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문명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학생·학부모 반대 집회 이어가기로

학교 측 자율학습 취소 했지만 학생 150여 명 모여 집회
문명중, 경산고 학생들도 "문명고 국정화 철회해야"

11:44

20일, 교육부가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부터 학교 운동장에서 국정교과서 반대 집회를 연 학생, 학부모들은 철회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20일 오전 9시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 학부모 등이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가 예고되자, 지난 19일 학교 측은 갑자기 20~21일 자율학습을 취소했다. 문명중학교는 이날 예정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취소했다. 김태동 문명고 교장은 이날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오전 9시께부터 학생들은 교복을 입은 채 “역사 왜곡 국정교과서 철회”, “우리들은 국정교과서 반대한다”, “바른 역사를 배울 권리”, “우리는 교장선생님의 연구대상이 아닙니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운동장에 모였다.

올해 고3이 되는 정연성(18) 씨는 “친일파 미화, 박정희 우상화 논란이 있을뿐더러 충분한 준비 기간도 거치지 않은 쓰레기 교과서를 택하는 있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며 “하지만 학교는 전국 고등학교 중 유일하게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학교의 대표라는 분은 그게 부끄럽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 씨는 “더욱 화가 나는 것은 교장선생님께서 우리 학생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장선생님이) 학생들을 좌파, 빨갱이들 선동에 휘말려 본질도 모른채 자습하기 싫어서 집회를 한다고 여긴다”며 “교과서 문제를 논하는데 왜 박사모가 등장하고, 정치적 언행을 누구도 하지 않았는데 학생들이 선동되었다고 하는 이 학교가 오히려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학교 재단이며 문명고와 이웃한 문명중학교 학생들도 집회에 참석했다. 올해 문명중 3학년이 되는 오승윤(15) 씨는 “내년에 저희가 올 수도 있는 학교라서 뜻을 모이고 싶어서 참석했다”며 “국정교과서 내용 자체가 친일 쌀수탈을 수출이라고 표현하는 등 잘못된 문제가 많다고 이미 나왔다. 전국에서 우리 학교만 하기 때문에 나중에 우리가 대학 입시를 준비할 때도 불이익이 있을 것 같아서 나왔다”고 말했다.

인근 학교 경산고등학교 학생들도 문명고 운동장을 찾았다. 경산고 2학년 이민석(17) 씨는 “여기에 있는 문명고 친구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왔다. 너무 존경스럽고 멋지다”며 “국정교과서 결정 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고 들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 여러분의 뜻 끝까지 이루었으면 좋겠고, 경산고에서도 여러분을 응원하겠다”고 지지의 마음을 보냈다.

문명고 교사 최재영 씨는 “선생님들이 막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못해서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다. 학생들과 학부모님들 볼 면목이 없다”며 “그런데도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저희를 원망하지 않아서 더 미안하고 송구스럽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 씨는 “학교는 해결의 의지가 없는 것 같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으로 학교가 너무 혼란스럽다”며 “전국 1곳뿐이라는 건 전국 다른 모든 교사들이 반대했다는 거다. 연구가치가 없다는 말이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나서서 해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앞서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다가 부장교사 보직에서 해임됐다.

이들은 자유 발언과 교내 행진을 하면서 2시간여 동안 집회 후 오전 11시 11분께 해산했다. 이들은 학교 측이 국정교과서를 철회할 때 까지 집회 등 반대 의사를 표출할 계획이다.

학교 교사들에 따르면 문명고는 이날 오전 열린 교무회의에서 교사들에게 해교 행위를 하면 징계를 내릴 수 있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명고는 지난 17일 경북교육연구원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공모 심의를 통과했다. 지난 1월 20일 문명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국정교과서를 부교재를 쓰자는 의견이 올라왔지만 한차례 무산됐다. 2월 6일 오전 열린 교무회의에서 김태동 문명고 교장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을 통보했다.

연구학교 신청을 반대하는 교사 12명은 반대 서명을 제출했지만, 김 교장은 교사들을 한 명 씩 불러 찬성 서명을 회유하며서 연구학교 신청을 강행했다. 역사 담당 교사도 연구학교 신청을 찬성하고, 직접 연구 계획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문명고는 이미 다른 검인정 역사 교재를 신청해 놓은 상태다.

안휴정 문명고 교감은 교육부 결정에 대한 입장을 묻자 “최종 결정은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것”이라며 “제가 여기서 답변할 수 있는 것 없다”고 말했다. 안 교감은 “정상적인 절차가 맞다면 우리는 불법적으로 하고자 하는 생각은 조금도 없다”면서도 그동안 제기된 절차적 문제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 곤란하다”고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