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대리운전업체, 가짜 콜로 ‘카카오 드라이버’ 쓰는 기사 ‘낚고’, 업무정지 갑질

"대구 3개 업체는 되는데, 카카오는 안 된다니..."
대리운전노조, "생계를 볼모로 시장 지키려는 횡포 멈춰라"

17:47

대구 대리운전업체들이 ‘카카오 드라이버’를 쓰는 기사에게 업무 정지를 내리는 등 불이익을 남발하고 있다.

4년 차 대리운전 기사인 김 모(62) 씨는 이달 초 대리운전업체에 5일간 업무정지를 통보받았다. ‘카카오 드라이버(카카오)’ 앱을 통해 손님을 받았다는 이유다. 김 씨는 “회사에서는 계약 해지까지도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업체 전속 기사도 아닌데, 다른 업체에 콜을 받았다고 하루 벌어 사는 기사들 업무를 정지시키는 건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대구지역 대리운전업체 3곳으로 구성된 대구대리운전협의회는 지난해 11월부터 ▲보험 및 순환 차량 비공유 업체 ▲골목상권 침해 업체 등의 콜을 받고 일을 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의회 소속 업체가 대리운전 시장 9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때문에 대리운전 기사 대부분은 이들 업체 중 2~3곳에 가입해 있고, 이 업체들은 콜 프로그램, 보험, 순환 차량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리운전 시장에 새로 등장한 카카오는 이 업체들과 별개로 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보험 제공이나 순환 차량도 운행하지 않는다. 따라서 협의회 공지는 카카오를 사용해 일을 하지 말라는 의미다.

▲(왼쪽) 한 업체에 보낸 업무 공지, (오른쪽) ‘카카오 드라이버’ 사용으로 업무 정지당 한 기사(자료-전국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

한 업체는 “삼사 외 콜 운행하시다가 적발 시 불이익당하시는 일 없도록” 하라며 노골적으로 다른 업체 사용을 막는 내용을 공지하기도 했다. 업체는 대리운전업무규정 제9항 ‘지정장비 및 P/G 사용’ 시 징계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었다.

업체에서 카카오로 콜을 요청한 뒤 기사 신상을 파악하는 일명 ‘낚시콜’로 카카오 사용 기사를 가려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방법으로 업무 정지당한 기사만 현재까지 100명이 넘고, 순환 차량 이용도 못하게 됐다.

전국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는 11일 오후, 대구 남구 세종연합대리운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대리운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대리운전 기사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세종연합대리운전 회장은 대구대리운전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대리운전 기사는 개인사업자이고, 업체는 콜을 연결해주는 중간 역할을 한다. 기사는 업체에 콜당 수수료를 내면서도 더 많은 콜을 받기 위해 2~3개 업체에 가입하는 것이 관행이다. 노조는 기존 업체들이 카카오의 시장 확장을 막기 위해 부당하게 징계한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다.

황창현 전국대리운전노조 대구지부장은 “기사들은 모두 개인사업자다. 3개 업체는 걸쳐 있어도 되는데, 카카오는 안 된다는 건 (기존 업체의)부당한 담합 행위고 약한 대리기사들을 향한 갑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기사들의 생계를 볼모로 시장을 지키려는 횡포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현장 투쟁은 물론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 담합 행위 등을 이유로 대구대리운전협의회를 제소한 상태다. 이달 중 업무정지 명령 등에 대한 가처분 신청도 예고했다.

한편, <뉴스민>은 대구대리운전협의회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 문자를 남겼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