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개돼지 였는가 / 대구대학교 평범한 학생들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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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정말 개돼지 였는가
평범한 대학생들의 평범하지 못한 시국선언

2016년 11월 7일 이 좋은 계절에 우리는 한겨울보다 꽁꽁 언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있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 중간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여느 평범한 대학생과 마찬가지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는 소설이나 영화의 시나리오에나 나올만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이때까지의 국정은 한 개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이권이 오고갔다는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대학생, 청년, 국민이었기에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대학들이 시국선언을 하였고 대구대생들의 대표인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의 어느 대학교의 평범한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서 다 하니까 하는 것이었으면 우리는 이 자리를 위해 매일 치열하게 회의하지도, 서명을 위해 팔이 아프게 피켓을 들지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전단지를 돌리지도, 밤을 새가며 홍보영상을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평범한 대학생들로써 지금의 이 사태를 참을 수 없어 잠시 평범함을 내려놓은 채 이 자리에 서서 대구대 학우들의 힘을 모아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것이다.

한때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라는 망언이 교육부 정책기획관이란 사람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우리의 주권과 권력을 한 순간에 잃어버린 지금 우리는 그가 말하는 개돼지와 다를 게 무엇인가? 정부가 우리를 개돼지로 보지 않고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는가? 그들이 우리를 개돼지로 만들어버린 지금의 시국을 어찌 모른 척 지나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우리의 주권으로 선출한 대통령에게 우리의 권한을 위임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주권과 권한은 최순실이라는 일개 민간인이 쥐고 흔들고 있었고, 대통령은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꼭두각시행세를 하고도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올해 4월 13일 우리는 민주적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국회의원이라는 이름의 대리인을 뽑아 법을 만들고 정부를 감시하는 우리의 권한이자 의무를 그들에게 위임하였다. 하지만 그 국회는 정부를 감시하기는커녕, 본인들의 잇속을 위해 이번 사태에 동참, 외면, 묵인하였다. 사태가 터진 후 검찰을 도와 모든 의혹을 밝히는데 집중하기보다 서로에게 책임전가와 분열하는 실망스런 작태만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국민의 칼이 되어 위법한 행위를 저지른 자를 오직 법에 따라 심판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정부의 눈치를 보며 지지부진한 수사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오히려 만들어내고 있는 불투명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전문시위꾼도, 종북세력도, 선동세력도, 폭도도 아니기에, 나라를 사랑하는 대학생들이기에 정부를, 국회를, 검찰을 믿어왔고 사태가 잘 수습되길 바랐지만, 자고 일어나면 들려오는 믿기지 못할 소식들이 더해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우리의 권한을 위임한 3권 분립의 세 주체 중 어느 한 곳도 믿지 못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에 우리는 우리의 권한을 직접 행사하고 세 국가권력 주체의 주인인 국민으로써 그들에게 요구 하고자 한다.

하나. 정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관련 인사들을 사퇴시키고, 내부 쇄신을 즉각 단행하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모든 책임이 본인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전권을 중립내각에 이양하고 즉각 하야하라.

하나. 국회는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라.

하나. 검찰은 지금까지의 안개 속 수사를 중단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진행하라.

우리는 학생들의 서명과 지지를 더 얻을 것이며, 활동을 멈추지 않고 대구대 학우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다. 국정운영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으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제 2의, 제 3의 최순실은 다시 등장할 것 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정부가 올바른 국정운영 시스템으로 개혁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정부를 감시할 것이다. 한 평범한 대학생으로써, 한 평범한 청년으로써, 한 평범한 국민으로써 더 이상 우리의 주권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2016. 11. 15.
대구대학교 평범한 학생들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