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손광락(57, 영어영문학과) 교수가 2순위 후보자를 총장에 임명한 교육부 결정에 항의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손 교수는 25일 오후 3시부터 경북대 본관 로비에서 ‘경북대학교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내 책임입니다’라고 적은 피켓을 두고 농성을 시작했다.
26일 오전 10시 손 교수는 경북대 본관 로비에 작은 탁자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탁자 옆에는 점퍼, 텐트, 침구류와 생수 한 박스가 놓여져 있었다.
손 교수는 “어떤 특별한 요구보다 반성이 우선이라 생각해 단식농성에 나섰다”고 했다.
손 교수는 “저는 박근혜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 사회가 뽑은 것이니 이 또한 나의 문제다. 반성을 먼저 하고 나서야,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회가 교육부와 새로운 협상에 나서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데 대해 내 책임이 있다”며 “다들 패배감에 빠져 있는데, 우리 학교 문제도 마찬가지고, 국가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책임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사론을 전공한 손 교수는 언어학자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분석했다. 손 교수는 “저는 말을 할때 단어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연결이 되는지, 그리고 문단이 되는지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언어학자로서 박근혜를 보면 단어끼리 연결도 안 되고, 문장도 안 된다. 언어는 머릿속 생각이 나오는 것인데 상당히 이상하다고 여겼다”며 “몸은 있지만, 정신이 없어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손 교수는 “경북대, 그리고 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단식농성이)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광락 교수가 단식농성을 시작하자, 일부 교수와 비정규직교수노조도 동조단식을 검토 중이다. 또, 2순위 총장 임명,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일부 교수들은 ‘박근혜 하야’ 성명 발표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교육부는 김상동 수학과 교수를 경북대학교 제18대 총장으로 임명했다. 김상동 교수는 지난 2014년 경북대학교 총장추천위원회 투표에서 19표를 얻어, 김사열(경북대 생명공학부) 1순위 후보와 10표 차이로 2순위 후보에 올랐다. 당시 교육부는 총장 임명을 거부했고, 2년가량 공방 끝에 지난 8월 총장 후보자 재추천을 위한 선정관리위원회를 열어 동일한 후보를 재추천했다.
경북대 교수회는 24일 교육부 결정을 비판하면서도 2순위 후보자인 김상동 교수를 총장에 임명한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