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평등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연대를 위해”

'평등한 연대(준)' 발족해 상시 모니터링, 정기 집담회 모색

20:18

“헌법 21조 1항,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집회와 결사 앞에 평등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집회에서 ‘꽃’으로 불려야 했고, 누군가는 ‘애들’로 불려야 했다. 누군가는 집회에 가기 전에 거울 앞에서 지적당할 옷차림은 아닌가 미리 살펴야 했고, 누군가는 구호를 외치다가도 손짓 한 번에 불려나가 심부름을 다녀와야 했다.

모든 사람이 집회와 결사 앞에 안전하진 않았다. 소문으로 저 사람은 피해야 한다. 저쪽으로 가면 안 된다는 말이 전해졌고, 들어서 아는 사람은 피하거나 혹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은 당하고 참고 도망쳐야 했다. 집회와 농성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폭력과 위계는 공론화되지 않았고 피해자들은 언어를 잃고 침묵해야 했다.”

30일 저녁 6시, 대구 중구 동성로 CGV 한일극장 앞에서 ‘평등한 연대를 위한 실천선언 대회’가 열렸다. 30여 명의 참석자들은 함께 실천선언을 읽으며, 더 평등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연대를 염원했다.

▲30일 저녁 대구 CGV 한일극장 앞에서 '평등한 연대를 위한 실천선언대회'가 열렸다.
▲30일 저녁 대구 CGV 한일극장 앞에서 ‘평등한 연대를 위한 실천선언대회’가 열렸다.

한 참석자는 “오늘 평등한 실천선언대회가 있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제가 느낀 운동사회 모습은 학연,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친 모습이었다”며 “누구 딸, 누구 동생 이런 식으로 불리는 것을 봐왔고, 나이 어린 여성활동가이기 때문에 예쁘고, 귀여워야 하고, 발랄해야 한다는 틀을 깨준 집담회고 실천대회였다”고 참석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하면 귀에 쏙쏙 박힐까 생각을 했는데, 이거 하지 말라고 해야 알아들을 것 같아요. 군, 양 호칭 쓰지 맙시다. 이 호칭 쓰는 사람들 뭐가 문젠지 몰라요. 씨라고 하세요”라며 “당신과 내가 동일하게 평등하게 연대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는 참석자도 “평등한 연대를 위한 실천선언대회라는 포스트를 봤을 때, 제가 겪었던 일이 생각나더라”며 기자회견이나 집회 현장에서 겪었던 불편한 경험을 공유했다.

이 참석자는 “기자회견을 하러 갔는데, 그날 일찍부터 일정이 있어서 화장을 하거나 예쁘게 옷을 입지 못하고 참석했다. 한 중년 남성분이 저에게 ‘어이구’ 하더라. ‘못 알아봤다’면서 ‘화장하고 다녀야겠다’고 하면서 어깨를 치는 거다. 충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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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실천선언대회는 참석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교환하고 함께 실천선언을 낭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실천선언은 ▲나이는 권력이 아니다 ▲성(gender)폭력은 소리내어 말할 수 있는 단어다 ▲누구도 악세사리가 될 이유는 없다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 ▲경계심없이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매우 명확히 나 자신, 내 삶의 문제라는 것을 늘 기억한다 ▲내가 속한 모든 조직에 다음과 같은 조치를 마련한다 등 7가지 큰 항목과 세부 원칙 21개로 구성됐다.

해결모임 등 실천선언 참가자들은 ‘더 평등한 집회, 더 평등한 연대를 위한 네트워크 준비모임’을 만들고, 실천선언이 실제로 연대 현장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정기 집담회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 7월부터 ‘삼평리송전탑건설반대운동에서일어난성폭력및위계폭력해결을위한모임(해결모임)과 <뉴스민>은 경북 청도 삼평리 송전탑 반대 투쟁 과정에서 불거진 성폭력 및 위계폭력 문제 해결책을 찾고, 더 평등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연대 문화 만들기를 목표로 연속집담회를 진행했다.

1, 2차 집담회에서는 성폭력, 위계폭력 사례를 공유했고, 3차 집담회에서는 공유한 사례를 근거로 선언문을 함께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