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항 보내면 안 된다” 대구 토론회 열려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지방분권운동본부 주최
이진훈 수성구청장,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 등 패널로

19:01

대구시와 국방부, 국토부가 지난 9일 경북 군위를 시작으로 대구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간담회를 시작한 가운데 대구 내에서도 통합이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12일 오후 2시, 하늘길살리기운동본부, 지방분권운동본부, ‘새로운대구를열자’는 사람들 등 3개 단체는 수성구 범어동 범어도서관에서 대구공항 통합 이전 시민대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 명칭을 ‘대구국제공항과 대구의 미래는?’이라고 정했지만,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연사는 모두 현재 진행 중인 통합이전 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토론회는 김형기 경북대 교수(경제학)가 사회를 맡았고, 윤대식 영남대 교수(도시공학), 이재하 경북대 교수(지리학), 이진훈 수성구청장, 임대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최동석 동구발전협의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석했다.

▲12일 오후 대구공항 통합 이전에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진훈 구청장과 임대윤 위원장은 가장 강하게 민간공항 이전을 반대했다. 이진훈 청장은 영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이후 지역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K2 이전 관련 3가지 방안을 설명했다.

이 청장은 ▲군 공항만 이전하고 대구공항 존치 확장 ▲통합 이전 ▲K2 내 군부대 분산 배치 후 대구공항 존치 확장 등 3가지 안을 설명하면서 “통합 이전은 국토부 부담이 적다. 부대 분산 배치 및 대구공항 존치 확장은 가만히 보면 국가 지원 없이 추진이 안 된다. 국토부가 꺼릴 것이라고 분석돼 있다”고 말했다.

이 청장은 “통합 이전은 정부가 좋아한다.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돈이 안 들어서 손 안 데고 코 푸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이 청장은 “대구의 미래를 위해서 공항은 정말 필요한 것”이라며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대구 시민들의 여론,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고 공항 이전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2공항 소재 기초지자체인 대구 동구청장을 지내기도 했던 임대윤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군 공항만 이전하고 민항은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국방부가 이미 군 공항 단독 이전 계획을 세워둔 상태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2015년 초 국방부가 제시한 K2 신기지 기본구상안을 보면 군 공항 독자 신설 이전 계획을 이미 갖고 있었다”며 “K2 주력기인 F15K는 예천비행장에서 대체 기지 훈련을 하고 있고, 울진공항에는 동해안으로 활주로가 뻗어있다. 군 공항만 단독 이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윤대식 교수와 이재하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은 현재 진행 중인 통합 이전 방식에 우려를 표시했다. 윤 교수는 “신공항 입지가 신공항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면서 “아무 데나 이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대구·경북 시·도민은 물론이고 대구·경북을 벗어난 지역 주민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활성화된 공항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울진, 양양 실패한 공항 사례를 보면 위치와 입지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항공 수요를 확보할 수 없는 위치기 때문에 실패한 공항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중교통 접근성을 가장 중요한 입지 조건으로 꼽았다. 윤 교수는 “대규모 공항 중 도시철도나 철도로 연결되지 않은 공항이 없다”며 “이전하는 공항은 철도나 도시철도로 접근성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하 교수는 대구를 포함한 영남, 호남 등 남부권이 성장하기 위해 대규모 공항과 항구가 필요하다면서 제3의 장소로 경남 창원과 진주 사이에 입지를 선정하고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남부 경제권의 최우선적 개발 프로젝트로 남부권 신공항 건설을 제안한다”며 “남부권 신공항은 관문 국제공항 수준의 충분한 항공수요가 확보될 수 있도록 영남권과 호남권을 커버하는 공항으로 개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준비된 144석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주민이 참석했는데, 주로 공항 소재지인 동구 주민들이 많았다. 이들은 지정토론이 끝난 후 플로우 토론에서 지정토론자들이 동구 주민들의 피해를 너무 알지 못한다고 성토했다.

한 주민은 “수성구청장님이 민항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수성구에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시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주민은 “수성구 일부에도 공항 때문에 피해 보는 곳이 있는데 수성구청장님이 K2 이전이나 일부 고도 제한 피해 지역에 관심 갖고 접근하는 걸 못 봤다”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