ‘제3지역 검토요청’ 피켓 뒤에서 항의하는 주민들

이어 박수규 씨(대가면)는 “김항곤 성주군수에게 고함”이라는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예정된 부지는 아직도 성산포대임을 잊지 말라”며 “성주군민들의 저항에 쫓겨간 사드가 김천시민들과 초전면민들의 저항을 억누르고 소성리 골프장에 자리 잡는다는 건 김항곤 군수와 일부 주민들의 희망 사항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항곤 군수가 국방부에 제3부지 건의를 하는 순간 초전면민들은 김항곤 군수의 군민들로부터 분리됐다. 국방부가 성산포대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성주군민들을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들로부터 분리된 것과 마찬가지”라며 “성산, 초전, 또 다른 제3부지 모두 성주 땅이다. 우리는 내 고향 성주에서 사드를 완전히 몰아낼 때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다. 지금은 성주군민 누구나 촛불을 지켜야 한다. 김항곤 군수도 예외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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