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박근혜 탄핵 전 마지막 대구시국대회···“기각 0.1%도 가능성 없다”

대구 시민 5천여 명 모여, 17차 대구 시국대회
처음 참석한 쌍둥이 자매, “민주주의 입에 담은 최순실, 화나”
열일곱번 시국대회 모두 참석한 차 씨, “토요일이 설렜다”

21:45

“제가 사실 오늘도 몸이 피곤해서 갈까 하다가 왔거든요. 이게 탄핵 전에 마지막 집회라고 하면 행운이죠”
“뿌듯할 것 같아요”
“어어, 나중에 부끄럽지 않을 것 같아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판결이 다음 주중 예상된다는 말에 21살 쌍둥이 자매 다운 씨와 아름 씨가 주거니 받거니 말을 이었다. 4일 저녁 6시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 전용지구에서 내려와라 박근혜 17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사진=정용태 기자]

다운 씨와 아름 씨는 시국대회 시작 후 50분쯤 지나 문화예술전용극장 앞에 도착했다. 이미 수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앞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중앙파출소 앞에 설치된 무대가 보이지 않을 만큼 멀리 떨어진 장소였지만, 자매는 촛불을 챙겨 자리를 잡았다.

이날 처음 시국대회에 참석했다는 다운 씨는 “나오고 싶었는데 못 나오다가 오늘 우연히 시내에 나왔다가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고, 아름 씨는 “예전에 김제동 씨 왔을 때 왔었어요”라고 말을 받았다.

자매는 가장 화가 났던 기억으로 최순실이 지난 1월 특검 사무실에 출석하면서 “자유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고 소리친 순간을 꼽았다.  다운 씨가 “자기(최순실)가 입에 담을 소리가 아니죠”라고 말하자, 아름 씨는 “자기 잘못인지 아예 모르는 거 같아서 화났어요”라고 덧붙였다.

처음 참석한 쌍둥이 자매, “민주주의 입에 담은 최순실, 화나”
열일곱번 시국대회 모두 참석한 차 씨, “토요일이 설렜다”

▲차칠문 씨(가운데)는 17차까지 이어진 대구시국대회에 모두 참여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자매처럼 지난해 10월 이후 계속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대구시민 5천여 명은 이날도 분노한 마음으로 시국대회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첫 시국대회부터 이날까지 열일곱 차례 시국대회에 모두 참석한 차칠문(68) 씨도 그렇다.

차 씨는 시국대회 2시간 전에 대회장에 도착했다. ‘내가 이럴려고 대통령 했나, 박근혜를 구속하라!’라고 쓴 현수막을 직접 준비해 대회장 한 곳에 매달았다. 차 씨는 “토요일만 되면 설렌다. 우리 촛불 국민이 저 무자비한 사람들을 내리고 다른 법을 세울 수 있을까 생각하면 설렌다”고 말했다.

차 씨는 “내가 이 나이에 뭘 하겠냐. 나이가 든 사람, 시민 한 사람으로서 나라도 이렇게 협조하면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5일 남았잖아요? 인용해요. 기각은 0.1%도 없어요”라고 탄핵 인용을 확신했다.

2차 시국대회부터 줄곧 시국대회 영상 중계를 담당한 이인수(55) 감독도 탄핵 인용을 확신하면서 “4개월 동안 일주일마다 봤던 사람들 못 볼 생각하니까 시원섭섭하다”고 넉 달간 함께한 소감을 전했다.

▲이인수 감독은 지난 2차 시국대회부터 17차까지 줄곧 시국대회를 영상중계하는 일을 담당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이 감독은 매주 카메라 감독 6명과 함께 시국대회 4시간 전부터 중계 장비를 준비했다. 영상 중계만 20년째인 이 감독은 “이전에 했던 일이랑 시국대회 일은 임하는 감정이 달랐다”며 “돈 벌기 위해서 정해진 것만 해온 일이랑 달리 시국대회는 내 일이라는 감정이 많이 든다. 좀 더 적극적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늦어도 이정미 대행이 13일 자기 퇴임 전에, 오전에라도 끝장내줄 것 같다”며 “1주일 남았는데, 꼭 (탄핵) 됐으면 좋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대구지역 89개 단체가 모여 구성된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대구시민행동)도 탄핵을 확신하고 다음 주 11일 시국대회는 축제로 준비할 계획이다. 박근혜 퇴진 이후에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앞장서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정용태 기자]

권택흥 대구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시민 여러분, 지난 4개월간 너무 아름답고 위대한 촛불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인사하면서도 “박근혜가 탄핵 되면 우리 촛불이 끝나는 것이냐?”고 덧붙여 남은 과제가 있음을 강조했다.

권택흥 공동대표는 “박근혜 공범들이 구속되어야 진정한 봄이 왔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국정을 농단하고 있는 황교안과 무능하고 부패한 관료가 퇴진해야 봄이 온다 할 수 있다. 국정교과서가 폐기 되고 언론 자유가 보장되고, 세월호와 백남기 농민 살인 책임이 이뤄지고, 노동개악이 중단되고, 최저 임금 1만 원이 되어야 그나마 봄이 왔다고 할 수 있다”고 남은 과제를 열거했다.

권 대표는 “대구를 새로운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심장으로, 변화의 용광로로 만들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 18차 시국대회는 연인원 25만 명의 역사를 쓰는데 함께 해달라”며 “대구에서 끝장내자. 박근혜를 퇴진시키고, 대한민국 적폐를 청산하는 시대적 요구를 대구에서 끝장내고 싶다. 퇴진행동은 언제나 시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중가수 김장훈 씨가 이날 17차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해 힘을 북돋웠다. [사진=정용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