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회, 또다시 대구교육청 거수기로 전락

교육위 2시간 가까이 교육청 질타하고도, 교육청 손들어 줘

14:49

“개정 조례안에 대해 지금까지 심도있게 심사를 하였고, 정회 기간 중 우리 의원들 간에 충분히 논의하였으므로 의사일조 제3항 대구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을 원안대로···”

“아니 지금까지 그렇게 말씀드렸잖아요. 반대하는 학부모가 ⅔가 넘는다고. 물어봤어요? 제대로. 교육청에서 밤에 10시, 11시에 쳐들어와가지고, 이건 아니잖아요. 시의회가 지역민을 대변한다면서요”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공개 질의와 20여 분 비공개로 진행된 의원 토의 결과는 원안 가결이었다. 배창규 대구시의회 교육위원장(자유한국당, 비례)이 원안 가결에 의원 동의를 구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대동초 학부모가 반발하며 일어나 소리쳤다. 이변은 없었다. 소리친 학부모는 의회 직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이끌었고, 회의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배창규 위원장이 다시 원안 가결 의중을 물었지만, 배석한 다른 의원 4명은 입을 다물었다. 오히려 방청석에서 “표결합시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의가 없으므로, 본 안건은 원안대로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배 위원장이 의사봉을 세 번 내리치면서 1979년 설립 이후 38년 간 수많은 학생들이 거쳐 간 대동초등학교가 문을 닫게 됐다. 대구시의회는 지난해 유가초등학교 통폐합과 마찬가지로 대구교육청에 똑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달라는 당부를 할 뿐 역시 교육청 손을 들어줬다.

▲17일 아침 일찍부터 대동초 재학생들이 대구시의회를 찾아 폐교 반대 의견을 전했다,

유가초 통폐합 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학교 개교 일정과 연계해 촉박하게 발의된 조례안은 앞으로 심의하지 말자”(배재훈 시의원)거나 “유가초나 대동초 처럼 갈등이 첨예한 통폐합 사안은 교육감 또는 부교육감이 상임위에 출석하도록 해야 한다”(배재훈 시의원)는 요구가 나온 정도다.

지난해부터 교육청의 독단적인 통폐합 문제를 지적해온 배재훈 대구시의원(자유한국당, 수성1)이 이날도 교육청의 독단적인 행정을 강하게 비판했지만, 결과는 교육청의 승리였다.

조례안 통과 후 배 의원은 “정회하고 간담회 형식으로 자기 의견을 다 피력했다”며 정확한 찬반 의원 수를 묻자 “정확한 수치를 말씀드릴 순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배 의원은 “통폐합에 반대하신 분들에겐 죄송하게 생각한다. 교육위 온 지 6개월 밖에 안 됐고, 제가 왔을 땐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배 의원은 통폐합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면서 “회의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해외 사례나 다른 지역과 연계해서 예산도 많이 투자해서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 이것이 옳은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창규 위원장은 조례 원안 가결 이유에 대해 “6개월 유보하자는 말도 있었는데 유보한다고 해도 혼란이 없으리란 보장이 없고, 부결됐을 경우 전체 교실 38실 중에 7실만 사용하는 문제도 있다”며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보면 된다. 저분들(반대 학부모)에겐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교육위도 고통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위에서 조례안이 의결되면서 대동초 통폐합과 대구교육박물관은 교육청 계획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오는 22일 본회의 의결이 남은 상황이긴 하지만, 상임위 의견을 존중하는 의회 관례에 비춰보면 그대로 통과될 공산이 아주 크다.

이주호 대동초통폐합반대대책위원장은 “아이들이 받은 상처가 커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다른 학교로 옮겨가야 하니까, 우리들보다 더 큰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상처가 더 크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건 없지만, 교육청 관계자랑 만나 보고,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 어떻게 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의 결과를 기다리던 학생들이 조례안 가결 소식을 듣고 울고 있다,

한편 이날 회의 시작 전부터 대동초 학생 5명이 부모님과 함께 시의회를 찾았다. 이들은 출근하는 시의원들에게 대동초 통폐합 반대 의견을 전했지만, 회의가 통폐합 찬성으로 결론나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