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1년 만에 현장으로

6일 천막농성장 해단식⋯“노동자는 하나, 몸소 느낀 1년”

18:27

작년 이맘때죠. 출근, 일하겠다고 나와서 입구에서 퇴짜 맞고 전부 쫓겨나고 그랬다. 이 자리에 서니까 울컥하는 마음이 생기고,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데, 우리가 1년 동안 이렇게 투쟁할 수 있고, 이렇게 한 것은 전체 우리, 여기 모이신 분 전부 다 하고 시민단체, 또 종교단체도 있고, 정치 당도 있고, 여러 군데서 저희들 투쟁을 정말 지지해주고, 또 물질적으로도 많이 도와주시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전부 다 우리가 하나하나 다 찾아가서 엎드려 절을 드리고 감사를 드려야 마땅한데, 차후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면 그렇게 하도록 하고, 이것으로 오늘 인사 말씀드리고, 해고자 대표로서 이번 투쟁이 정말 값진 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저희들 욕심은 다 들어가고 해야 하지만, 우리 조합원들 뜻이 지금 근무하고 있는 노동자도 우리와 같은 노동자들이다. 그분들 쫓아내면서까지 우리가 들어갈 순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자리가 비면 9명 전부 넣어주겠다는 병원장님 약속을 믿는다. 다 들어가서 그때는 정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리겠다. (이흑성 의료연대 대구지부 민들레분회 주차현장 대표)

지난해 9월 애초 35명이었던 경북대병원 본원 주차관리 인원을 31명으로 줄이면서 시작된 경북대병원 비정규직 해고 문제가 1년 만에 해결책을 찾았다.

경북대병원

당시 병원은 기존 주차관리 도급업체와 계약이 만료되고, 새로운 업체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경북대병원 본원 방문 차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 노조(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대구지부 민들레분회)는 “노조에 해고될 조합원 4명을 고르라고 해서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집단 해고”라고 반발하며 전원 고용승계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1일부터 신규업체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조합원은 배제한 채 주차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조합원 26명이 사실상 해고됐다. 조합원들은 병원 안팎으로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며 복직을 요구했고, 1년이 흘렀다. 그 사이 26명 중 17명은 생계 부담을 이기지 못했고, 9명이 남아 싸운 끝에 지난달 30일 병원과 합의점을 찾았다.

6일 오후 4시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지켜온 경북대병원 네거리 앞 천막 농성장을 정리하는 해단식을 열었다. 이들은 “경북대병원이 비용절감을 위해 용역근로자 보호 지침까지 어겨가며 집단해고한 주차관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게 됐다”며 “경북대병원은 해고된 주차관리 노동자 중 9명을 순차적으로 복직시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노사합의에 따라 병원은 9명 전원을 원직인 주차관리 업무에 복직시키기로 했다. 다만, 현재 주차관리 업무에는 빈 자리가 없어 일부는 병원이 마련한 임시근무처에서 근무한다. 9명 중 2명은 지난 1일부터 결원이 생긴 경북대치과병원, 경북대병원 칠곡분원에서 각각 일하게 됐다. 4명은 내년 1월 1일부터 결원이 생기는 본원 청소 업무를 하기로 했다. 남은 3명은 대구시 내 공공기관 비정규직일자리 알선에 노력하면서 병원 내 빈자리가 생기는 대로 복직시키기로 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이흑성 대표를 포함한 조합원 6명이 참석해 한 명씩 소감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흑성 대표를 포함한 조합원 6명이 한 명씩 소감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흑성 대표를 포함한 조합원 6명이 한 명씩 소감과 감사 인사를 전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길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고 말하기가 아직도 투쟁하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유성기업, 갑을오토텍 그런 분들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비정규직으로서 노동조합을 만들고 부당하게 해고된 것에 대해서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저희들 이야기를 끝까지 하고, 이 시간을 버티고 이런 결과를 얻은 제 자신과 동료들에게 잘했다고 대견하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1년 동안 민주노총에서 항상 외치던 노동자는 하나라는 것을 피부로 몸소 느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1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깨달았다. 이 시간까지 있을 수 있게 끝없는 연대와 지지를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조합원 A)

저도 앞에 동료가 이야길 다 해준 것 같은데요. 1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됐다. 이런 노동운동도 처음이라 생소하고 그랬는데, 지나고 나니까 인생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1년 동안 버티고 할 수 있었던 건 여기 계신 동료들과 연대해주신 분들이 계셨기에, 버팀목이 되어 줬기 때문에 1년 동안 해온 거 같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하고, 고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조합원 B)

주황색 조끼를 벗으니까 홀가분하네요. 1년 동안 눈물⋯ (울음) 눈물로 1년 동안 싸운 보람이 나타난 게, 기쁘고 힘들 때마다 모든 분들이 연대해주시고, 그게 힘이 되어서 1년까지 온 것 같다. 그런 힘이 없으면 저희가 1년까지 왔나 싶기도 하고, 동료들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옆에서 어깨 두드려주고, 몸이 아파서, 그럴 때마다 마음도 참 많이 아프고. 그랬던 게 벌써 1년이 지났다니 가슴이 아프다. 그 마음으로 현장에 복직해서 우리가 연대해온 것처럼 계속 지켜나갔으면 감사하겠다. (조합원 C)

저는 이런 말 하면 언니들이 물어뜯으려고 할 것 같은데, 1년이 너무 짧고요. (웃음) 계속 투쟁하고 싶은데, 왜 빨리 끝내는지, 좀 더 하자고 꼬셔도, 체력이 안 된데요. 지금 이렇게 알게 된 분들과 헤어지는 게 많이 섭섭하다. 감사하다. (조합원 D)

해고가 되기 전에는 민주노총에 대해서 잘 몰랐다. 민주노총 힘이 대단합디다. 단결력도 좋고요. 저희가 1년까지 올 수 있도록 힘이 된 게 민주노총인 것 같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 (이흑성 대표) 대기하다가 복직하면, 정년인데 우얄라꼬. 드가자마자 정년입니다. 지금까지 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합원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