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서 박근혜 하야 촛불을 들자

[기자칼럼] 12일 민중총궐기, 우리 동네는 누가 지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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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01 14:48 | 최종 업데이트 2016-11-01 14:48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하야 촉구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예상보다 많은 시민이 참여했다. 5만 명이 모였지만, 경찰 차벽에 가로막혀 목적지인 청와대까지 가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오는 12일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여러 제안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말고, 시민이 많은 다른 장소로 행진하자거나 서울 번화가를 중심으로 나눠 집회를 열자는 이야기까지. 청와대에 발도장 찍는 게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유다. 옳은 말이다.

최근 신임 총리로 거론되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박 대통령 거취와 관련해 “시민들의 촛불집회 상황이 변수가 될 것”이라 말했듯이 유별난 권력 없는 시민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쪽수다.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며 거리에 나온 시민이 1백만 명으로 늘어난다면? 민중총궐기를 준비하는 주최 측은 12일 서울 광장에 모여 쪽수를 보여주자는 의도다. 그런데 12일 박근혜 하야를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두 서울로 간다면, 우리 동네는?

우리 동네 대구·경북은 지난달부터 민중총궐기 상경을 준비했다. 그러던 중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터졌다. 노동조합,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부 시민들도 자발적으로 11월 12일 서울행 차표를 끊었다. 민중총궐기 사전집회 성격으로 지난달 28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민중대회에는 3백여 명이 참여했다. 대구의 진보적 노동자·시민들은 서울은 가도 경주는 잘 안 간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기’ 때문이다.

버스를 빌리고, 두 끼 식사를 챙겨서 오르는 서울행. 눈이 홱 돌아간다. 10만 명은 가뿐히 넘어서고, 50만 명이 한목소리로 ‘박근혜 하야’를 외치는 집회 행렬 속에서 해방감을 만끽한다. 기세를 몰아간다면 청와대까지도 갈 수 있을 것 같다. 곧 닿을 것만 같은데 주최 측이 자제를 요구하면, 분노가 상승한다. ‘눈앞에서 박근혜가 물러나는 걸 볼 수 있었는데…’라는 아쉬움을 안고 돌아와 다짐한다. 다음에도 꼭 서울에 올라와야겠다고.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 동네사람과 직장 동료를 만나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당신들도 힘을 보태면 박근혜를 끌어내릴 수 있는데, 왜 힘을 안 보태느냐는 원망이 든다. 그래도 박근혜가 불쌍하다는 부모, 조부모는 어차피 말이 안 통할 사람이기에 화만 잔뜩 낸다. 그 시각, 오지 중의 오지, 경북 영양, 청송, 봉화 시민 다수는 KBS와 TV조선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구미, 포항, 경주에서 박근혜 하야를 바라는 시민들은 인터넷방송으로 민중총궐기를 지켜본다. 서울까지 다녀오자니 차비도 아깝고, 고속도로에서만 10시간 보내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기어코 한양가겠다는 사람은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박근혜 하나 물러나도 동네는 잘 안 바뀐다. 구석구석 산골동네까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박근혜들, 최순실들은 어떻게 하나. 대구에는 친박감별사를 자청한 조원진 의원이 있고, 경북 경산에는 ‘진박’ 최경환 의원이 있다. 구미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반인반신’으로 칭송한 남유진 시장이 있고, 김천에는 사드 앞으로 이사하겠다는 이철우 의원이 있다. 일일이 다 열거하기도 조차 힘들다. 하지만 이들은 깨어 있는 시민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분노의 화살은 언제나 서울로 향하지, 자신을 향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때 인구의 10%가 매일 촛불집회에 참석한 성주를 보면 알 수 있다. 군수를 포함한 박근혜들, 최순실들은 눈치보지 않고 평상시대로 전횡을 휘두르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제야 시민에 대한 두려움을 조금씩 가지기 시작했다. 서울 인구 10%가 모이면 1백만 명이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는 본진만 공격하는 사람이 제일 상대하기 쉽다. 그동안 멀티를 팽팽 돌리고 고급 유닛을 쏟아내면 쉽사리 이길 수 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서울공화국 시민들이 ‘박근혜 하야’ 목소리를 육성으로 듣는 동안, 조용한 거리를 거니는 우리 동네 시민들은 체념하고 하루를 또 살아간다. 1960년 419혁명도, 1987년 6월항쟁과 노동자대투쟁도 전국 곳곳에서 봉기한 시민의 힘이었다. 서울은 서울사람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우리 동네에서 박근혜 하야 촛불을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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