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명, 학생 떠나는 문명고…교장, 국정교과서 반대 피켓 보더니 입학식장 떠나

신입생, 학부모등 150여 명 피켓 시위
신입생 2명 더 전학...교복 반납
김태동 교장, "옳은 정책 따라 와야"

13:55

학생들이 또 떠났다. 2일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 입학식이 파행됐다.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신입생과 학부모 반발에 김태동 교장이 입학식 9분 만에 퇴장했다. 지난달 2명이 학교를 떠난 문명고는 이날도 신입생 2명이 전학을 결정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에 반발해 학교를 떠난 학생은 모두 4명이다. 이날 학부모들은 법원에 연구학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문명고 강당에서 신입생 입학식이 열렸다. 신입생들은 ‘국정교과서 철회’라고 적힌 근조 리본을 학교 배지 아래 달고, 학부모와 입학식장 안팎에서 피켓을 들었다. 국민의례와 묵념을 마치자 김태동 교장은 10시 39분 입학식장을 빠져나왔다.

문명고 입학식 9분 만에 파행
신입생에게 연구학교 안내도 안 해
“우리도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

김 교장이 퇴장하자 피켓을 든 신입생과 학부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국정교과서 수업 대상인 신입생들은 입학 통지를 받은 후 현재까지 연구학교와 관련해 학교로부터 어떠한 안내도 받지 못했다.

신입생 김태동(16) 씨는 “아무리 우리가 반대해도 입학식은 제대로 진행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굳이 교장 선생님께서 나갈 필요는 없으셨다”며 “우리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데, 교장 선생님이 그 권리를 침해했다”고 꼬집었다.

김기현(16) 씨는 “뒤에서 피켓을 들고 있어도 그대로 진행하면 되는데 그걸 막았으니까···그냥 조용히 서서 피켓 들고 우리 의사를 표현하려는 건데 그것조차 못하게 하는 건 저희의 말할 권리를 침해하는 거다”고 말했다.

최정원(16) 씨도 “역사는 객관적인 사실을 두고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거다. 국정교과서는 한 가지 관점밖에 보지 못 한다. 여러 주관적 해석을 보지 못 한다”며 “그래서 국정교과서를 쓰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신입생들은 오전 11시부터 정상 수업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역사 부도 교재만 받고, 한국사 교재는 검정, 국정 모두 배부받지 못했다.

신입생 2명 더 전학…교복 반납
학부모, “진심으로 해결되기를 바랐다”
김태동 교장, “옳은 정책 따라와야”

이날 신입생 2명이 또 전학을 갔다. 앞서 신입생 1명이 전학, 1명이 입학을 포기하면서 현재까지 국정교과서 사태로 문명고를 떠난 학생은 모두 4명이다. 학부모들은 김태동 교장에게 교복을 반납하며 “이 문제가 진심으로 해결되기를 바랐습니다”고 전했다.

학부모 A 씨는 “아이와 제가 항상 집회에 나왔다. 지난 (문명중학교) 3년 동안 학교는 정말 민주적이었다. 입학도 하기 전 2주간 학교가 보여준 모습은 정말 고통이었다”며 “아이가 그걸 가장 힘들어했다. 꼭 철회하고 모든 앙금을 내려놓고 학교를 다니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전학을 결정하면서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학부모대책위는 오전 11시께 김태동 교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교장실로 들어간 김 교장은 가림막을 내린 채 한 언론사와 인터뷰 중이라는 이유로 10여 분 동안 나오지 않았다.

김 교장은 “다른 의견이 있어도 우리가 이렇게 옳은 정책을 하고 있는데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강행 의지를 밝혔다.

그러면서 “(반대하는) 그 사람들도 여기 뜻을 따라줬으면 좋겠는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학생들을 자꾸 어머님들이 부추기는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도 덧붙였다.

국정교과서 연구 수업은 누가?
중고 교사 교체설, 시간강사 채용설까지,

문명고 역사 교사가 국정교과서 연구 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이에 중·고 역사 교사 교체설, 시간강사 채용설까지 나돌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수업은 진행할 거다. (역사 교사는) 아직 원래대로 있다”고 말했고, 시간 강사 채용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도···그런 건 아직 잘 모르겠다. 모자라면 더 보충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문명고 교사 B 씨는 “시간강사를 채용한다는 말이 있는데 누가 국정교과서로 수업하러 오려고 할까”라며 “채용 공고를 냈는지도 확인이 안 된다. 오늘 (시간강사가) 없는 걸 보니 아직 채용은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학부모대책위는 이날 오후 2시 경북교육청을 상대로 문명고 한국사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대구지방법원에 낸다.

또, 이날 오후 7시 문명고 인근 경산네거리에서 연구학교 철회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 계획이다. 대책위는 학기가 시작된 만큼 학내 집회를 줄인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