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청, 또다시 작은학교 통폐합 강행으로 갈등 조장

대동초 통폐합 갈등···찬반 설문조사 강압 의혹도

17:47

대구교육청의 막무가내식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이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문제를 낳고 있다. 지난해 옛 유가초등학교(달성군)를 통폐합하는 과정에서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대구교육청이 올해 대동초등학교(북구)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같은 갈등을 낳고 있다.

16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대구서부교육지원청 앞에는 초등학생과 학부모 30여 명이 칼바람에도 불구하고 대동초 통폐합 반대 의사를 전하기 위해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대동초교 폐교반대’, ‘산격초 졸업장을 받는 게 웬 말이냐’, ‘전통시장 살리기는 개뿔’이라고 쓴 피켓을 고사리 같은 손에 들었고, 학부모들도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아이 미래 볼모잡는 교육청의 폐교계획 즉시 철회하라’고 쓴 현수막을 들었다.

▲16일 오전, 대동초 학생 학부모들이 대구서부교육지원청 앞에서 통폐합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날 같은 시각 지원청에서는 대동초 통폐합 유관기관 협의를 위한 ‘소규모 학교 통폐합에 따른 지역유관기관 협의회’가 열렸다. 협의회에는 우동기 대구교육감, 통합 대상학교장을 비롯해, 정태옥 국회의원(대구 북구갑)실 관계자, 지역구 지방의원, 북구 부구청장, 북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 등이 참석했다.

교육청, 재학 가정 70%가 찬성···문제 없어
대책위, 지원청이 갖은 방법으로 회유해

교육청은 지난해 4월 대동초 통합 계획을 세우고, 5월 교직원과 학부모회, 학교운영위원회 설명회를 진행했다. 5월 설명회를 포함해 총 다섯 차례 직간접적으로 학부모 및 지역주민 대상 설명회, 대화의 시간을 가졌고, 11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찬·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대구서부교육지원청은 대동초 119개 재학 가정 중 70%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대구교육청 ‘학교 통합을 통한 교육력 제고 프로젝트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학교 통합 추진을 위해서는 전체 학부모의 ⅔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지원청은 해당 기준을 충족했기 때문에 통폐합 추진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동초등 폐교저지 비상대책위는 지원청이 갖은 방법으로 반대 학부모를 회유해서 나온 결과라며 설문 결과에 문제를 제기했다. 5학년 대동초 재학생을 둔 마정자(46)씨는 “처음부터 저는 반대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교육청이 급했나 봐요. 겨울방학 들어가기 전에 저녁 7시 무렵에 담임선생님이랑 교육청 장학사 두 분이 통보도 없이 집으로 찾아왔어요”라고 말했다.

마 씨는 “담임선생님 얼굴을 보니까 너무 민망했어요. 어쨌든 제가 반대를 해서 그렇게 찾아오신 거잖아요. 최대한 말을 빨리 끝내려고 했는데, 장학사들이 집요하게 찬성해달라고 요구했어요”라고 설명했다.

▲통폐합 반대 의사 서명과 조례안 의견서를 제출하려는 학부모들을 경찰이 막고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마 씨와 같은 사례가 많았고, 일부 가정은 학생이 교장실로 불려가 찬성 서명을 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부모님은 타 지역에서 일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도 좀 있는데, 그 애들은 학생을 교장실로 불러서 서명하도록 했다”고 설문조사가 부당하게 진행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이들은 교육청이 갖은 지원책으로 학부모를 회유했다고도 설명했다. 실제로 교육청은 통폐합이 마무리되면 대동초 출신 학생 1~5학년들에게 체육복 구입비를 지원하고, 졸업때까지 현장체험학습비와 졸업앨범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졸업으로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없는 6학년에게는 제주도 졸업여행을 지원했고, 19만 원 상당의 겨울방한복을 살 수 있는 쿠폰도 지급했다.

우동기, “적절하게 처리했다. 앞으로 적법한 절차 거쳐 추진”
지난해 유가초 통폐합 갈등과 판박이

우동기 교육감은 이날 오전 협의회 참석 직전 기자들과 만나 대책위가 제기하는 의혹을 “적절하게 처리됐다”며 일축했다. 우 교육감은 설문조사가 부당하고 편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에 대해 “적절하게 처리했고, 앞으로 과정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가 하는 일을 동의를 안 얻은 걸 얻었다고 할 순 없다. 그런 말은 믿을 수 없고, 될 수도 없다. 정부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관련 의혹을 부정했다.

▲우동기 교육감(가운데)이 대동초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유가초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어서 대구교육청이 통폐합을 추진하면서 무리한 행정을 추진한 결과라는 지적도 인다. 유가초 통폐합 과정에서도 설문조사에 학교장이 개입해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련기사=유가초 교장, 통폐합 설문조사 개입(‘16.7.20)) 교육청은 시의회 등에서 공공연하게 반대 측 학부모 의견 청취보다 통폐합 강행을 공언했다. (관련기사=“반대의견 잠재우고…” 대구교육청에 비치는 나향욱의 그림자(‘16.7.22))

대구교육청은 지난해 12월 27일 대동초를 폐교 처리하는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일정대로면 오는 2월 8일 열리는 대구시의회 247회 임시회에서 해당 조례가 처리된다. 의회 일정상 2월 회기 중 조례를 통과시키지 못하면 3월 새 학기 시작에 지장이 생긴다. 의회는 큰 문제가 없는 이상 조례를 통과시킬 공산이 크다.

유가초를 통폐합하면서도 대구교육청은 시의회에서 관련 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시간이 없도록 촉박하게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 결국 학부모들이 조례 무효를 요구하는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관련기사=학교통폐합 추진 대구교육청, 시의회 거수기로 여기나(‘16.7.18))

대동초 학부모들 역시 조례 효력정지 가처분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대구교육청의 막무가내식 학교 통폐합이 끝 없는 갈등을 낳는 것이다. 교육청은 해당 통폐합을 마무리하면 최소 30억 원의 인센티브를 받게 된다. 교육부 ‘적정규모 학교 육성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을 보면 작은학교를 폐쇄하고 기존 학교에 통합하면 30억 원이 지원되고 120명을 초과하는 학교를 폐쇄할 경우 추가 인센티브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