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갑)이 ‘세월호 7시간’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 측 답변서에 대해 배가 침몰하는 데도 대통령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동성아트홀에서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 등이 주최한 ‘세월호 참사 1,000일 강연회’가 열렸다. 강연회에는 박주민 의원과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연사로 초청됐다.

박주민 의원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답변서가)모두 사실이라고 가정하고,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짚어보자”며 박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를 조목조목 따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가 해명을 요구한 세월호 참사 당시 행적 답변서를 15장 분량으로 10일 제출했다.

답변서에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9시 53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대통령 행적이 표로 정리돼있다. 답변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국가보안실로부터 세월호 참사 상황 보고를 처음 받아 검토했다.

당시 사고 신고가 오전 8시 52분께 접수됐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사고 사실을 오전 9시 19분에 인지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발생 1시간이 지나도록 보고를 받지 못한 셈이다. 박주민 의원은 최초 신고부터 오전 10시께까지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 답변서를 따져보는 박주민 의원

박주민 의원은 “최초로 정부가 사고를 인지한 때로부터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대략 1시간 넘게 걸렸다. 청와대가 인지한 후에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데 거의 1시간이 걸렸다”며 “오전 9~10시 사이 이미 배가 급격히 기울고 있었다. 배가 완전히 물에 빠지지 않던 이 시간이 골든타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대통령 보고조차 안 된 걸 공식적으로 자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월호 참사 골든타임 1시간 동안, 대통령 몰랐다 자인
오전 10시 대통령 첫 보고 받고
10시 15분 유경근 위원장 딸과 연락 두절
10시 30분에서야 대통령, 해경청장에 직접 지시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같은 지적을 했다. 박 대통령은 사고 인지 후, 두 차례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한 뒤 오전 10시 30분 해경청장에게 직접 지시를 내린다. 유 집행위원장이 딸 고 유예은 씨와 통화가 끊긴 시간이 오전 10시 15분께다.

유 집행위원장은 “오전 10시반에 세월호는 90%가 물속에 잠겨있었다. 10시 반에는 어떤 지시를 내려도 사람을 구하는 게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힘든 시간이었다”며 “예은이와 10시 15분에 통화가 끊어졌고, 제일 오래 통화하고 문자한 아이들도 길어야 10시 17분이었다. 왜 현실적으로 사람을 구할 수 있는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청와대는 해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전 10시 30분 이후 세월호 관련 박 대통령 지시는 오후 2시 11분에 다시 등장한다. 그 사이 박 대통령은 11차례 관련 보고를 받았다. 약 4시간 만에 지시마저도 구조 지시가 아닌 구조 인원을 확인하라는 지시다.

2014년 ‘보고’ 받았다는 시각
2017년엔 ‘지시’한걸로 바뀌어

박 의원은 “오후 2시 11분, 57분에 ‘지시’했다고 하는데 솔직히 안 믿어진다. 2014년 조원진 의원이 청와대로부터 설명 들었다며 A4 1장 가량 문서를 공개했다. 당시 2시 11분과 57분은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걸로 돼 있다”며 “지금은 오히려 지시한 걸로 바뀌었다. 사고와 더 가까운 때 작성된 것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한참 동안 지시가 없다가 지시한 것이 구조 인원이 왜 틀리냐는 거다. 이게 구조하라는 지시인가”라며 “불이 났는데 몇 명이 다쳤느냐고 물으면, 불을 끄겠나 다친 사람 숫자를 세느냐”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3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방문 준비를 지시했고, 오후 5시 15분 중대본에 도착했다. 그 사이 박 대통령은 머리를 손질했고, 3차례 관련 보고를 받는다. 대통령 답변서는 중대본에서 대통령이 한 질문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박주민 의원은 “중대본에 가겠다고 이야기한 지 2시간 15분이나 지나 도착한다. 그 사이에 머리를 부스스하게 만졌다”며 “더 황당한 건 중대본에 가서 상황을 파악했는데, 그 이후에 지시가 없다. 이게 지금 청와대가 천일 만에 ‘나 잘했다’고 내놓은 공식 입장이다”고 꼬집었다.

‘국민조사위원회’로 직접 진상 규명
더 독립적이고 강력한 ‘2기 특조위’ 

416가족협의회 등은 강제 해산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 7일 ‘416 세월호 참사 국민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세월호 관련 자료를 수집, 연구, 분석, 정리하는 일을 맡는 방식으로, 현재까지 국내외 250여 명이 참여했다.

유경근 집행위원장은 “목적은 아주 단순하다. 진상 조사다. 함께 모인 국민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가는 이미 확인됐다”며 “수사권도 기소권도 없는 민간단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실적인 한계도 인정하지만, 그 한계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보겠다는 포부다”고 말했다.

“매일 그립고, 매일 보고 싶고, 매일 잘 때마다 눈물을 흘립니다. 이제는 가족들이 표현을 잘합니다. 저나 우리 세월호 가족들이 아이들 보고 싶다고 표현하는 것은 불쌍히 여겨 달라는 게 아니고요. 내 아이를 그리워하고 그리워할수록 절대로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의도적으로라도 예은이 사진을 봅니다. 힘들지만 보고 나면 ‘아, 내가 약해졌구나. 더 힘내야겠구나’하는 각오가 생깁니다. 그런 마음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단원고 2-3 고故 유예은 씨의 아버지)

▲유경근 집행위원장

박주민 의원은 제2기 세월호 특조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 특조위 구성 등을 염두에 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도 설명했다.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기존보다 정부로부터 더 독립적이고, 강력한 권한을 특조위에 부여했다.

박주민,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취지 설명도
대통령령 따르던 기존 방식 탈피···예산도 기재부와 직접 소통

박 의원은 “(세월호 특조위는)구체적인 운영방식을 대통령령에 따르도록 돼 있었다. 이번 법안은 위원회가 정하는 규칙에 따른다. 예산 협상도 기획재정부와 바로 접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원은 9명 중 6명을 야당이 추천하고, 업무를 방해하거나 고의적으로 피해를 입힌 경우 면직할 수 있다”며 “수사권이나 기소권은 못 넣었지만, 현행은 두 번만 가능한 특검 요청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검을 요청하면 국회는 반드시 상정하고 의결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회는 3시간가량 이어졌다. 150석 좌석은 일찌감치 가득 찼고, 자리가 없어 통로, 무대 위까지 앉아서 약 300여 명이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