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는 광장 막았지만, 군민 1천명 사드철회 성주촛불 이어가다

“군청 광장 없어도 사드 철회 촛불 계속 이어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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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3:56 | 최종 업데이트 2016-09-12 13:56

성주군(군수 김항곤)이 군청 앞 광장에서 군민을 쫓아냈지만, 61일째를 맞은 사드 배치 철회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성주군, 전기 끊고 광장에 공무 차량으로 촛불집회 방해
군민 1천여 명, 건너편 성주문화원 인도 앞에서 촛불 이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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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저녁 7시 30분 성주군민들은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 참석을 위해 성주군청 앞 광장에 모여들었다. 하지만 광장에는 의자 대신 성주군 공무 차량 등이 주차돼 있었다. 전기는 물론 사용할 수 없었고, 성주군청 입구는 공무원 40여 명이 군민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성주군은 11일부터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의 군청 앞 광장 사용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과 추석 연휴를 이유로 들었다. 성주경찰서도 성주투쟁위의 집회신고에 대해 ‘군청 승인’과 ‘동일 장소에 보훈단체 연합회’ 집회가 있다는 이유로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1일 저녁 성주군청 앞 광장은 군 차량 등이 막고 있었다.
▲11일 저녁 성주군청 앞 광장은 군 차량 등이 막고 있었다.

하지만 성주군민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광장 진입로 앞에 앉아 촛불을 켰다. 군민들은 “여기가 군수 것이냐”, “군수가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김항곤 군수를 질타하면서도 군청 공무원과 충돌하지 않았다. 오히려 촛불을 들고 “촛불 안 오면 사드 온다”, “촛불만 켜면 사드는 간다”고 말하며 일렬로 주차된 차량 사이로 걸어 다녔다.

김항곤 군수는 촛불집회 61일 만에 광장에서 군민을 쫓아냈지만, 촛불을 꺼뜨릴 수는 없었다. 저녁 7시 50분께 군민들은 성주군청 건너편 성주문화원 인도로 이동해 촛불을 들었다. 폭이 약 2m밖에 되지 않고 차량이 다니는 2차선 도로와 인접하고 있어 안전사고 우려도 있어 경찰과 자원봉사자가 차량 통제에 나섰다. 저녁 8시께 자리를 잡았고, 인도를 따라 70m가량 촛불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성주에서 평화를 지켜내자”, “사드배치 절대 안 돼”, “사드가고 평화오라”는 구호로 61번째 사드 철회 성주 촛불집회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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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환, “군민에게 충성하는 것이 진짜 충(忠)”
이수인, “나이 많다고 어른 아냐…촛불 나온 여러분들이 모두 어른”

군청 앞 광장이 아닌 인도로 장소가 변경된 탓에 음향 장비는 이전만 못했지만, 촛불 열기는 뜨거웠다. 길게 늘어선 촛불대열 끝까지 소리도 잘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군민들은 자발적으로 촛불 파도타기를 이어가며 ‘사드 철회’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급하게 마련된 방송차량에 먼저 올라선 이들은 성주서 도보로 포항까지 다녀온 두 청년, 이서준(25, 초전면), 석창우(25, 성주읍) 씨였다. 이들은 “큰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매일같이 집회에 참석한 분들에게 힘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군민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이어 성주군민에게는 ‘사이다 발언’으로 통하는 김충환(55, 수륜면) 씨는 “사드는 지금 성산에서 염속산 갔다가 까치산 갔다가, 골프장 갔다가 김천 난함산까지 갔다. 사드가 어디로 갈 줄 모르고 길을 헤매니까 국방부도 헤매고 있다”며 발언을 시작했다.

김 씨는 “오늘 군수가 전기도 끊고, 화장실도 끊고, 차까지 대 놓고 촛불집회를 못 하게 했다. 군수는 우리가 뽑아서 성주군민 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성주 편이어야지 성주군수인데, 근혜 편이라서 근혜군수, 사드 편이니까 사드군수다. 앞으로 성주군수라 부르지말고 사드군수라고 부르자”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임진왜란 때 관군이 있었고, 의병이 있었다. 선조가 한양에서 신의주로 도망갈 때 관군도 도망갔다. 그런데 의병이 일어나 싸우는 족족 이겼다. 관군은 싸우다가 도망갔는데, 의병이 싸워 이기고 나면 자기가 싸워 이겼다고 선조한테 보고했다”며 “우리가 지금 의병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관군하고 의병하고 같이 시작했다. 그런데 관군이 배신했다. 배신해놓고 사드 막고 나면 관군 저거가 막았다고 할 것인데, 여기서 못을 박아놓자”고 말했다.

김충환 씨는 미대사관 항의 방문에 대한 일부 투쟁위원의 항의에 대해서도 일갈했다. 김 씨는 “미대사관 다녀오니 투쟁위 회의에 안 오던 이재복 노인회장, 이수경 도의원, 윤지훈 양봉협회 회장 등이 나와서 왜 논의 안 하고 미대사관 갔느냐고 항의를 하더라. 일부러 안 나오는 사람 불러서 논의해야 했었나. 그랬더니 제 나이가 좀 적다고 선비의 고장, 충.효.예의 고장 성주를 들먹였다. 그런데 충.효.예는 그게 아니다”며 “임진왜란 때 도망간 선조가 이순신 장군을 괴롭히고 험담하니까 부하들이 물었다. 왕이 저렇게 하는데도 왜 자꾸 충성하느냐고. 그때 이순신 장군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왕에게 충성하는 게 아니라 백성에게 충성하는 것이다. 이게 선비의 고장에서 말하는 충(忠)이다. 군수는 군민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제3부지 추진위원회라고 플랜카드가 붙었는데 제3부지 추진위원회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부끄럽고 쪽팔리니까 안 나서는 것이다. 결론은 우리는 이겼다. 사드는 헤매고 있고, 우리는 촛불만 들면 된다. 성주군청이 아니라도 좋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 씨는 “루이 14세가 ‘짐은 곧 국가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을 흔들면 국가가 흔들린다고 했다. 짐이 곧 국가가 아니라, 네가 국가의 짐이다”고 말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수인(59, 월항면) 씨는 “3.1운동 당시 유림이 참여하지 않았다. 이유는 신식교육을 받고 머리를 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없다는 거였다. 양반이라 섞일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 얼마나 웃기지 않느냐”며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우리가 60일 넘는 동안 투쟁했는데, 성주의 어른이라면 생각이 달라도 힘들어하는 우리에게 다가와서 어깨를 두드려주고 고생한다고 말 한마디 건네는 이들이 어른이다. 여기 촛불을 들고 계신 분들이 모두 어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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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윤호, “군청 마당 없어도 사드 철회 촛불 계속 이어나갈 것”
눈물 머금은 백철현 위원장, “죄송합니다. 사드 철회까지 끝까지 함께할 것”

배윤호(61, 가천면) 씨는 “우리가 성주군청에서 촛불문화제를 하지 못하는 이유가 북한의 5차 핵실험 하고 추석 명절 때문에 그렇다고 합니다. 우리가 촛불을 켜지 않아서 북핵이 해결되고, 미사일이 해결될 것 같으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지요. 추석 명절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추석이 없습니까. 사드라는 엄청난 재앙 앞에서 우리는 추석을 반납하고 이렇게 촛불문화제를 하려고 하는데 자기 혼자 추석 휴가 보내겠다고 우리를 이렇게 길거리로 밀어냈습니다”라며 성주군을 비판했다.

배 씨는 “성주군수는 전직 경찰서장을 지낸 사람입니다. 누구보다 안전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사람입니다. 만약 추석 휴가를 지내려면 군민의 안전을 걱정해야 합니다. 군청 마당에서 안전하게 문화제를 하도록 보살펴줘야지, 어떻게 차가 다니는 길거리로 자기 군민을 내몰 수 있단 말입니까. 우리는 군청 마당을 사용하지 못해서 불편할지 모르지만, 촛불문화제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 씨는 “이번 추석 동안 참회의 촛불을 켰으면 합니다. 수십 년 동안 묻지 않고, 민주정의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찍었기 때문에 이 결과가 온 것입니다. 내가 잘못한 것을 부정할 때 다시는 이런 꼴을 당하지 않습니다”라며 “이제 김항곤 군수는 임기가 2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주민소환을 하면 그날부터 직위가 중지됩니다. 주민소환이 여러분의 뜻이라면 해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성혜 원불교 교무는 “국가에서 하는 일이 정말 안보를 위한다면 원불교는 땅을 내준다. 계룡산 밑에 원불교 사당이 있었는데, 국가에서 3군 본부가 들어온다고 해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서울 한남동에 수도암이 있는데, 그곳에도 미군이 들어왔다. 국가 안보를 위해 그때는 꼭 필요했다. 그때도 양보했다”며 “여러분들 고향을 옮길 수 있습니까? 전쟁무기와 평화가 공존할 수 있습니까. 이렇게 맞지 않는 일을 정부에서 하려고 할 때 저희는 끝까지 허락할 수가 없다. 내일은 광화문 앞에 교도, 교무 500명이 올라가서 평화롭게 시위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배명호, 곽길영, 도정태, 백철현 군의원도 촛불집회장을 끝까지 지켰다.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눈물을 글썽거리며 마이크를 잡은 백철현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오늘도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까지 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차가운 길거리까지 내몬 것에 대하여 머리 숙여 사죄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고개를 숙였고, 군민들은 “괜찮아, 괜찮아”로 답했다.

백철현 공동위원장은 “여러분들께서 성주를 지키고, 성주군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소중한 표를 주셔서 군의원이 됐습니다. 또, 사드배치철회투쟁위 위원장으로 밀어주셨던 여러분들에게도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일 다시 한 번 더 군수님 만나 뵙고, 군민의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어떠한 외압과 탄압에도 지지 않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전달하겠습니다. 여러분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다 함께 사드가 철회될 때까지 여러분들과 함께 나아갈 것을 엄숙히 말씀드립니다. 혼자는 힘이 약하지만, 여러분과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마음, 끝까지 간직하고 끝까지 힘을 합치겠습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참가자들은 ‘고향의 봄’을 제창하며 저녁 9시 30분께 촛불집회를 마무리했다. 성주투쟁위는 추석연휴에도 촛불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 12일 저녁에는 촛불지킴이를 자임한 군민들이 모여 향후 활동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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