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왜 지금 대구에서 ‘사드 전자파 유해성’ 토론회를 열었을까

믿음으로 둔갑한 과학, 불확실성을 권위로 덮으려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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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30 13:27 | 최종 업데이트 2016-08-30 13:27

8월 29일 오후 5시 새누리당 사드대책 TF가 주최하고 이완영 국회의원(성주.고령.칠곡)이 후원하는 ‘사드 전자파 유해성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성주는 48일째 촛불을 들었고, 집회 초반 전자파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제는 누구도 전자파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전자파가 위험하지 않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지금, 새누리당은 국회 회관에서 열려고 했다던 전자파 토론회를 대구 라이온스클럽 회관으로 끌고 왔을까. 새누리당이 말을 건네고 싶은 이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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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여당 행사치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허술하게 준비된 이 토론회 목적은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말을 통해 확인됐다. “여기서 사드가 문제없다는 것을 시원하게 밝히고, 문제없다면 사드 찬성으로 밀어주시길”

발제자는 단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김윤명 교수. 그는 1996년 한국전자파학회 내에 ‘전자장과 생체(와의) 관계 연구회’를 창설했고, 전자기장의 인체 영향과 관련된 여러 연구를 할 만큼 전자기장의 영향에 의해 생체에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지 많은 연구 업적을 남긴 것으로 기록됐다. 그런 그가 발제문 결론으로 삼은 것은 “안전 펜스(fence) 밖에서 THAAD Rader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할 수가 없습니다”이다. 전자파와 불임에 관한 논문을 쓴 그가 어떻게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됐을까?

그는 휴대전화가 ‘뇌암과 연관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는, 시기를 알 수 없는 BBS News와 FDA 자료를 보여줬다. 그러나 2016년 5월 27일, 사이언스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잡지, 콘슈머리포트지, 마이크로웨이브뉴스 등의 잡지는 휴대전화와 암 발병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즉, 2,500만 달러가 들어간 “휴대폰과 암”과의 연관성 연구가 미국 국립보건국 산하의 국가 독성 프로그램(national toxicology program)에서 2년간 행해졌는데, 수컷 쥐에서 의미 있게 암이 증가했다는 것. 휴대폰 전자파는 지금까지 암 발생 2B등급 즉, 암 발생 가능성 있는 물질이었지만, 이제 이 연구에 따라 2A등급, 암 발생 추정 물질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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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교수는 전자파의 인체 영향에 대해 몇 년도 보고서인지 알 수 없는, 세계보건기구 (WHO)의 간략 보고서(fact sheet)를 인용하고 있다. “WHO는 낮은 수준의 전자기장에 노출되었을 때 건강상의 문제가 존재할 것인가에 대한 현재의 증거는 확실하지 않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발제자는 마지막 구절을 강조하지 않고 지나간다.

“그러나 생물학적 효과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는 얼마간의 갭이 존재하므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2016년의 간략 보고서(fact sheet no226)에서도, 라디오파가 인간의 수명을 짧게 하거나 암 유발 인자라는 확신할 만한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더 많은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학은 믿음의 영역이 아니다. 과학의 끝은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그 끝이 닫혀있을 때 과학은 이데올로기가 된다. “THAAD Rader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할 수가 없습니다”라는 단정은 과학자가 할 말이 아니다. 그가 인용하지 않았지만 2016년의 간략 보고서(fact sheet no226)는 다음과 같이 권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공공 지역에서의 레이더로 부터 나온 라디오파의 환경 기준은 ICNIRP( 국제비전리방사보호위원회) 기준이 정한 연속 노출 한계보다 1000배 낮아야 하고, 라디오파의 노출 수준은 조기 건강 효과를 일으키는 수준보다 25000배 낮아야 한다.” (Environmental RF levels from radars, in areas normally accessible to the general public, are at least 1,000 times below the limits for continuous public exposure allowed by the ICNIRP guidelines, and 25,000 times below the level at which RF exposure has been established to cause the earliest known health effects.)

기자는 앞선 기사(“레이더 탑재 미 해군, 불임·정자 운동성 감소·자연 유산 증가”)에서 연구 결과물이 별로 없다는 토론자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의 말과는 달리, 레이더 전자파가 일으킬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한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물론 그 논문들이 전자파가 반드시 위험하다는 증거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그 연구들은 우리가 ‘전자파는 인체에 유해할 수가 없다’는 독단을 다시 한 번 재고하게 한다. 그것이 과학을 하는 태도다.

최재욱 교수의 말처럼 과학은 언제나 위험에 대한 불확실성을 가지므로 중요한 것은 국민과의 소통일 것이다. 국민이 생각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에 대해 정부는 괴담이라고 치부하거나 무지하다고 뭉개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해야 한다.

전자파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다른 토론자의 이야기를 다 옮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가끔 많은 사람들이 “성주 사람들의 무엇이 저들을 저토록 능동적으로 싸우게 하는가?” 묻는다. 기자는 ‘공포’라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전자파가 공포였지만, 이제는 사드가 무엇인지 너무 많이 알기에, 사드가 어떤 세계 정치 역학과 얽혀 있는지 알기에, 그 공포의 대상은 ‘핵이 실린 사드 미사일’이다. 아마 김천시민들도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사드 전자파의 무해성’을 알리면 사람들이 달라질 거라는 새누리당의 낡고 뒤떨어진 사고가 놀라울 따름이다.

과학을 믿음으로 대체하려 하고, 불확실성을 권위로 덮으려하고, 공포를 안보로 뒤집으려고 하는 정치는 올바른 정치가 아니다. 아직 국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무엇인지 모르는 새누리당의 아쉽고 안타까운 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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