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AWP풍력발전, 전략환경영향평가 허위·조작 주민동의서 제출 의혹

    “대구지방환경청, 허위 작성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부동의해야”

    20:47

    얼마 전 백지화된 영양댐 건설 추진으로 8년 동안 몸살을 앓은 경북 영양군민들. 인구(2014년 기준 18,408명)가 적고 미개발 지역이 많다는 이유로 대규모 개발 사업에 노출된 영양군은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으로 군민들의 생존권 침해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영양읍 무창리~수비면 송하리 일대에 풍력발전기 27대를 건설하려는 미국기업 AWP(AnyWindPowerEnergy)가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에 첨부한 주민동의서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풍력발전 건설 추진지역 1.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AWP가 제출한 주민동의서 중에는 사망한 사람 이름이 포함된 사례와 동일한 사람이 여러 장을 쓴 사례 등 대규모 조작행위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풍력발전반대 영양·영덕군민, “대구지방환경청, 허위 작성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부동의해야”

    영양영덕풍력발전반대

    22일 오전 10시 30분 영양군민 30여 명은 대구시 달서구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WP 영양풍력사업은 부동의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몇 장의 주민동의서로 주민과의 협의절차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풍력발전시설과 1.5km 이내 주민과의 사전협의의 근거로 회사측이 제시한 주민동의서는 상당수가 허위로 작성되었다”며 “이 사실은 풍력예정지역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마을주민들이 모여서 동의서 하나하나를 검토하면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동의서중에는 다른 사람의 명의를 도용한 경우, 같은 사람이 여러 장을 쓴 경우, 해당지역이 아닌 다른 마을 사람 이름인 경우, 마을에 살지 않는 사람, 마을 사람들도 모르는 이름의 사람들이 작성한 경우, 이혼한 배우자의 이름까지 사용한 경우, 다른 사람의 도장을 사용한 경우, 심지어는 동의서의 필체가 동일한 것이 상당수 있다”며 “평가서에는 송하리에 사는 60대 황00에게 청문조사를 했다고 나옵니다. 그러나 송하리에 황 씨 성을 가진 사람이 두 분 있는 데 한분은 90대 할머니이고 다른 한분은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합니다. 이 또한 거짓, 허위 작성”이라고 주장했다.

    영양·영덕군민들은 기자회견 후 정병철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만나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풍력단지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 공동대표인 조재영(53, 영양군 수비면) 씨는 “환경부가 환경보전 필요성이 있는 장파천 일대는 영양댐 건설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려서 그것을 믿고 8년 동안 싸웠다. 그런데 똑같은 위치에 있는 산에 풍력발전기를 짓겠다고 한다. 환경부가 자기부정을 하지 않으려면 그것도 부동의해야 한다”며 “하천은 보호해야 하고, 산등성이는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자기부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병철 청장은 “주민 여러분들이 제출한 자료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검토하겠다. 저희들 능력이 안 되는 부분은 전문가 검토를 받아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영양, 영덕군민들이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AWP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주민동의서 거짓 의혹에 대한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영양, 영덕군민들이 대구지방환경청장에게 AWP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주민동의서 거짓 의혹에 대한 자료를 전달하고 있다.

    대구지방황견청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주민동의서 부분은 허위 작성이더라도 부록으로 첨부된 것으로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동의 여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객관적 기준에 따라 진행해 12월에는 부동의/동의 여부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후 영양군민들은 AWP와 환경영향평가회사를 환경영향평가법 위반 및 사문서위조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북 영양 AWP 풍력발전 추진 지역. [사진=AWP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중]
    ▲경북 영양 AWP 풍력발전 추진 지역. [사진=AWP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중]

    권영택 군수 당선 이후 풍력발전 추진
    주민 반대, 천연기념물 풍부한 자연환경 훼손 우려도

    영양군은 권영택(54) 군수가 당선된 이후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며 2007년부터 대규모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앞장섰다. 영양댐 건설 추진도 건설업체 대표 출신인 권 군수 작품이었다. (주)영양풍력발전공사가 2009년 석보면 일대에 풍력발전기 41기 건설을 완료하면서 우후죽순 풍력발전 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AWP도 그 중 하나다.

    울릉도를 제외하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영양군. 개발사업은 영양군 내에서도 인구가 적고,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많은 곳에 집중됐다. 가장 먼저 풍력발전기가 들어선 석보면은 2014년 기준 인구가 2,308명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843명으로 36.5%에 달한다. 또, 영양댐과 풍력발전단지를 들이려는 수비면은 2014년 기준 인구 1,922명이며, 65세 이상은 643명으로 33%를 차지한다.

    대다수 고령자인 데다 인구밀도(명/㎢)가 10명 내외인 지역 특성은 AWP가 주민동의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쉽지만, 반대로 주민들이 확인하기도 쉽다. <뉴스민>이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에 첨부된 270장의 주민동의서를 검토해 봐도 유사한 필체가 수십 곳에 나타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민들 주장대로 동일한 이름이 2번 나타난 사례도 확인할 수 있었다.

    ▲AWP가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주민동의서 일부
    ▲AWP가 작성한 전략환경영향평가본안 주민동의서 일부

    이러한 특성 탓에 영양군이 앞장서자 기업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영양군으로 몰렸다. AWP도 2014년 7월 군관례계획 결정 입안을 제안했고, 이듬해 3월 영양군에 입안신청을 했다. 그해 3월 주민의견 청취, 관련기관 협의, 본 사업 공람공고가 이뤄졌고, 4월 주민설명회도 개최됐다. 5월 환경청과 전략환경영향평가보고서(초안) 협의를 진행했고, 사업 공청회까지 이어졌다. 당시 대구지방환경청은 ‘소음(저주파)에 대한 영향예측을 통해 적정입지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검토의견을 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육상풍력발전에 대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이미 2011년 풍력발전단지 환경평가방안 연구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석보면에 위치한 영양풍력발전단지를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환경영향평가서상 제시된 자료를 보면, 개발로 훼손되는 부지 내에 생태자연도 1등급과 녹지자연도 8등급지가 포함되어, 입지선정이나 계획 수립상 문제가 있음이 나타났으며, 운영 시 관리상태도 매우 부실한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풍력단지저지 영양·영덕공동대책위는 “실제로 AWP풍력사업예정지역은 산양(천연기념물217), 수달(천연기념물330), 담비(멸종위기종 2급),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324-4), 매(멸종위기종 1급), 삵(멸종위기종 2급), 하늘다람쥐(멸종위기종 2급) 등 다양한 천연기념물들과 멸종위기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태적 다양성이 풍부하고 보존가치가 뛰어난 실질적인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핵발전, 화력발전이 문제가 있자 재생에너지라며 풍력발전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풍력발전도 지상보다는 해상발전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유는 재생에너지가 자연을 파괴하고 주민 생존권을 파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