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교수·학생·동문 “2순위 총장 취임 거부”…김상동 총장 취임식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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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월 동안 총장 공석 사태 끝에 교육부가 2순위 김상동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임명한 데 대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는 25일로 예정된 제18대 김상동 총장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했고, 구성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2순위 총장 취임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경북대학교 총장추천위원회는 지난 2014년 선거를 통해 총장 후보자 1순위 김사열(생명공학부), 2순위 김상동(수학과) 교수를 추천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고 총장 임명을 거부하면서 2년 동안 공방을 벌여왔다. 그러다가 올해 8월 선정관리위원회를 열어 동일한 후보를 재추천했고, 교육부는 10월 24일 2순위 후보자인 김상동 교수를 총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후 교육부 결정에 반대하는 교수, 학생들이 25일부터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며 2순위 총장 임명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24일 오후 2시 행동하는 경북대 교수연구자 모임, 이것이 민주주의다 학생실천단, 경북대학교 민주동문 준비모임은 경북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순위 총장후보 임명 사태를 절대 간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총장2순위임용거부

이들은 “정당하게 선출된 1순위 후보자는 배제되고 박근혜 정권에 의해 선택받은 2순위 후보자가 총장으로 임명된 것”이라며 “경북대와 유사한 총장 임명의 파행은 많은 국립대에서 거듭되고 있습니다. 부패한 정권이 대학 길들이기를 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학자율성 파괴의 극치를 보이고 있는 현 2순위 총장 임용 사태에 우리 모두 침묵하고 있습니다. 이 모순에 눈감는 것은 대학자율성 훼손의 공범이 되는 길”이라며 “경북대학교 공동체의 구성원이 함께 촛불을 들고 한 목소리로 외쳐야 이들의 만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자본과 권력에 길들여지지기를 거부하는 대학, 그리고 진리와 정의를 구현하는 대학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 함께 손잡고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길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엄창옥(경제통상박부) 경북대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의장은 “교수회가 총장 임용 과정의 부당함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픈 가시 같은 역할이지만 교수, 연구자들이 모여 대학민주화를 위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행동하는 경북대 교수연구자 모임’에는 엄창옥 의장, 2순위 총장 임명 후 단식 농성을 벌여온 손광락(영어영문학과) 교수 등 1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북대민주동문회준비모임 주선국 준비위원장은 “88년도에 총장 퇴진 운동을 벌여온 경험이 있다. 경북대의 수치스러움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동문들도 대학 정상화를 위한 운동에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장 임용 문제를 둘러싼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김상동 총장은 25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취임식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김상동 총장은 24일 ‘경북대학교 식구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이번 총장 임용으로 대학자율성이 훼손되었다는 사실은 저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라며 “우리 식구들 가운데 누구도 다치거나 아파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취임식 연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도 “제18대 총장선거와 재추천 과정은 교수회와 총장추천위원회가 주도하고 전체 구성원들의 동의하에 진행되었으며, 정당한 법적 절차와 타당한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재추천 과정에서 두 명의 피추천인은 선거결과에 대해 수용한다는 각서에 서명하였다”며 2순위 후보자 임명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