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선 긋는 개국공신 유승민, 주호영

‘박근혜 비서실장’에서 ‘배신의 정치’까지, 유승민 의원
정윤회 문건 파동 후 정무특보 역임, 주호영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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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비서실장’에서 ‘배신의 정치’까지, 유승민 의원
“이건 나라가 아니다”, “전경련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일성
2004년부터 박근혜 최측근에서 보좌···최순실 몰랐나?

“어젯밤 (JTBC)보도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정말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사상 초유의 국기 문란에 국정농단이라고 생각한다”

유승민 의원(동구을)이 지난달 24일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다음 날 열린 서강대 강연에서 한 말이다. 명확한 증거가 공개된 후 유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대표 비서실장을 지냈고,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 공신으로 꼽힌다. 박 대통령 지근거리에서 보필해온 ‘원조 친박’ 유 의원이 최순실 의혹을 두고 마치 몰랐던 일처럼 반응하는 것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유 의원은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제기한 ‘최태민 보고서’ 의혹을 최전방에서 방어했다. 당시 정책메시지총괄단장을 맡은 유 의원은 2007년 7월 19일 대선 후보 검증 청문회를 마친 후 “최태민 씨는 박 후보의 처남도 아니고 큰 형도 아니”라며 “14년 전에 돌아가신 분 얘기를 왜 꺼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측은 최태민 일가가 박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재산을 불리고, 육영재단과 영남대 재단에서 전횡을 일삼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심지어 최태민과 박 대통령 사이에 자식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후보 검증 청문회에서 DNA 검사라도 받겠다고 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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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측에서 관련 의혹을 계속 제기하자 그해 8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명박 캠프가 국정원과 내통해 추악한 정치공작을 벌여왔으며, 금품까지 제공하면서 박 후보를 음해하도록 사주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그 무렵 함께 박 대통령을 보좌했던 전여옥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 최근 잇따라 박 대통령과 최순실 관계를 증언하고 있으므로 유 의원이 최순실-정윤회 부부를 몰랐다는 건 신뢰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이 일면서 다시 관련 의혹이 일자 유 의원은 “2004년 초 당시 박근혜 의원실에 갔다가 정 씨로 추정되는 사람이 있는 걸 본 적 있지만, 정식으로 만난 적은 없다”며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 독자적 권력을 행사할 정도도 아니”라고 재차 박근혜 대통령을 둘러싼 비선 존재를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는 유 의원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문건 유출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0일 한겨레를 통해 미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씨 관계가 알려지고, 유 의원은 22일 SBS 라디오에 출연했다. 이때까지도 유 의원은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했다. 유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 대한 의혹 제기, 이것은 야당이든 언론이든 팩트에 근거해서 얘기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국민적 의혹을 살 만한 단서나 증거가 제시되면 성역 없이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유 의원은 점점 수위를 높여 가며 공세를 펼쳤고, 최순실-박근혜와 분명한 선 긋기를 이어갔다.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는 전경련 해체를 국회에서 주장해 주목받기도 했다.

유 의원은 지난달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왜 국회가 전경련 부회장을 여기에 출석시켜 가지고 저렇게 오만한 답변을 듣고 있어야 되느냐”며 “부총리께서 지금 정부의 책임자이시면 이런 데 분노를 느끼셔야 된다”고 추궁했다. 하지만 이승철 부회장에게 직접 질의를 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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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은 JTBC의 태블릿 PC 보도 이후 “이건 나라가 아니”라며 강도 높게 박근혜 정부를 비판했다. 10월 25일 박 대통령 첫 번째 대국민 사과도 “대통령의 사과 발언은 최순실 씨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불법 여부에 대해 전혀 설명이 안 됐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두 번째 사과 담화 역시 “국민이 듣고 싶은 진실을 모두 고백하지 않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히지 않은 점은 국민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기엔 크게 모자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전히 박 대통령을 오랫동안 측근으로 보좌하고,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공을 세운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정윤회 문건 파동 후 정무특보 역임, 주호영 의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보다, 당내 권력 투쟁 몰두

주호영 의원(수성구을)은 2015년 2월 김재원, 윤상현 의원 등과 박근혜 대통령 정무특보로 임명됐다. 앞서 2014년말에 불거진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인적 쇄신 여론이 높아지자 박 대통령은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 대신 이병기 국정원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하고, 당정 소통을 원활케 한다는 명분으로 현역 국회의원 3명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주 의원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러닝메이트로 당내 원내대표-정책위의장 경선에서 승리해 정책위의장직을 맡고 있었다. 주 의원은 당시(2014.12.5)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것은 수사기관이 정밀하게 밝힐 테고 정쟁을 통해 공방을 하는 것은 무용한 의혹만 확대재생산하고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청와대 비선 논란을 단순 의혹으로 치부했다.

주 의원은 같은 해 12월 13일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비선 실세 논란은) 필요하다면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비롯한 국회 본연의 책무를 이행하는 것과는 별개 사안”이라고 야권의 정치 공세로만 규정했다.

다음 해 2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 실세 논란으로 촉발된 인적 쇄신 요구 여론에 밀려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를 개편했고, 주 의원을 정무특보로 임명했다. 2012년 대선에서 새누리당 대구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한 주 의원은 정무특보 임명으로 이른바 ‘신新박’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했고, 무소속 출마 후 당선돼 당에 복귀했다. 이를 계기로 다시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가 된 주 의원은 최순실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진상 규명보다 당 지도부를 향한 공세에 집중하는 모양새를 보인다.

정종섭 의원과 함께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주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미르재단의 이란 K타워 사업 참여 의혹을 규명하려 할 때도 별다른 제스처를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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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지난달 31일 대구 의원 중 유일하게 새누리당 비박계 회동에 참석, 지도부 사퇴를 위한 연판장에 서명했고, 지난 2일 새누리당 지도부,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이정현 대표의 ‘(박근혜 대통령은) 사랑하는 동생도 청와대에 안 들여놓은 분’이라는 표현과 ‘나도 연설문을 쓸 때 도움을 받는다’는 표현은 전혀 상황에 맞지 않고 사려 깊지 못한 발언”이라며 “(대통령을)보좌한 사람 책임지라는 소리에 이 대표도 한 축”이라고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