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의원, “청년들은 미성숙한 존재”

오철환 의원 '청년비하' 발언에 대구청년유니온 1인 시위나서

13:00

“청년들은 미성숙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청년에서 청은 푸를 청, 익지 않았다는 뜻이다.?익으면 빨갛게 되는데 청년들은 그런 존재가 아니라는 거다”

24일 오전 10시, 대구시의회 제235호 제3차 본회의를?앞두고 오철환 대구시의원(기획행정위)이 대구청년유니온에 한 말이다. 대구청년유니온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대구시의회 앞에서 오철환 의원의 ‘청년비하’ 발언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하던 중이었다.

오철환 의원의 ‘청년 비하’ 발언은 지난해 11월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10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가 대구시청 시민행복국 행정사무감사 당시 오철환 의원이 했던 발언은 이렇다. 당시 시민행복국은 청년과의 소통을 위해 청년위원회 발족을 준비하고 있었다.

“청년이라는 것은 아주 미숙한 상태고 시야가 좁고 판단력이 미숙하다고 보기 때문에”

“청년들이 아직까지 그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사고, 행동밖에 하지 못한다는 것도 우리는 다 알고 있거든요”

“청년이라는 것은 예민하고 하기 때문에 잘못 건드렸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까 일단 지켜보고 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해 주는 게 최고 좋다고 생각하고요”

오철환 의원의 이러한 발언 사실을 알게 된 대구청년유니온은 7월 둘째 주 경, 오 의원을 포함한 대구시의원 30명에게 대구시 청년 정책에 대한 질의서를 보냈다. 2주가 지나도록 답변이 오는 의원이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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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 위원장은 “청년위원회가 발족하기도 전에 대구시의원이 이런 발언을 했는데, 현재 청년위원회가 운영되는 것을 보면 이게 과연 오철환 의원 1명의 생각일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며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청년위원회 일자리창출분과에서 속해있다.

이 발언에 대해 오철환 의원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발언을 했다면 내가 평소 하던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시 청년위원회는 ▲지역 청년들과의 소통창구 및 컨트롤타워 기능 수행?▲청년 인적네트워크 구축으로 청년 의견수렴 등 역할을 위해 지난 5월 발족했다. 청년위원회는 기획소통분과, 일자리창출분과, 문화복지분과로 나누어 활동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대구시에는 청년을 위한 어떠한 조례도 없다. 그래서 시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지만, 누구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며 “지역의 청년 유출을 막고 청년 소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 했지만, 청년위원회에서 논의해도 정책으로 입안될 수 있는 통로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청년위원회에서는 청년 조례 제정, 청년센터 건립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청년위원회의 역할은 ‘논의’에 한정돼 정책 입안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하는 우려다.

최 위원장은 “대구시에는 시민위원회가 정말 많다. 이전에 버스개혁시민위원회처럼 청년위원회도 권영진 시장의 이미지만 좋게 해주고 쇼로 끝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이제는 든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 5월, 대구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개혁 시민위원회’와 구체적인 내용 합의 없이 혁신안을 발표해 시민위원들이 반발하기도 했다.

반면, 백경열 대구시 시민소통과 청년소통 담당은 “청년위원회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는 커뮤니티 개념이다. 위원회에서 좋은 정책 제안이 나오면 해당 부서에 제안할 수 있다”며 “청년 정책 내용을 담은 조례를 10월 중으로 의회에 상정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인 시위를 목격한 이동희?대구시의회 의장은 “청년들이 미성숙한 존재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마 오 의원이 말실수를 한 것이 아닐까”라며 “대구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청년 문제다. (청년유니온이?보낸) 질의서는 챙겨보고 꼭 답변을 주겠다”고 말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 이동휘 대구시의회 의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이 이동희 대구시의회 의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