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시청 밝힌 2천여 촛불, “새누리 탈당 없이 사드 못 막아”

성주와 김천, 함께 외치는 ‘사드 반대’
“국방부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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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2:42 | 최종 업데이트 2016-08-30 12:50

29일 오후 5시께 김천시청 앞 광장. 방송차량 한 대가 군청을 이리저리 돌면서 음악을 틀고 있었다. 매일 저녁 성주군청 앞 광장에서 울려 퍼지던 ‘그네는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네는 아니다’였다.

사드배치반대김천투쟁위원회가 결성된 이후 김천시청 앞에서 처음 촛불집회가 열리는 날이다. 성주 롯데골프장이 사드배치 제3후보지로 언급되자 인근인 김천 농소면, 율곡동 등지에서 20일부터 촛불집회가 열렸지만, 시청 앞 광장으로 모이기는 첫날이었다. 오후 6시까지도 시청 광장에는 무대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김세운(김천시의회 부의장) 김천투쟁위 수석위원장은 “첫날이고 장소를 옮겨서 얼마나 올지 나도 예측을 못 하겠다”며 고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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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스멀스멀 넘어가자 사드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시민들이 모였고, 하나둘 초와 종이컵을 나눴다. 김천민주시민단체협의회 회원들이 성주군민이 만든 소식지와 사드 관련 소책자를 나눠줬고, 한 시민은 “서명하고 가라”며 함께 온 친구를 붙잡았다.

롯데골프장과 3km 인접한 농소면 주민들도 삼삼오오 들어섰다. 8명이 함께 손을 맞잡고 나온 농소면 연명리 임장수(85) 할머니는 “우리 농사도 지어야 하고, 전자파 들어오면 다 죽잖아. 반대해야지”라고 말했고, 옆에 있던 할머니들도 한 마디씩을 거들었다.

오후 7시께 5백여 명이 촛불을 들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나온 3~40대 부부가 많았다. 이민경(율곡동, 45) 씨는 “사드가 바로 뒤에 들어오면 아이들 키우기 불안한 것 아니냐. 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에 항의하러 나왔다”며 “우리는 누가 시켜서 나온 것도 아니고,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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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촛불 지켜본 김천시민, “새누리 탈당 없이 사드 못 막는다”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늦어진 오후 7시 20분께 ‘사드철회 평화촉구’ 촛불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고, 2천여 명에 달했다. 박보생 김천시장, 배낙호 김천시의장, 김세운, 박우도, 백성철, 김대성, 나영민 김천투쟁위 공동위원장 등도 참석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시민과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탈당’ 요구 목소리를 높였다. 박보생(새누리당) 시장이 무대 위에 오르자 “탈당해”라는 외침이 이어졌고, 박 시장은 “제 이야기를 좀 들어주셔야 하는 것 아니냐”며 두 번이나 이야기를 꺼냈다.

박 시장은 “칠곡군수 머리 깎고 성주가 데모하니까 부지를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방부가 이렇게 해서 되겠냐”며 “시장을 믿는다, 못 믿는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저는 시장으로서 역할을 끝까지 한다. 세월이 흐르면 누가 어떻게 했는지는 다 나오도록 되어 있다. 국방부 장관 면회 신청했다. 시민들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안 되면 국무총리도 면담해서 전달하는 게 시민의 뜻”이라고 말했다.

▲사드 반대 평화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보생 김천시장(왼쪽에서 두번째)
▲사드 반대 평화 촉구 촛불집회에 참석한 박보생 김천시장(왼쪽에서 두번째)

발언 중에도 “탈당해”라는 요구가 계속됐지만, 박 시장은 이에 대한 어떤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우리도 서울역 광장이나 이런 곳에 가서 시민의 뜻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시장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여러분들이 강력히 할 때 힘이 생깁니다. 누구는 우리 편 아니라는 생각 버려야 합니다. 한 사람이라도 힘을 더 모아야 할 때”라며 “저는 시장을 할 동안 어떤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들과 함께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발언을 마쳤다.

곧이어 사회를 보던 노하룡 김천투쟁위 기획운영단장이 마이크를 바닥에 던지고 무대 아래로 내려가 버리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발단은 새누리당과 관련돼 있었다. 자유발언에 나선 박희주(무소속) 김천시의원이 김천지역 이철우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향한 시민의 편지 영상을 틀어줄 것을 요구하자, 노하룡 단장이 준비가 안 됐다며 이를 거부했다. 참가한 시민들이 영상 상영을 요구하자 노 단장이 무대 아래로 내려간 것이다. 이후 촛불집회가 끝날 무렵 노 단장이 시민들에게 사과하면서 마무리됐지만, 김천투쟁위가 시민 여론을 수렴하지 못한 부분은 과제로 남았다.

박덕용(성내동, 52) 씨는 “탈당하기 싫으신 분은 다음에 더 큰 정치하려고 그러느냐. 시민의 요구가 사드 반대라면, 탈당이라면 하는 것이 정치다. 오늘 경술국치일인데, 사드가 김천, 대한민국에 와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 시민의 요구”라며 “성주, 김천에서 사드 반대하는 사람들은 새누리당 탈당부터 해야 한다. 중앙정부 지시를 받고서 어떻게 반대하겠느냐. 탈당하고 국민들 앞에 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천에 사는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대구시민 권오동 씨는 “새누리 탈당하고 시민 입장에서 싸우고, 사드 몰아내고 이후 복당해도 되는 것 아니냐”며 “내가 듣기 싫다고 듣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인다면 사드 반대를 할 수가 없다. 자신을 뽑아준 김천 사람이 탈당을 요구하면, 들어야 한다. 새누리당 선물이 사드라면 시민들은 탈당을 요구할 책임과 의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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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와 김천, 함께 외치는 ‘사드 반대’
“국방부는 만나지 말아야 한다”

이미 몇 차례 김첨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성주군 가천면 주민 배윤호(60) 씨도 자유발언자로 나섰다. 배 씨는 “촛불만 들면 이기는 싸움이다. 박보생 시장님이 도지사 찾아가서 항의했다고 들었다. 성주군수는 도지사가 제3부지를 이야기하니 이를 받아왔는데, 김천은 잘 될 것 같다. 성주군수가 3부지 안을 받아왔지만, 1천명이 넘는 성주군민들은 촛불집회를 이어가고 있다”며 “1876년 오늘은 김구 선생 태어난 날, 1972년은 오늘은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수한 날, 그리고 오늘은 김천에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촛불을 밝히는 거룩한 날”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박경범(대덕면, 52) 김천시농민회장은 김천시민들이 성주를 본받아 사드 반대 투쟁에 나서자고 제안했다. 박경범 회장은 “성주 한 번 가보십시오. 군청 앞마당 이름이 평화나비광장이고, 광장 안에는 주민들이 모여 있고, 천막이 설치돼 투쟁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장님, 우리도 천막 10개를 설치해 시민이 물품을 기부하고, 일도 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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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박 회장은 율곡동과 남면, 농소면뿐만 아니라 김천시 마을 동장들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어 힘을 모을 것과 김천투쟁위에 다양한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외연을 넓히자고 제안했다.

이어 박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곧 외국에 나가신다고 한다. 그 전에 발표될 거라고 하는데, 금요일 아침 10시 주머니에 2만 원씩 넣고, 김천시청에 모여 국방부와 청와대에 항의방문 가자”고 제안하며 “시민들이 머리 깎자고 하니 시장님이 바로 깎으셨다. 시민들이 탈당을 요구하니 곧 탈당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우도 김천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이곳에 국방부와 국정원에서 많이 나와 있을 것이다. 저에게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황희종)이 수십 차례 연락이 왔다. 하지만 만나면 안 된다. 만나는 순간 설명해 했다고 할 것”이라며 “김천시민들이 힘을 모아 사드를 막아내자”고 말했다.

김천투쟁위와 박보생 시장 등은 사드 반대 염원이 담긴 종이상자를 불태우며 촛불집회를 마쳤다. 김천투쟁위는 30일에도 김천시청 앞에서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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