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따르면” 차광호 건강문제 없다는 경찰, 상식적으로 살자

굴뚝농성 408일, 구속영장 심사 앞둔 차광호의 건강은 어디 있나

10:23

[편집자 주] 408일 만에 땅을 밟은 차광호 스타케미칼 해고자는 8일부터 유치장에 있습니다. 노사가 민형사상 소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합의했음에도, 건조물 침입과 업무방해를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습니다. 오늘(11일) 오전 10시부터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과연 차 씨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지 않아도 될까요. 굴뚝에 올라 10여 차례 차 씨를 진료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동인권위원장의 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408일을 45미터 높이, 그 좁은 공간에서 지내왔는데 건강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나는 그 동안 열 번을 리프트를 타고 그 곳에 갔다 왔다. 갈 때마다 1-2시간. 그 짧은 시간임에도 나는 그 공간이 무서웠다. 미안한 일이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황장애의 기운은 빨리 그 곳을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만을 나에게 주었다. 하물며 408일이야 어떠하겠는가. 적응이 될 것이라고? 차광호 씨에게 물어보기도 하였지만, 적응 안된다. 우리는 땅위를 직립 보행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 상식이 ‘거룩한’ 법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제대로 된 검진도 없이 경찰서 유치장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이 이루어졌지만 혈액 검사 결과는 바로 나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38.4도의 열이 나는 상태임에도 해열제만 주사하고 유치장으로 입감 조처했다. 진료 기록부의 진단명에는 “fever cause”라고 적혀 있다. 이것은 ‘열이 나기는 하는데 어디서 열이 나는지 모르겠다, 관찰해 보자.’라는 뜻으로 의사들이 사용하는 용어이다. 그래서 당 병원의 의사는 항생제까지 처방해 놓았다. 도대체, 아픈데 아프지 않다고 어떻게 주장할 수 있는가?

이것이 상식의 문제라 한다면 이제 사실의 문제를 생각해 보자. 굴뚝에 올라 온지 중반쯤부터 차광호 씨는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통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기도 한다고 하였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성명서에도 설명했듯이 가슴 통증은 신중하게 생각해야하고 감별해야 할 원인도 많다. 이것은 피검사나 심지어 심전도 검사로도 알아낼 방법이 없다. 증상을 물어가면서, 실제로 내려가자고 설득하기도 하면서, 관찰하는 도리 밖에 없었다. 몇 번의 반복 증상이 있었지만 지난 경과는 생략하자.

문제는 바로 오늘 10일 오전, 다시 가슴 통증을 호소하여 경찰 유치장에서 구미순천향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담당 순환기 내과 교수는 다른 혈액 검사 상 문제는 없지만 가슴 통증 양상으로 볼 때 불안전성 협심증이 의심된다고 하였다. 그리고 심장 초음파도 바로 시행하였다. 그러나 협심증을 진단 및 치료하는 최고의 방법은 심혈관 조영술. 서혜부나 팔목의 동맥으로 가는 관을 밀어 넣고 조영제로 촬영해 가며 막힌 부분이 있나 알아보고, 막힌 부분이 있으면 스텐트로 벌려놓는 치료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시술은 가끔 심정지가 발생하는 등 침습적 진단 치료 기술이어서 간단치가 않다. 그래서 차광호씨는 보다 안전하다고 본인이 생각하는 대구의 대학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하였으나 거부당하고, 그 이 후 아무런 조처도 없이 다시 유치장으로 입감되었다. 경찰은 도대체 무얼 믿고 그러는 것일까? 무지하다고 밖에 할 도리가 없다. 환자 권리 장전에 환자는 자신이 원하는 치료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도대체 누구 그 권리를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구속 영장 청구서엔 정기적 검사에 문제가 없었고 “페이스북에 올라온 자료에 따르면” 차광호는 “대게, 옻닭등 다양한 영양식을 수시로 섭취하여 왔고, 과일은 물론 홍삼, 비타민, 영양제까지 복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매일 꾸준한 운동으로”, “식스팩 사진도 수차례 올리는 등” 건강상 구속 수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럴때 헐~이라는 새로운 표현은 너무도 적절하다.)

몸만 건강하면 우리는 건강한가? 그러나 사람은 몸으로만 살지 않는다. 이런 기본적인 이야기를 서술하는 것이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건강을 이런 식으로 밖에 해석할 줄 모르는 공무원들에게 ‘경의’를 표시할 수밖에 없다.

심장의 문제가 이런 표식으로 이해될 수 없듯이 정서적 문제도 육체의 문제와 직접적 연결이 없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이 우울증에 더 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지나온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드러난 육체적 능력만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노예에 대한 평가에 다름 아니다. ‘뭐든지 잘 견디는 노예’를 사회는 원하는가? 차광호 씨는 자주 눈물을 보였다. 그러나 정기 검진 시 상황을 페이스북에 의사는 올릴 수 없다. 환자가 비밀로 하고 싶은 상황을 의사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은 페이스북을 자료로 제시하고 있으나, 그것은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표현일 수밖에 없다.

차광호가 위험하다고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 합당한 일이었을까? 나는 언제나 그의 우울증이 비극적 행동으로 옮겨질까 노심초사하였다. 경찰은 정황에 대한 그 어떤 이해도 없이 비공식적으로 파악된 자료만으로 구속을 지속시키려고 하고 있다. 아직 차광호 씨에 대한 어떠한 정신과적 진단이 내려진 바도 없다. 육체의 건강만으로 정신의 건강을 단정하려는 노력은 소시장에서 소를 때 하는 태도와 무엇이 다른가?

모든 것이 차광호를 기획 구속하려는 억지처럼 보일 수밖에 없다. 상식과 사실은 뭉개졌다. 가슴 통증이 언제 재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만약의 경우 경찰은 유치장에서 그 어떤 조치를 할 지 궁금할 따름이다. 최소한 제발 상식적으로 살고,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며 살 수는 없을까? 다시 한 번, 제발 상식적으로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