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회, “사업주 부담” 이유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심사 보류

새누리당 일부 의원, "청소년 기준 확대, 근로 포기 통보 권리 부적절"
1시간 논의 끝에 정회...난상토론 했지만 심사 보류

18:39

대구 기초단체 최초로 발의된 달서구 청소년노동인권조례가 상위법보다 더 사업주를 구속한다는 논쟁으로 결국 심사 보류됐다.

3일 오전 10시 달서구의회 복지문화위원회는 김귀화 의원(더불어민주당, 본리·본·송현동)이 대표 발의한 ‘대구광역시달서구 청소년 노동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를 90여 분간 논의 끝에 심사 보류했다. 김귀화 의원은 논의 중 나온 의견에 대해 수정안도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귀화 의원은 “달서구 노사민정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소년 노동의 취약성을 발견했다. 최근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 등 노동현장 취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본 의원에게도 각종 피해사례가 접수되고 있어 구체적인 제도적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조례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조례는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와 노동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청소년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권을 갖고,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와 적절한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등 헌법과 근로기준법, 노동법 등이 정한 내용이 청소년에게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명문화했다.

이를 위해 구청장은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센터,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민관협의체를 두고,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 및 강사 양성, 청소년 고용 사용자 노동인권교육 등을 할 수 있다.

대구광역시달서구 청소년 노동인권 보호 및 증진 조례안

1(목적) 이 조례는 청소년의 노동인권을 보호하고 노동환경을 개선하여, 노동이 청소년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3(구청장의 책무) ① 달서구청장(이하 “구청장”이라 한다)은 청소년이 합법적인 노동환경에서 노동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구청장은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다치거나 인권을 침해당한 청소년을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③ 구청장은 청소년 및 사용자에게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한 교육이 실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특히, 특성화고교에 재학하는 청소년에게는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④ 구청장은 지방고용노동지청, 대구광역시교육청과 협력하여 학교 내·외에 청소년노동인권교육센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⑤ 구청장은 청소년들의 일자리 창출 및 근로환경개선 등에 행ㆍ재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

이날 논쟁이 된 내용은 청소년기본법에 따라 청소년을 만24세 이하로 규정한 것과 제4조(청소년의 권리)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용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등이 상위법인 근로기준법을 벗어난다는 주장이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 “청소년 기준 확대, 근로 포기 통보 권리 부적절”
김귀화 의원, “청소년 연령 수정해서 제정하자” 

복지문화위원 안대국 의원(새누리당, 죽전·용산1동)은 “24세 이하로 규정한 것이 근로기준법은 18세 미만을 청소년으로 보는데 더 강화된 것 같다. 그렇다면 달서구 기업주가 어떻게 청소년 아르바이트를 쓰겠냐”며 “모 기업에서 항의 전화가 온 것도 이런 부분이다. 굳이 청소년기본법을 적용해 (청소년 범위를) 확대시켜 물의를 일으킬 필요가 있나. 오히려 연령을 낮추는 게 낫지 않냐는 지적이다”고 말했다.

이천옥 의원(새누리당, 본리·본·송현동)도 “상위법보다 더 강한 조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저도 마찬가지다. 보통 성인식을 만18세에 하는데, 24세는 성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4조(청소년의 권리) ① 청소년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노동에 관한 권리를 갖는다.

② 청소년은 법에 따라 정당한 처우와 적절한 임금, 산업재해로부터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

③ 청소년은 언제든지 사용자에게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④ 사용자가 청소년을 해고할 경우에는 법에 따라 30일 전에 예고하여야 하며, 청소년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두 새누리당 의원은 청소년이 언제든지 근로포기를 통보할 수 있다는 항목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사용자들이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을 많이 채용한다. 학생들이 몸이 좀 힘들거나 하면 언제까지 하겠다는 말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며 “사용자 측면에서는 힘든 면도 있다. 이 법이 정해지고 나면 자기네들(청소년)이 잘못한 부분은 생각지 않고 센터에 신고부터 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사업주는 30일 전에 해고통보를 해야 하는 조항이 바로 다음에 나오는데, 청소년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이렇게 상위법보다 엄하게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귀화 의원

이에 김귀화 의원은 “이 조례는 약자인 청소년에게 한 번 더 보호망을 강화하자는 취지이며, 절대 상위법을 벗어나서 조례가 제정될 수 없다”며 “근로계약서를 쓸 때 청소년도 (계약 기간보다 빨리) 그만둘 경우에 15일 전에 통보한다는 약속을 한다. 근로계약서만 제대로 쓴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홍복조 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도 “근로계약서를 쓸 때 언제까지 일하겠다는 부분이 있다. 만약 사용자들이 청소년에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때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이라며 “사용자들이 이걸 반대하는 부분은 청소년을 고용하면서 법을 안 지키겠다는 거로 보인다. 그래서 이 조례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의원의 지적처럼 중소기업중앙회 대구경북본부가 보낸 의견서를 보면 “노동 관련 문제들은 노동관계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일부 사용자 및 근로자들의 법 위반 관점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며 “노동계 이익만 주장하는 교육을 (하기) 위한 조례 제정은 균형성을 잃은 것으로 입법 당위성이 결여된다”고 밝히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노동계 이익만 주장하는 조례” 반대
1시간 논의 끝에 정회…난상토론 했지만 심사 보류

1시간가량 논의 끝에 결국 복지문화위원회는 정회를 선포하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김귀화 의원은 광범위한 나이 설정에 대한 수정안을 제안했고, 상위법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했다. 복문위 소속 의원 8명 중 배용식(진천동), 안대국, 이천옥(이상 새누리당), 이기주(무소속, 성당·두류·감삼동) 의원 등이 조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정회 시간 중 조례 반대 의원들은 “이 조례가 통과되면 구청장님이 모든 시시비비를 가려 해결해야 한다”, “근로기준법, 노동법도 있고, 근로계약서도 다 있다. 근로자들한테 불이익이 안 가도록 최대한 하고 있는데 경영자들에게 또다시 족쇄를 채우듯이 하면 그 부분은 심사숙고할 부분이다”, “청소년 문제를 마치 여기서 다 해결해줄 것처럼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등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찬성 의원들은 “법 조문보다 확대 해석하고 있다”, “상위법 있다고 안 하면 구의원은 왜 있고, 의원들이 조례 발의를 왜 하나”며 반박하기도 했다.

정회 중 토론에서도 수정안을 만들자는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기주 복지문화위원장은 오히려 토론이 길어진다며 다음 회기로 넘기자는 발언을 여러 번 하며 논의를 마무리하려 했다.

결국 조례안 수정 여부에 대한 논의도 못 한 채 보류된 청소년노동인권조례 심사는 한 달 뒤인 다음 회기로 넘어갔다.

회의가 끝난 후, 새누리당 한 의원은 “입법예고 나오면서 반발이 심하니까 분위기가 이런 거지 조용했으면 그냥 통과될 조례였다”며 “다음 회기 땐 조용하지 않겠나”며 아쉬움을 보였다.

김귀화 의원도 “토론 없이 원안 가결되는 조례보다는 낫겠지만, 토론이 오가면서 수정안이 나올 수 있는데 이미 의원님들이 보류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아서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