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되어

송전탑 공사 1년 후 “일년 그리고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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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9 22:30 | 최종 업데이트 2015-07-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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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전 그날처럼, 청도 삼평리로 들어서는 길에는 접시꽃이 만발했다. 한 해 동안 손수 지은 작물을 다듬고, 삼평리 주민들은 한 해 전 함께했던 이들을 다시 맞이했다.

그날, 2014년 7월 21일. 새벽같이 경찰과 한전 직원이 송전탑을 세우러 들어온 날. 주민들은 접시꽃처럼 목을 빼고 땅을 뒤엎는 포크레인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과 수많은 연대자들은 한여름같이 뜨겁게 싸웠으나, 결국 송전탑은 섰다.

오늘, 2015년 7월 19일. 그날을 기억하며, 1년 전 짓이겨진 접시꽃을 떠올리며 삼평리에 모인 이들은 송전탑 아래에서 넝쿨처럼 손을 잡고 외쳤다. “저 송전탑을 뿌리 뽑으리”

“1년간 별고 없으셨어요?”

대답 대신 김이 몽글몽글 오르는 밥과 오이 냉국을 손에 들려주며 주민 김춘화 씨가 씨익 웃었다. “이제는 법원 다니는 게 일이지요. 가끔 놀러 오이소. 서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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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평리를 다시 찾은 이들도 모두 가슴 한켠이 무거웠던지, 전국에서 달려온 이들 120여 명도 주민의 손을 잡고 포옹했다. 이들은 19일 오후 한 시부터 한 시간 대동놀이를 진행했고, 이후에는 삼평리 투쟁 순간을 담은 권현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삼평리 전투’를 관람했다.

밀양 주민 구미현 씨는 삼평리를 다시 찾은 감회를 털어놓았다. “1년 전 그날 급히 달려왔을 때도 지금처럼 접시꽃이 만발했었습니다. 경찰과 한전의 폭력적인 모습은 접시꽃이 만발한 풍경에 이질적이었지요. 밀양에도 좋은 곳마다 송전탑이 다 섰고, 우리 모두 이를 바라봐야 하는 고통 속에 있습니다. 밀양 주민들은 삼평리 주민들이 적어 걱정했지만, 오히려 할머니들의 투쟁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삼평리에서 공사를 저지한 죄로 노역형을 살고 온 윤일규 목사(대구이주민선교센터)도 마이크를 잡았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분들이 계셔서 저도 희망을 봅니다.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나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게 됐습니다”

청도345kV송전탑반대공대위는 “할머니들의 눈물겨운 저항에도 공사를 강행했다. 지옥 같은 날들을 보낸 후에도 법정에 서고 벌금과 실형에 시달렸다”며 “그럼에도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불법과 비리, 협잡이 다시 우리를 일으켜 세웠다. 희생을 주민에게만 떠넘기는 부정의를 보고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 모순과 부조리, 검은돈과 폭력이 난무하는 나쁜 전기 체제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희망을 말한다. 만발한 접시꽃 뒤로, 삼평리를 찾은 이들이 빙글빙글 돌며 넝쿨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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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청도 송전탑 관련 기소자는 24명 60여 건으로, 징역형을 살거나 수백만 원의 벌금이 선고되고 있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전은 주민 등 9명을 피고로 대구지방법원에 집행문부여를 청구하기도 했다. 한전의 소장대로 집행문부여가 결정될 시 이들 9명에게 총 2억 2천여만 원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해당 사건의 최종 심리는 오는 8월 1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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