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문화재단 ‘수성못 페스티벌’ 용역업체 선정 비리 드러나

    친분으로 업체 선정, 한 업체는 ‘떨어지기 위해’ 견적서 제출하기도

    14:02

    수성문화재단(이사장 이진훈)이 지난해 진행한 ‘2015 수성못 페스티벌’ 예산 사용에서 비리가 드러났다. 축제 관련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재단 직원과 친하다는 이유로 업체를 선정하거나, 수의계약시 필요한 대비견적서를 미리 내정한 업체가 임의로 꾸며 채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오후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는 수성문화재단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벌이면서 수성문화재단의 ‘2015 수성못 페스티벌’ 부실과 비리 문제 규명에 집중했다. 석철 수성구의원(무소속)은 112쪽에 달하는 수성못 페스티벌 회계 분석 자료를 토대로 문제를 지적했다.

    ▲11월 17일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수성문화재단이 지난해 치른 2015 수성못 페스티벌 부실 문제를 규명했다.
    ▲11월 17일 수성구의회 사회복지위원회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수성문화재단이 지난해 치른 2015 수성못 페스티벌 부실 문제를 규명했다.

    석 의원은 축제를 위해 고용한 단기계약직 출근부 허위 기재, 사진 용역 업체 선정 부실, 축제 평가 용역 처리 과정 부실, 물망이 조형물 설치 용역 부실 및 수의계약 쪼개기 의혹 등을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재단 직원과 친하다는 이유로 용역 업체를 결정되거나, 업체를 내정한 상태에서 계약 절차를 꾸며 진행했다는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사실상 대부분의 용역 업체를 미리 내정한 상태에서 형식적인 모양새만 갖춘 셈이다.

    특히, ‘페스티벌 기록사진 촬영’ 용역은 두 개 업체의 대비견적서를 검토했는데, 문화재단은 비용도 비싸고, 사업자등록도 없는 업체를 최종 용역 업체로 선정했다. 석 의원은 “축제 촬영 용역에 두 개의 대비견적이 들어왔는데, 하나는 사업자등록이 없고, 다른 하나는 있다. 그런데 사업자등록이 없는 곳을 선택했다”며 선정 경위를 물었다.

    이에 수성문화재단 관계자 배 모 씨는 “동호회 개념으로 운영하던 사람들인데 친분도 있던 사람들”이라며 “수성사랑음악회나 다른 행사 촬영 거래도 해왔던 사람들이어서 믿고 맡긴 게 있다”고 답했다. 객관적 평가 기준이나 입찰 단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친분’으로 맡겼다고 실토한 것이다.

    더구나 배 씨는 기록사진 용역 업체 선정 과정에서 두 업체의 대비견적서를 모두 선정된 한 개 업체가 제출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용역 업체가 내정했고, 형식적인 절차만 진행한 것이다.

    배 씨는 두 업체의 대비견적을 어떻게 받았느냐는 석 의원의 물음에 “한 업체에서 둘 다 받았다”고 답했다. 또 “여기다 줄려고 작정하고 받은 거냐”는 물음에도 “네, 죄송합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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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촬영용역 견적서. 왼쪽이 입찰받은 업체의 견적서다. 오른쪽 입찰에 떨어진 업체는 사업자번호도 있는 정식 업체였지만, 입찰은 왼쪽 업체가 받았다. 실제 용역은 드론 촬영이 제외돼 비용면에서도 왼쪽 업체가 25만 원 가량 비쌌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축제 홍보 관련 업무 용역에는 매번 P업체가 견적서를 제출했는데 이 업체는 번번이 용역을 따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업체는 축제가 끝나고 두 달 뒤인 지난해 12월 폐업했다.

    실제로 P업체가 해당 용역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도 미지수다. P업체는 SNS 운영, 배너제작 뿐 아니라 기획, 연예인 섭외 등 가리지 않고 견적서를 제출했다. 석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했는데, 담당자의 답변이 기괴하다.

    석철
    그런데 대비견적은 희한하게 한 업체인 P업체가 들어 와있죠. 왜 그런가요

    담당자
    한 업체에서 받았습니다.

    석철
    그럼, P업체는 무조건 떨어지기 위해서 넣는 거예요?

    담당자
    결론적으로 그렇게 됐습니다.

    석철
    P업체 폐업했죠?

    담당자
    그것까진 모르겠습니다

    석철
    폐업한 업체입니다. 확인해보십시오. P업체는 도대체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습니다. SNS, 배너부터 모든 품목을 다 취급하세요. 심지어 기획까지, 무대도 만들 수 있고, 연예인도 부를 수 있고.

    명목상으론 2개 이상 업체 견적서를 받아 검토한 듯 보이지만, 사실상 한 개 업체는 떨어지기 위해(?) 실제로 용역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도 견적서를 제출토록 꾸민 것이다.

    석 의원은 “문화재단은 예산을 아낄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이라며 “싸고 질 좋은 걸 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돈 많으니까 무조건 어디든 불러서 처리만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 수성구는 자체 감사를 통해 문화재단 문화정책지원실장 등 3명을 훈계 조치하는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수성구 감사관실 관계자는 “돈을 횡령한다든지 이렇게 해야 경징계가 된다”며 “그렇지 않고 일단 돈은 정확히 전달했고, 다만 실무자가 신규로 들어와서 업무처리에 미숙함이 있었고,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보고 훈계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10월 2~4일 수성못 일원에서 열린 '2015 수성못 페스티벌' [사진=수성구]
    ▲2015년 10월 2~4일 수성못 일원에서 열린 ‘2015 수성못 페스티벌’ [사진=수성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