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2순위’ 김상동 총장 ‘밀실 취임식’…10분 전 장소 변경·직원 동원 출입구 막아

김상동 총장, 왜 학생들 막느냐 질문에 "네, 감사합니다"...
경북대 총학생회, "이 사태는 총장 퇴진까지 불러일으키는 것"

14:17

경북대학교 학내 구성원들이 총장 임용 과정 진상조사 결과 후 취임식을 요구했지만, 김상동(58) 신임 총장이 취임식을 강행했다. 경북대는 취임식이 열리기 10분 전 장소를 변경하고, 바뀐 장소에는 직원 80여 명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반발하는 학생, 교수들 출입을 막았다.

2일 오전 9시 30분, 이날 김상동 신임 총장 취임식이 열릴 예정이었던 글로벌플라자 2층 효석홀 앞 ‘경북대학교 민주적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범비대위)’ 소속 학생, 교수, 동문 등 50여 명은 총장 취임식을 거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북대 교수회 산하 특별위원회의 진상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취임식 연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효석홀 입구에서 기자회견 후, 취임식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 피켓과 플랜카드를 들고 “2순위 총장 취임식 거부”를 외쳤다. 교수들은 “취임식 말고 시무식만 하라”고 요구했다. 본부 직원들은 행사장 밖에 나가서 시위하라고 요구했지만, 비대위는 행사 시작 전까지 입장 전달 후 나가겠다고 맞섰다.

효석홀에서 직원들과 범비대위가 실랑이하는 사이 9시 50분께 취임식 장소가 경북대학교 본관 5층 중앙회의실로 변경됐다. 이 소식을 들은 범비대위는 급히 본관으로 갔지만, 본부 직원 80여 명이 중앙회의실 앞 계단을 막은 뒤였다.

▲바뀐 취임식 장소 앞을 막고 있는 경북대 본부 직원들.

‘이것이 민주주의다 학생 실천단’ 생물교육과 4학년 박진원(26) 씨는 “취임식 한 번만 미루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습니까. 어떤 방법도 없어 저희가 단식까지 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저희와 대화하지 말자는 것 아닙니까”라고 호소했다.

대치 상황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저마다 피켓을 들고 100여 명까지 모여들었다. 학생들은 평소 안면이 있는 교수, 직원들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직원분들, 부끄러워하고 계신 거 다 압니다. 제발 비켜주세요”라고 외쳤고, 한 직원은 그 자리에서 뛰쳐나갔다. 학생들은 “선생님들 불이익받으시면 저희가 같이 싸울게요. 제발 나오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며 직원들에게 비켜달라고 호소하는 학생들.

취임식을 마친 김상동 총장은 왜 학생들을 막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네, 감사합니다”고 답했다. 김 총장은 환히 웃으며 총장 취임식에 온 내빈 한명 한명과 악수를 나눈 뒤, 취임식을 마무리했다.

취임식이 열리는 1시간여 동안 범비대위와 본부 직원 간 대치는 계속됐다. 김상동 총장이 취임식을 마치고 내려오자, 이들은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라고 외치며 총장실까지 따라 들어갔다. 총장실 앞 좁은 입구에서 취재진과 직원, 학생, 교수들이 뒤엉켜 크고 작은 몸싸움이 계속됐다.

김상동 총장은 11시께 총장실에 권도훈 경북대 부총학생회장과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총학생회 측은 취임식 강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김 총장은 이를 거절했다. 김 총장은 교수회 특별위원회 면담도 거부했다.

권도훈 부총학생회장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대해 정말 분개스럽다. 지금부터 학생들의 힘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이렇게까지 만든 것은 총장 퇴진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총장님께서 스스로 반성하실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형철 물리학과 교수는 “경북대학교 총장은 자랑스러워야 할 자리다. 뒷방에 가서 취임식 하는 것이 총장의 면모라고 할 수 있느냐”며 “경북대 총장은 청와대가 임명하는 것이 아닌, 경북대 구성원들이 직접 뽑는 자리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범비대위는 이날까지 5일 동안 이어오던 단식 농성을 마무리하고, 앞으로 새로운 투쟁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경북대 교수회 산하에 구성한 특별위원회는 총장 재추천 과정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자체적으로 벌이고 있다.

▲김상동 신임 총장.

김상동 총장은 취임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내 구성원) 대다수가 취임식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었다. 취임식을 무한정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취임식 강행 이유를 밝혔다.

장소를 급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김 총장은 “학생들도 나름대로 판단 기준이 있을 거다. 총장 취임식은 오래전부터 예고해왔다. 기자분들도 불편하셨겠지만, 경북대 학생이라면 품위 있게 단상 정도는 비워줘야 한다. 학생들이 단상에 있었기 때문에 장소를 옮겼다”고 말했다.

이어 “이 시점에서 경북대학교가 더 불이익받으면 일어나지 못한다. 구성원 대다수가 동의해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면, 그로 인한 재정 등 불이익은 제가 교육부에 강력히 항의하겠다”며 “(우병우 민정수석 압력설) 저 자신이 충분히 정직하고 솔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치 상황이 대학을 안 건드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