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공소장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구 ‘동성아트홀’, ‘극단 함세상’ 포함

동성아트홀은 지원금 탈락으로 폐관 후 재개관
‘극단 함세상’ 탈락, 경북대 김사열 총장 1순위 임명거부에도 영향?

17:08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일 구속기소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의 공소장에 포함된 일명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인 지원 배제 명단에 대구 ‘동성아트홀’과 ‘극단 함세상’이 포함됐다. 공소장에는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에서 배제된 이유로 ‘천안함’ 상영이 기록돼 있다.

동성아트홀은 2004년부터 지원을 꾸준히 받다가 2014년 지원이 모조리 끊기면서 2015년 문을 닫았다가, 시민 힘으로 그해 9월 재개관했다. ‘극단 함세상’은 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공연예술발표 공간 지원’ 사업에 공모했지만, 탈락했다. 공소장에는 ‘지원배제’로 나와 있다.

▲2015년 재개관 당시 동성아트홀

10일 <매일경제>는 ‘특검 “朴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주도”’  보도를 통해 특검팀이 김 전 실장 등을 기소한 공소장에 포함된 374건의 문화예술계 배제 명단을 공개했다. 특검팀은 △정부부처 인사 불법 개입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및 관련 인사 조치 범죄에 박근혜 대통령 피의 사실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명단을 보면 영화 분야에서 대구 동성아트홀이 2014년 8월 25일경 정액지원금 지원배제가 나와 있다. 이유는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이다. 2004년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문을 연 동성아트홀이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관 지원 사업에 탈락하기는 처음이었다.

당시 영진위는 “관객 수나 시설 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 타성에 젖었다”고 이유를 밝혔으나, 타 지원 영화관과 비교했을 때 석연치 않았다. 이후 동성아트홀은 매달 400만 원 적자에 시달리다가 이듬해(2015년) 2월 25일 문을 닫았다. 시민들이 동성아트홀 살리기 운동에 나섰고, 김주성 광개토병원이 인수하면서 그해 9월 18일 우여곡절 끝에 재개관했다.

남태우 동성아트홀 프로그래머는 “영화관은 미술관이나 도서관 같은 공공적 역할을 하므로 정부 지원을 하는 거였다. 동성아트홀은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이 잘 되고 있다고 선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상 받은 영화들을 이 정도 발전한 나라에서 소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죄악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기준을 정해서 관객이 적더라도 지원해준 것이었다”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문서로 드러나지 않았는데 사실로 드러났다. 대자본이 죽이고, 정치권력이 또 한 번 죽인 게 블랙리스트라고 보인다”고 말했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 있는 소극장 함세상. [사진=함세상]

1991년 창립한 ‘극단 함께사는세상은’ 사회 풍자 마당극과 장애인, 탈핵, 한미FTA, 용산참사 등 사회적 소재를 다뤄온 유서 깊은 대구지역 극단이다. 2015년 소극장 문을 열고, 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발표 공간 지원’ 사업에 신청했다가 탈락했다. 사회적 의미를 담은 작품 창작 사업이 아닌, 개관 후 신청한 장소 활성화 사업이었다. 오래된 극장도 지원됐기에 탈락이 의아했다. 공소장에는 지원배제 대상으로 나와 있다.

박연희 극단 함께사는세상 대표는 “2015년 8월에 배제됐다면, 그전부터 예의주시하고 평가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우리뿐 아니라, 여러 작가나 단체들도 있는데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며 “창조라는 말도 붙이고, 수식을 붙여가며 예술 활동 장려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뒤통수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예술인들이 함께 논의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에는 함세상을 포함해 ‘민족예술인총연합(민예총)’ 소속 단체가 많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경북대 총장 선거에서 1위로 선출됐지만, 교육부가 이유를 밝히지 않고 배제한 김사열 교수 총장 임용 문제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사열 교수는 함세상 창단 단원이며,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대구민예총 회장으로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