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뺑소니 사건’ 보고서 외압 의혹…잃어버린 3일

이민수 씨 가족 대한민국 상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2차 변론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 보고서 진위 두고 증인 채택 쟁점
2017년 2월 8일 3차 변론 예정

16:24

지난 7월 15일 일어난 ‘성주 황교안 총리 뺑소니 사건’ 피해자가 대한민국 정부와 경찰관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두 번째 재판이 열렸다. 경북지방경찰청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사고분석 보고서에 대한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도로교통공단이 작성한 결과와 근거 사이에 논리적 부실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 사고 직후 이 씨가 경찰에 신고한 뺑소니 사고에 대한 조사는 일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장조사가 이루어진 날까지 3일 동안 황 총리 탑승 차량의 행방도 알 수 없어 증거 인멸 우려도 여전하다.

▲7월 15일 황 총리 탑승 차량이 들이받고 부서진 이 씨의 차량. 황 총리 일행은 이 씨 차량을 그대로 두고 성산포대로 향했다.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 보고서 외압 의혹

21일 오전 11시 10분 대구지방법원 제14민사단독부(판사 최정인)에서 성주주민 이민수(38) 씨와 아내, 자녀 등 5명이 7월 15일 당시 차량에 발길질하고 유리창을 깼던 경찰 3명(경북경찰청 김 모 경사, 김천경찰서 김 모 경정, 성주경찰서 김 모 경위)와 사고 차량을 운전한 경찰 1명(경북경찰청 전 모 경사)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2번째 변론이 진행됐다.

이 씨는 “사고 당일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 차를 세웠지만, 경찰관 3명이 주먹과 발길질로 유리창을 깼고, 곧이어 (황 총리가 탑승한) EF쏘나타 차량이 가족이 타고 있던 차를 들이받고 조치 없이 떠났다”며 뺑소니를 주장했지만, 정부와 경찰은 “이 씨가 후진해 고의로 충돌사고를 유발했기에 적법한 공무집행을 했다”며 책임을 이 씨에게 떠넘겼다.

이 때문에 경북경찰청이 도로교통공단에 의뢰한 사고분석 보고서를 놓고도 주장이 엇갈렸다. 이 씨의 법률대리인 류제모(법무법인 우리하나로) 변호사는 “보고서를 보면 쏘나타 앞범퍼 우측면의 손상이 없는 점과 쏘나타 우측 앞 문짝의 타이어 흔적이 호(arc) 모양인 점을 근거로 들어 이 씨 차량이 후진했다고 결론을 냈다. 그런데 이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도로교통공단의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외압이 있었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7월 18일 경북지방경찰청 의뢰로 도로교통공단의 사고 현장조사가 진행됐다.

그러면서 류제모 변호사는 “원고는 거대한 국가 권력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보고서 작성자가 나와서 즉문즉답을 할 필요가 있다”며 도로교통공단 조사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에 대한민국 측 법률대리인 황선익(정부법무공단) 변호사는 “서면 질의를 하면 된다”며 증인 채택이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다음 심문 기일 전까지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와 경찰은 원고 측이 요청한 증거 제출을 꺼리기도 했다. 11월 16일 첫 재판에서 이 씨는 사고 당시 황 총리 차량보다 앞섰던 경찰차에 부착된 블랙박스 영상에 대한 증거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대한민국 측은 증거 제출 요청에 따로 답변을 준비하지 않았고, 황선익 변호사는 “이 씨에 대한 형사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그랬다. 다음 기일까지 제출 여부를 서면으로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다음 재판은 2017년 2월 8일 오후 3시 30분 대구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7월 15일 사고, 18일 도로교통공단 현장조사…잃어버린 3일은?

이민수 씨 측이 도로교통공단 보고서 작성에 외압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7월 15일 오후 6시 10분께 사고 이후 황 총리가 탑승한 쏘나타 차량은 현장을 바로 떠났다. 이 씨는 바로 성주경찰서에 전화해 뺑소니 신고를 했고, 경찰관이 나와 현장을 둘러보고는 떠났다. 당일 저녁 성주경찰서에 가서 간단한 사실조사도 받았다. 이 씨는 쏘나타 차량 번호를 정확히 기억했고, 진술했지만 신고에 대한 어떤 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대신 이 씨는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

▲7월 15일 사고 전 황 총리가 성주읍에서 차량을 바꿔타고 빠져나가고 있다.

이 씨는 15일 사고 이후 차량 수리를 하지 않고, 사고 현장에서 500m 떨어진 정비공장에 차를 보관했다.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다. 하지만 전 모 경사 소유 차량인 쏘나타는 도로교통공단의 현장조사가 벌어진 18일에서야 사고 현장에 처음 나타났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또, 재판에 참석한 경찰 4명은 모두 “대한민국 정부 주장을 원용한다”고 밝혔는데, 황 총리가 탑승한 가운데 별다른 지시 없이 독자적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까지 황 총리는 이 사고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이 씨는 사고 당일 오후 6시 10분께 성산포대 진입도로(편도 1차로)에서 황 총리를 포함한 국방부 관계자가 탑승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차량(EF쏘나타) 앞에 주차했다. 이 씨는 황 총리 탑승 사실을 확정하는 못했지만, 경찰차 수행을 받는 차량 탑승자에게 사드 철회를 부탁하기 위해 차를 세웠다. 그러나 앞서 이 씨를 지나친 경찰차에서 경찰 2명, EF쏘나타에서 경찰 1명이 내렸다. 그러고는 이 씨 차량을 밀기 시작했고, 이 씨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채웠다.

▲경찰은 곤봉으로 이 씨 차량 유리를 부수었다. [사진=뉴스민 자료사진]

이 씨 차량이 움직이지 않자 경찰 3명은 주먹과 발길질로 차 유리창을 치며 내리라고 외쳤고, 이에 이 씨의 딸(10)과 쌍둥이 아들(7)이 놀라 울기 시작했다. 이 씨는 경찰에 “내리겠다”는 뜻을 전하고 발길질을 멈추라고 했으나, 경찰은 둔기로 차량 유리를 깼다. 이 씨는 하차하려 했으나, EF쏘나타가 전진하며 이 씨 차량 오른쪽 뒤범퍼를 들이받고 성산포대로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