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 2년, 대구시민이 직접 평가하다

말 많고, 탈 많던 권영진표 주민참여예산제 2년
2016년 3차 시민원탁회의서 주민참여예산제 다뤄
주민참여예산제, 주민 참여 활성화로, 확대해야

13:14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민 소통과 참여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도입한 두 가지 정책, 주민참여예산제와 시민원탁회의가 만났다.

25일 저녁 7시, 대구시는 남구 프린스 호텔 별관에서 ‘주민참여예산, 어디까지 왔니?’를 주제로 2016년 3차 대구시민원탁회의를 열었다. 스스로 만든 예산을 시민원탁회의에서 직접 평가하게 된 셈이다.

▲25일 대구 프린스 호텔에서 '주민참여예산제 어디까지 왔니?'를 주제로 대구시민원탁회의가 열렸다.
▲25일 대구 프린스 호텔에서 ‘주민참여예산, 어디까지 왔니?’를 주제로 대구시민원탁회의가 열렸다.

말 많고, 탈 많던 권영진표 주민참여예산제 2년
2년간 436개 사업, 174억 원 예산 반영 계획

주민참여예산제는 2006년 참여정부에서 개정·시행한 지방재정법을 통해 제도 근거가 마련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이를 도입하는 지자체는 소수에 머물렀다. 대구시도 이때까진 제도 마련에 관심이 없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2011년 지방재정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의무화됐고, 대구시도 그제야 관련 조례를 구색 갖추기로 제정하는 데 그쳤다.

4년가량 유명무실했던 제도는 권 시장 취임 이후 조례 개정을 거치면서 활기를 찾았다. 주민 100명이 참여하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의무화했고, 사업 첫해에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173건을 선정하고 73억 원을 예산 반영하기로 했다. 올해도 264개 사업에 101억 원을 2017년 예산에 편성키로 했다.

기대만큼 실망과 비판도 많았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지난 7월과 8월 연달아 2015년, 2016년 주민참여예산제도 현황을 분석해 민원성 사업이 대부분인 데다 각 구·군 공무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실제로 2년간 주민참여예산제로 선정된 사업 중 76%가 아스팔트 재포장, CCTV 설치, 놀이터 및 공원 보수 등 민원성 사업이었다.

대구시는 이날 시민원탁회의에서도 이 부분을 언급했다. 김종근 대구시 예산담당관은 주민참여예산제 현황을 설명하면서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며 “소규모 민원성 사업 위주로 하고 있다거나 구·군의 지나친 경쟁 유발, 공무원 개입 의혹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고 밝혔다.

지적받은 문제에 대해서 대구시는 나름대로 개선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종근 예산담당관은 ▲CCTV, 인도블록 정비, 단순 편의시설 설치 등은 공모 대상 제외 검토 ▲민·관 협의체를 통한 예산 아카데미 커리큘럼 설계, 시민 대상 교육과정 확대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함께 민·관 협의체 기구의 기능 강화 ▲주민제안사업 심사 기간 연장, 사업 구체화 공무원 대상 맞춤형 참여예산 교육 실시 등을 개선 방안으로 꼽았다.

시민원탁회의, 2시간여 진행
절반 가량 부정적인 평가했지만,
주민 참여 늘리고, 제도 확대 필요성 공감

▲원탁회의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원탁회의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기본적인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설명 이후 진행된 시민원탁회의는 참가자 약 280명 가운데 상대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생소한 시민이 100명가량 참여한 점, 토론 시간이 2시간 정도에 불과한 점 등 한계가 있어서 심도 깊은 토론이 이뤄지기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원탁회의는 테이블마다 6~8명씩 37개 테이블로 나뉘어 주민참여예산제 평가와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진행됐다. 테이블마다 1명씩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회의 등에서 진행을 원활하게 하고, 효과적으로 상호 합의나 이해가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사람)가 배치됐다.

퍼실리테이터는 해당 테이블에서 제시된 의견을 모두가 공유할 수있도록 데이터화 했다. 토론 테이블과 별개로 자리 잡은 분석팀은 데이터화한 의견을 분석해 결과를 도출했다. 이와 별개로 안건에 대한 즉석 투표도 병행돼 의견을 종합했다.

주민참여예산제 평가 토론에서는 절차와 제도를 모르고, 정보 접근이 힘들다는 이유로 주민참여예산제가 어렵고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았다(79명, 27%). 보도블록 교체 등 민원성 사업이 많다며 주민 의견 반영이 미흡한 사업 선정 기준을 지적하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62명, 21%). 이밖에도 51명을 제외한 참석자 대부분이 부정적인 평가 의견을 내놨다.

그럼에도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매우 필요하다’(143명)거나 ‘필요하다’(96명)를 선택했다. 투표 인원 275명 중 87%가 주민참여예산제 확대 필요성에 공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방안 토론과 투표 결과에서는 구·군 단위 주민참여제 확대(72명)가 가장 많았고, 주민 토론 기회 확대, 시민 적극성 활용(각 42명)이 동일하게 두 번째로 많은 의견을 얻었다. 투표 인원의 절반이 넘는 참석자들(61%)이 시민의 참여 확대를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 모양새다.

이날 원탁회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참석자 다수가 현 주민참여예산제의 부정적인 부분을 지적했지만, 주민들의 참여를 활성화해서 주민참여예산제를 확대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권영진 시장도 “여러분이 더 많이 아셔야 한다. 더 많이 참여하셔야 한다”며,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원탁회의를 마무리했다.

권 시장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절차적으로도 그렇고 내용적으로도 미흡하다”며 “성숙하려면 공무원도 바른 기준으로 주민 의견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시민들도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을 발굴하고 제안도 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10년 후 다시 이 자리에서 주민참여예산제 10년을 되돌아본다는 원탁회의를 열면 놀라운 결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미흡하고 답답함을 느끼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주민참여예산제로 가는 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