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인근에 모인 시민 3,500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고 나섰다.
“56년 전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며 민주주의 지켰듯이,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정의의 기적을 일으켜야 할 때입니다” – 조성해(18) 씨
5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옆 인도에서 ‘박근혜 퇴진 1차 대구 시국 대회’가 열렸다. 2.28기념중앙공원은 1960년 이승만 전 대통령 하야를 촉진한 4.19혁명 도화선이 된 ‘대구 2.28 학생 운동’을 기리는 공원이다. 공원 인도는 물론 인도 옆 KFC부터 헌혈의 집까지 약 150m 거리의 2차선 도로를 시민 3,500여 명(경찰 추산 1,500)이 가득 채웠다.
앞줄은 교복을 입은 학생이 자리했다. 이들은 “순실이 만난다고 샤샤샤머니즘”, “우리의 혈세는 복채가 아닙니다”, “누군가 조국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국민을 보게하라”, “대한의 정치가 한 사람의 인형놀이로 전락하다니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들은 열통이 터진다” 등 피켓을 들고 앉았다.
조성해(18) 씨는 “평소였으면 자습실에 앉아 역사책을 읽으며 다가올 11월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거다. 부당하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이건 정말 아니라는 생각에 살아있는 역사책의 현장에 나오게 됐다”며 “우리는 꼭두각시 공주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개돼지가 아닙니다. 100초짜리, 9분 20초짜리 정성스런 헛소리가 아닌 책임있는 사과를 촉구합니다. 물론 그 사과는 당신이 하야했을 때 진정성을 조금이나마 담아낼 수 있다고 단언합니다”고 말했다.
이학선(18) 씨도 “선거권도 없는 우리가 이곳에 와 있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헌법이 개인 앞에 유린되고 선배님들이 피로서 지켜낸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을 보며 참담한 심정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허락 없이 이양한 박근혜는 이미 민주공화국 대통령이라 할 수 없습니다. 헌법을 유린하고 민주주의를 부정한 박근혜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에 응답하여 즉각 하야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우주의 기운을 담아 외치고 싶다”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2순위 총장 후보 임명을 거부하며 9일째 단식 중인 박상연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국정원 대선 개입설, 세월호 사태, 백남기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부터 우리의 시국선언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왜 정치질을 하느냐는 시선에 시국선언을 지우고 고쳤다”며 “우리가 지운 것은 시국선언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우리의 주권이었다. 때문에 이 자리에서 다시 시국선언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생각하는 민주주의에서 시국선언은 이 시국의 주인인 바로 우리의 철저한 반성과 다짐, 행동만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다른 사람들이 분노할 때 우리는 왜 가만히 있었는가. 그 모든 사실을 정치질이라는 말로 우리가 멀리하지 않았나. 올바른 민주주의가 서는 그 날까지 경북대학교가 앞장서서 함께 해 나겠습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수성구 시지에서 온 전업주부 손정아 씨는 “일본 구마모토에서 지진이 났을 때 아베가 밥 먹다 말고 26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진이 났을 때 어땠나. 정부에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며 “박근혜 대통령 당신은 임기 내에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국정을 운영했다.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 드러났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스스로 용퇴하라”고 말했다.
이들은 1시간 30분 동안 대회를 마친 뒤, 삼덕소방서-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중앙로를 거쳐 2.28기념중앙공원까지 약 2.3km 거리를 행진하며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대구에서는 평일 오후 7시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에서 시민시국발언대가 열리며, 오는 11일 2차 대구 시국대회가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