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전 반대’ 삭발식 연 군위주민, “김영만 군수 사퇴”

    우보면 주민 150명 집회 열어...군위군 “군위 발전에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지시로 추진된 일, 다음 정권 넘기자는 주장도 나와

    18:27

    대구 K-2·민간 통합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경북 군위군 우보면 주민들이 삭발식과 김영만 군수 규탄 집회를 여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하지만 군위군(군수 김영만)은 “국방부 발표 후 의견수렴을 하겠다”면서도 “군위 발전에 공항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0일 공항 이전 반대 집회를 연 군위군 우보면 주민

    20일 오후 1시 우보면 주민 150여 명은 경북 군위군청 앞 인도에서 집회를 열고 “K-2 공항 반대, 김영만 군수 사퇴”를 촉구했다. 박장권(56, 우보면) 우보K-2공항유치반대추진위원장을 포함한 주민 3명이 삭발식도 진행했다.

    박장권 위원장은 “공항이 오면 인구가 늘어나고 경제적 이익이 어마어마하다고 떠들어 대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다. 공항이 그렇게 좋으면 군위에 안 들어온다. 영천시나 구미시가 서로 가져가려고 할 것”이라며 “우리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땅 살기 좋고 정든 내 고향 우보에서 큰 욕심 없이 조용히 농사나 지으면서 살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박철구(56, 우보면) 우보 월성박씨 월계공파 공항반대 대책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야기하고 하루 만에 추진된 일”이라며 “박근혜 대통령 탄핵되고 나면 공항 이전은 다음 정권에 넘겨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이 쌓여 차가운 바람에도 집회에 참석한 우보면 모산, 문덕리 50대~80대 주민들은 하나같이 “군수가 마음대로 밀어붙여 더 화가 난다”며 김영만 군수를 향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주민 가운데 젊은 편인 이순례(63, 우보면) 씨는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에게 나눠줄 어묵탕을 끓이고 있었다. 결혼한 이후 40년 동안 군위에서만 살아온 이 씨는 “우리는 그냥 고향에 계속 살고 싶다. 그런데 군수가 군민과 소통도 전혀 없이 무작정 밀어붙였다. 나이든 농민들 무시하는 처사”라며 “우보주민들 상당수가 공항 때문에 소화도 안 되고, 불안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 아들이 사는 포항에 다녀온 사이 공항 이전 소식을 접했다는 임태연(80, 우보면) 씨는 “공항 추진한다는 소식을 보름 전 듣고 집회에 나왔다”며 “왜 마음대로 공항이라는 걸 가지고 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우석(62, 소보면) 소보K-2공항유치반대추진위원장은 “3년 전 아스팔트 기어 다니며 눈물 질질 짜며 한 표 달라고 했던 김영만 군수가 군위가 땅값도 싸고, 인구도 적으니 공항 오라고 하는 건 군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공항은 군위 어디에도 안 된다. 군위 주민이 다 같이 힘을 모아 막아내자”고 말했다.

    이날 주민들은 약 1시간 10분 동안 집회 후 군위읍 상가를 돌며 공항 유치 반대 행진을 벌였다.

    ▲군위군 청사에 걸린 공항 유치 홍보 대형 현수막

    하지만 군위군은 국방부가 예비후보지를 압축해 발표하기 전까지는 별다른 의견 수렴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동백 공항추진기획단장은 “국방부가 발표하기 전까지 우리는 할 수 있는 절차가 없다. 국방부가 발표하면 주민 의견 수렴도 다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영만 군수가 공항 유치 활동을 벌이는 데 대해서 김동백 단장은 “군위는 계속 인구가 줄고 존립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군수님이 리더로서 생각하는 방향을 피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공항 이전 장점이 부각됐지만, 앞으로는 대구공항 피해사례를 수집하는 등 대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발표한 K-2·민간 통합공항 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지역은 군위군 우보면,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성주군 용암면·고령군 다산면, 고령군 다산면·달성군 하빈면 등 4곳이다. 국방부는 예비후보지를 복수로 발표한 이후 3월까지는 최종 후보지를 선정해 이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