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퇴진은 민주개혁의 시작점, 몸통인 재벌을 드러내자

[기고] 박근혜 퇴진 시위에 대한 제언

12:00

민주개혁 요구를 전면화하고 ‘선결 청산과제’를 채택하자!

우리의 목적은 민주개혁이다. 박근혜가 물러나면 민주개혁이 오는 것이 아니라 그 역이다. 민주개혁 투쟁의 결과로 박근혜 퇴진이 가능하다.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을 ‘박근혜 국정농단’으로 개명하자. 민주개혁은 단순한 비리 차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이 벌인 반국민적 행동과 정책에 대한 규탄으로 확산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박근혜 퇴진은 요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시위대가 민주개혁 요구로 정체성을 확고히 하지 않으면 조선일보도 원하는 박근혜 퇴진이나 탄핵과 동시에 시위대의 민주개혁도 붕괴한다.

야당 대권주자의 정치공학에 민주개혁이 실종될 수도 있다. 이제는 박근혜 퇴진과 함께 선결 ‘청산과제’를 제시하고 시위대와 국민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첫째, 비정규직 노동관련법 폐기와 개정 둘째, 청년실업 대책 마련 셋째, 사드 배치 결정 폐기 넷째, 위안부 협상 파기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다섯째, 개성공단 재개 여섯째, 국정교과서 폐기 등이다. (이 요구사항은 필자의 임의 제안이며 활동가들이 보다 전문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

민주개혁의 독자적 대오로 발전시키자

현재 우리에게는 두 가지 정치과정이 있다. 하나는 국회라는 제도과정이고 또 하나는 시위대오이다. 우리는 민주개혁 시위대오로서 독립적 정체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근본적이고 원칙적인 민주개혁의 보루이어야 한다. 야당과 다른 정체성을 구축해야 한다. 야당은 결국 박근혜가 퇴진하거나 탄핵되면 모든 정치를 다시 국회로 가져갈 것이다. 그러면서 시위대의 민주개혁 요구는 최소화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야당을 견제해야 하고 분명한 독자성을 가져야 한다.

집회에서 공식적으로 야당 대권주자들이 연설하고 인기몰이 하는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우리 시위대의 민주개혁 요구는 야당 집권 도구로 전락하고 그 요구도 최소로 축소된다. 그들이 그치면 우리도 그치게 된다. 다만, 필요할 때 시위대와 야당이 연합집회를 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연합집회를 통해 국민적 힘을 규합하고 야당에 민주개혁의 선명성을 요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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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본체인 재벌을 드러내자

박근혜 체제는 재벌과 수구보수 세력의 연합체다. 야당 집권은 재벌과 자유주의적 보수 세력의 연합이다. 박근혜 빼고 그들이 모두 연합하여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하면, 그것이 바로 보수대연합이다. 거기에 미국까지 포함하면 친미보수대연합이다. 이들 사이의 경쟁과 연합이 곧 한국사회의 ‘지배 틀’이다. 자유주의 세력은 보다 합리적이며 민주주의에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다. 하지만 근본에서 재벌의 하위 파트너로서 일하는 사람들을 수탈하고 억압하는 체제다.

지난 노무현 정권은 그 전형을 보여주었다. 오늘 우리 진보세력에 있어서 현실적인 정권교체 목표는 자유주의적 보수주의세력으로 교체에 그칠 수 있다. 하지만 장차 야당집권보다 더 높은 사회 변화를 위해 재벌의 본 모습을 시민에게 드러내고 이를 규탄하는 시위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재벌과 박근혜 사이의 뇌물죄 성립에 주목해야 하고, 노동자·민중에 대한 친미보수연합체제의 가혹한 경제 억압을 폭로해야 한다.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나아가자

이번 시위대중은 정치에 대한 정의감으로 출발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민들의 자유발언 중심으로 집회를 전개한 것은 옳다. 중·고등학생의 자유발언은 우리를 감동시키고 시위대의 도덕적 정당성을 드높인다. 그런데 이제는 다양한 민주개혁 요구를 전면화하여 중·고등학생을 포함하여 시민의 수준과 실정에 맞게 민주개혁 요구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시위과정에서 신속하게 정치의식을 발전시킨다는 점은 충분히 경험했다. 이제 발언 비중을 그동안 민주개혁을 위해 싸워온 단체 대표활동가 중심으로 옮겨, 시민발언과 적절히 배합해야 한다.

단체 대표활동가들은 박근혜 정부의 총체적 모순과 선결해야 할 과제를 시민에게 설명하고 설득하여 동의를 구해야 한다. 민주개혁의 내용 제시도 낮은 데서 높은 데로 나아가야 한다. 기성 언론에 의해 왜곡된 시민들의 의식을 교정하는, 민주개혁의 정치교육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대중에 따라서 싸우지만, 대중을 추수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노동자 민중이여 선봉에 서자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박근혜 퇴진 촉구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박근혜 퇴진 촉구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집회 참가자는 대개가 노동자 민중이다. 학생들도 졸업하면 노동자가 되고 민중이 된다. 시민의 실체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중이다. 박근혜 퇴진운동의 실체는, 그 내면을 보면,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중의 분노에서 비롯한다. 이제 제도세력에 길들여져 시민과 민중이 분리된 이 착각을 벗겨야 한다. 민중으로 파악된 시민이 아니라 자유부르주아지 의식으로 파악된 교과서식 시민 개념은 이제 넘어서야 한다. 우리는 시민을 민중으로 읽어내야 한다. 시민적 요구란 자유부르주아지의 요구가 아니라 일하는 민중의 요구이어야 한다.

중·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왜 시위에 많이 참여하는가. 정치과정에 대한 단순한 정의감으로 보이지만, 사실 그들의 근본적 역동성은 경제적 어려움과 장래의 불안감에서 비롯한다. 그래서 정유라의 특권 일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 시위대가 가진 최고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일하는 사람이다. 노동자, 근로민중이야말로 우리 시위대의 정체성이다. 그러면 조직된 노동자, 비정규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 노동자가 이끄는 시민대오! 이것이야말로 우리나라 민주개혁의 유일한 희망이다!

이번 운동은 민주주의 투쟁이다. 지향 목표는 노동자가 주도하는 민주주의 투쟁이다. 현재는 추상적 민주주의와 청와대 권력교체로 단순화한 민주주의 요구에 머물고 있는데, 이를 발전시켜 재벌과 수구보수세력이 억압한 모든 민주주의 요구를 드러내어야 하는 단계에 있다. 즉 민주주의 요구에 대한 구체화와 전면화 국면이다. 이를 주도할 세력은 ‘사회구조’로 볼 때 노동자 세력이다. 하지만 ‘현재’ 노동자대중이 정치적으로 가장 뒤처져 있다. 그동안 경제주의 운동에 머문 결과다. 노동자는 자기 이익에 몰두할 뿐 전 시민, 즉 민중을 이끌 정치적 관심이 없다고 여겨져 왔다. 어쩌면 이번 기회는 그 역량을 키우는 것이 목표의 최대치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제대로 밟지 않으면 자유주의 보수 세력인 야당 대권주자들의 정치공학에 우리의 운명을 맡기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직은 그럴지라도, 우리는 이번 국면을 노동자가 주도하는 독자적 민주주의 세력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만들어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