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죽음 58명···‘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열려

2009년부터 시작, 올해로 8년 차
지난해 62명보다 줄었지만
한 달 5명꼴 여전···동구만 16명 사망

08:08

올 한 해 대구 곳곳에서 무연고로 죽거나 노숙인으로 생을 마감한 시민은 58명. 지난해 같은 기간 62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한 달에 5명꼴로 외로운 죽음이 발생한다.

구·군별로는 동구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북구(11명), 중구, 남구(10명), 서구(6명), 달서구, 수성구(2명), 달성군(1명)으로 뒤를 이었다.

하루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짓(21일)날 저녁 7시, 반빈곤네트워크는 대구 중구 2.28운동기념공원에서는 이들의 죽음을 추모하는 ‘2016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 Homeless Memorial Day’를 열었다.

오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지만, 대구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쪽방 거주민 등 시민 40여 명이 참석해 외로운 죽음을 추모했다. 이들은 저녁 6시 30분부터 분향소를 설치하고, 동지 팥죽을 나눠 먹는 등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21일 저녁 7시 대구 중구 2.28운동기념공원에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가 열렸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어서 추모제 의미를 더 드러내는 것 같다”며 “대다수 시민들이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혐오스럽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동정의 시각”이라고 밝혔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인격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피하거나 사라지길 원하는 혐오 또는 푼돈을 지어줌으로써 관계를 끝내버리는 동정은 노숙인뿐 아니라 장애인,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하는 유사한 시선”이라고 덧붙였다.

서 위원장은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인 것은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개인적 추모의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 돌아가실 수밖에 없게 하는 사회 제도의 한계를 분명히 하고 이를 바꿔내기 위한 행동을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빈곤을 개인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로 치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역 포크가수 구본석 씨의 추모 공연 이후 준비한 분향소에 헌화하며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2009년부터 노숙인들의 외로운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된 추모제는 올해로 8년 차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