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문명고 학생·학부모 ‘국정 한국사 연구학교’ 신청 철회 요구

학생·학부모, "철회 확답받을 때까지 있겠다"
교장, "절차 문제 없어서 취소 할 수 없다" 입장 고수

15:04

구미 오상고가 신청 하루 만에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철회한 가운데, 경산 문명고 학생·학부모들도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17일 오전 9시 문명고 학생 200여 명은 운동장에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 요구 집회를 벌였다. 또, 문명고 입학을 앞두고 있는 예비 1학년 10여 명과 학부모들도 교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에서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공모에 신청한 곳은 영주 경북항공고와 경산 문명고 2곳이다.

<평화뉴스> 보도에 따르면 문명고 1, 2학년생 2백여 명은 자율학습 시간 전인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가량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역사 왜곡 교과서 철회’, ‘우리들은 국정교과서를 반대한다’ 등의 피켓을 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학생들 반발이 이어지자 김태동 문명고 교장도 발언에 나서 “절차상 문제가 없어 철회는 어렵다”며 “대신 오늘(17일) 교육부에 학생들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발송하겠다. 23일 교육부가 철회하라고 하면 결정을 따르겠다. 다만 보조교재로 사용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뉴스민>은 김태동 교장에게 십여차례 전화를 지속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후 재학생들은 집회를 마치고 자율학습을 위해 교실로 들어갔고, 학부모들이 교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어 오전 11시께 문명고 입학예정 학생과 학부모 20여 명이 교장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했다.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는 문명고 입학예정인 청소년들.

문명고 1학년 입학예정인 송지석(16) 씨는 “역사교과서를 나라에서 선택하고, 정부 입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자체가 문제다. 이럴려고 문명고등학교에 입학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입학예정인 자녀를 둔 학부모 문승자(47) 씨는 “1년 만에 졸속으로 만든 교과서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열어보니 왜곡과 오류도 많고, 검정을 국정으로 돌린다는 자체가 역사적 후퇴인데, 왜 쓰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반대가 많으면 교육부가 알아서 학교에 배포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부끄럽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산지역 사회단체도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학교 앞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또, 경산시민들은 문명고에 진입하는 삼성현로 옆 산에 ‘문명고등학교 국정교과서 반대!’ 문구가 담긴 대형현수막을 걸었지만, 곧 철거당했다.

학생·학부모는 교장과 재단 이사장을 만나 오늘(17일) 연구학교 신청 철회 확답을 받을 때까지 학교에서 항의 방문을 진행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경북교육연구원으로부터 받은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서류를 보면 문명고는 신청서에 교장 직인도 찍혀 있지 않았다. 연구학교 교사동의률도 73%로, 80%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교육부 지침도 충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북교육청이 교사동의률은 관계없다는 공문을 보내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공모에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