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발표일 병가 낸 문명고 교장, 학교서 ‘격려’ 방문한 보수단체 만났다

보수단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발표일 문명고 이사장실 찾아 ‘격려’
병가 내고 출근 안 했던 김태동 교장도 등장
보수단체 회원들, "힘 내시고 용기 잃지 마시길 기원"

20:48

경산 문명고등학교가 전국 유일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선정된 날, 보수단체가 홍택정 문명교육재단 이사장실을 방문해 격려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생·학부모들 반발에 병가를 내고 자취를 감췄던 김태동 교장도 학교 안에서 ‘격려’ 방문한 보수단체 회원들을 만났다.

지난 21일 홍택정 이사장의 출신고교인 마산고 24기 커뮤니티 ‘마고24 사이버 사랑방’에는 “경산의 문명고를 방문한 포럼24 회원들”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2월 20일 경북 경산에 있는 문명고를 방문하여 홍 이사장실에서 회의하는 우리 포럼24 서울팀의 모습을 담아 봤는데 제법 진지하게 보이나요?”라며 “최근 전국 유일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된(5,565개 중고등학교 중) 날이기도 해 뜻깊은 날이 되었다”고 밝혔다.

▲’포럼24′ 회원들이 문명고에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는 글 [사진=마산고 24회 동기회 카페 갈무리]

‘포럼24’는 ‘태극포럼’에 참여하는 마산고 24기 회원을 지칭한다. 태극포럼은 서울, 마산 등지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일명 ‘태극기 집회’를 여는 보수단체다.

지난 20일은 교육부가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를 국정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한 날이다. 이날 학생, 학부모 등 150여 명은 오전 9시부터 교내 운동장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게시글에 따르면, 이날 12시 17분 홍택정 이사장은 ‘포럼24’ 회원들을 맞으러 직접 동대구역에 나갔다. 이들은 경산 일대에서 점심을 먹은 뒤, 문명고로 이동해 학교를 둘러보고 홍택정 이사장과 이사장실에서 4시간가량 머물렀다.

이 글에는 당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던 김태동 문명고 교장도 등장한다. 글쓴이는 “와중에 교장 선생님도 함께 사진을 만들게 되었답니다”며 김 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홍 이사장과 김 교장은 보수단체 회원들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는 포즈를 취했다.

▲’포럼24′ 회원들이 문명고에 방문한 당시 함께한 김태동 교장(가운데)[사진=마산고 24회 동기회 카페 갈무리]

그러면서 “김태동 교장의 모범적인 행동을 조선일보 사설에서 유명한 인사가 되어 버렸다. 홍 이사장도 같은 유명인사가 되었네요. 힘 내시고 용기 잃지 마시길 기원합니다”며 국정교과서를 채택을 격려했다.

댓글에서도 한 회원은 “홍 이사장 용기백배 힘이 나셨겠습니다”며 “모르긴 하지만 이런 사태가 왜 일어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되네요. 나라가 온통 진보라는 포장으로 좌편향으로 돌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 됩니다”고 응원했다.

홍택정 이사장 동기들의 지지 방문은 23일에도 이어졌다. 지난 23일 같은 커뮤니티에 게시된 “친구여!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경산문명고등학교에서”라는 글이 등록됐다.

▲이어지는 홍택정 이사장 동문들의 지지 방문 [사진=마산고 24회 동기회 카페 갈무리]

해당 글에 따르면, 홍 이사장의 동기 7명이 직접 문명고등학교를 찾았다. 글쓴이는 방문 이유에 대해 “지금 전국은 역사교과서 문제로 시끌벅적한 시국 속에서 오로지 문명고등학교만 독야청청 홀로 채택하여 대한민국 역사를 바로 세우는 현장을 7명의 동기가 직접적으로 찾아서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문명교육재단 초대 이사장이자 박정희 정권 시절 ‘5.16민족상’을 수상한 홍영기 전 이사장 동상 앞에서 인증샷도 남겼다.

이날 역시 학생, 학부모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학내에서 국정교과서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다. 교사 3명도 나와 연구학교 지정 철회 성명을 발표했던 날이다.

보수단체 회원인 동기들의지지가 잇따르는 것에 대해 홍택정 이사장은 <뉴스민>과 통화에서 “그냥 친구일 뿐이다. 본질을 벗어난 이야기는 하지 마라”면서도 “당연히 친구가 하는 일인데, 같은 세대인데 별다른 그게 있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으로 인한 혼란에 대해 홍 이사장은 “우리는 합법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저는 왈가왈부할 입장도 아니다. 내가 자꾸 학사에 개입했다고 왜곡하니까 말하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23일, 학내에서 집회하는 문명고 학생들

문명고는 지난 23일 최종적으로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밝혔다. 당시 김태동 교장은 “학생들은 설득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학생들과 만남은 없었다.

문명고는 오는 3월 2일 오전 신입생 입학식을 연다. 국정교과서 연구수업 대상은 신입생 학부모들은 지난 27일 학부모 총회를 열어 연구학교 지정 철회 요구 입장을 모았다. 이들은 입학식 당일 국정교과서에 항의하는 다양한 행동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