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병원, “대체인력 투입·주동자 퇴사” 노조파괴 제안 청소용역업체와 계약

용역업체 입찰 제안서에 "파업 발생 시 주동자 파악 및 면담"
노조, "병원이 노조 말살 의도로 업체 노조파괴 묵인한 것"

17:35

경북대학교병원이 청소용역업체 입찰 과정에서 ‘노조 파괴’를 제안한 업체를 선정한 사실이 드러났다.

29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가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경북대학교병원 청소도급 제안서를 공개했다. 지난 3월 1일부터 계약을 맺은 (유)동양산업개발(대표자 최진연) 제안서에는 ‘파업 시 노무관리 계획’이라는 항목을 통해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동양산업개발이 제출한 청소도급 제안서(제공=의료연대 대구지부)

업체는 이 문서에서 전북대, 전남대병원 청소 도급 시 무분쟁 사업장을 유지했다고 소개하며, 경북대병원 문제점이 청소용역노조와 업체 간 갈등 심화로 ‘중점관리대상’이라고 명시했다.

제안서에 따르면, 파업 시 대체 인력 확보 및 4개 단계별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업체는 노동조합의 파업을 ‘집단행동’으로 표현하면서, 징후가 보이면 실질적인 대안 검토를 시작하겠다고 제안했다.

사전에 파업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듯 보이지만, 파업 발생 시 대처방안으로 ▲주동자 파악 및 면담 실시 ▲기물파손 및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 확인 ▲법적 사항 대응 구축 및 위법 사항 촬영 등 적극적으로 노조 활동을 위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업체 비상 지원팀을 가동해 대체인력을 24시간 이내 투입해 업무를 정상화하고, 주동자는 퇴사 처리한다는 내용도 있다.

▲(유)동양산업개발이 제출한 청소도급 제안서 일부, 파업 시 노무관리 계획(제공=의료연대 대구지부)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43조에 따르면, 노동조합 쟁의 행위 기간 중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대체 인력을 채용할 수 없으며, 그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노동조합 업무를 위해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제81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실제로 업체의 ‘노조 파괴’ 계획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노조에 따르면, 노조를 탈퇴하지 않으면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아 88명이던 조합원이 이 업체가 들어오면서 42명까지 줄었다.

이날 오후 3시 50분께 일을 마치고,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한 한 조합원은 “(소장이) 해도 너무한다. 둘이서 할 일은 나한테만 시켜놓고, 나를 도와줬다고 다른 직원을 나무라더라. 오전에는 한 번도 앉지도 못했다”고 하소연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를 듣던 다른 조합원은 “그게 다 우리 떨어져 나가라고 그런 거 아니냐”며 다독였다. 이미 업체의 ‘조합원 괴롭히기’는 만연한 듯 보였다.

이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는 “명백한 노조파괴 입찰 제안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 민들레분회’는 29일 오후 4시 기자회견을 열고 “원하청 공동 노조파괴 공작에 굴하지 않고 민주노조 사수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유)동양산업개발 청소 용역 입찰시 제안서에 노조를 파괴하고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한 내용을 함께 제출했다”며 “이러한 불법적인 제안을 받고도 도급계약을 체결한 경북대병원은 결국 노동조합을 말살하려는 의도로 용역업체 노조파괴를 묵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노조와 업체 간 임금단체협약이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20여 차례 조정 끝에 최종 결렬됐다. 노조는 노조 활동보장과 도급비로 책정된 복리 후생비 지급을 요구했으나, 합의하지 못했다.

배윤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조직국장은 “업체는 노조를 파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입찰 시 병원에 제시했다”며 “오늘 최종 연장 조정에도 불구하고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던 같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조정 결렬에 따라, 오는 12월 26~27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한편, 경북대병원 대외협력실 관계자는 “업체와 계약을 맺는 총무팀 담당자가 자리에 없어 오늘은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