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탄핵 이끈 대구경북, 5가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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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시국대회, 송현여고 학생 자유발언, “민주주의여, 만세!”

저는 두렵습니다. 민주를 위한 저희의 노력이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이 언제나 그랬듯이 다른 사건들처럼 점차 희미해지고 변질되어 잊힐까봐, 그래서 또다시 이런 제정일치 사회 속에 몸담아야 할까봐 두렵습니다. 청소년들의 꿈 꾸는 내일을 위하여 부디 본질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56년 전 1960년 2월 28일, 대구 학생들이 불의와 부정을 규탄하여 민주주의를 지켰듯이, 또다시 우리 대구 시민들이 정의의 기적을 일구어야 할 때입니다. 존경하는 대구 시민 여러분, 이제 마지막이 아닌 이제 시작입니다. 이 길의 끝은 어딘지, 거긴 무엇이 있을지 또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모두 꼭 그 끝을 봅시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

지난해 11월 5일 대구 첫 시국대회에서 한 고등학생이 무대에 올라 발언을 시작했다. 또랑또랑하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저지른 잘못이 무엇인지 꼬집곤,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민주주의여, 만세!”라고 말을 맺었다. 시국대회장은 환호성으로 가득찼고, 이후 이어진 시국대회에서 “한 여고생이 하는 이야기”, “고등학교 언니가 한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소개됐다.

‘대구 여고생 자유발언’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공개된 발언 동영상은 10일 현재까지 60만명이 넘는 사람이 봤다. 당시 시국대회 현장에서 <뉴스민> 기자 눈에 든 그의 모습은 발언 순서를 기다리며 빽빽하게 적어온 발언문을 외우는 모습이었다. 몇 번을 지우고 고친 흔적이 가득한 발언문은 그대로 학생의 간절한 마음으로 표현됐다.

2. 242일째 이어진 사드 철회 성주 촛불

지난해 7월 13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사드 배치 철회 촛불집회를 연 성주 군민들도 빠질 수 없다. 정부의 일방적인 사드 배치에 대한 분노로 시작된 촛불은 시민을 내팽개친 박근혜 정부의 속살을 파고들었다. 세월호, 밀양송전탑, 故 백남기 농민, 핵발전소 문제까지. 대구에서도 작은 시골로 치부하던 성주는 ‘새누리당 해체’와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그리고 대구시국대회 집회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박근혜 정부의 민낯을 까발렸다. 탄핵 인용 후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는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부역해서 불법적인 사드배치에 앞장서온 김관진, 황교안, 한민구, 윤병세 또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며 탄핵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저녁에도 성주군청 평화나비광장에서 242일째 촛불집회를 연다.

3. 대구 시민, 새누리당을 내시환관당으로 만들어버려

지난해 12월 3일, 5차 시국대회에는 대구 시민 5만 명이 참석했다. 국회 탄핵 소추안 의결을 앞두고 열린 주말 집회였다. 이날 새누리당은 ‘정계은퇴당’, ‘내시환관당’, ‘주범이당’이 됐다. 분노한 대구 시민들은 중구 2.28공원에서 이곳까지 행진한 후 새누리당 간판을 바꿔버렸다. 행진은 공평네거리에서 국채보상로를 따라 MBC네거리까지 나아간 후 새누리당사로 향하는 3km 구간과 공평네거리에서 봉산육거리 쪽으로 우회해서 달구벌대로를 따라 범어네거리까지 직진하는 4km 구간 2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범어네거리와 MBC네거리에서 포위하든 새누리당사로 모여든 시민들은 특별히 준비한 대형 스티커를 새누리당사 현판에 붙였다. 스티커에는 ‘다시는 정치하지 마쏘~ 정계은퇴당’, ‘나라를 홀랑 말아묵은 내시환관당’, ‘이 다잉 공범인가? 아니다, 주범이당’이라고 새겨졌다. 앞서 11월 29일 박근혜 대통령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새누리당 비박계조차 대통령 탄핵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고, 1일에는 새누리당 친박-비박이 모두 참여한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말 대통령 사퇴 및 6월 조기 대선을 당론으로 결정하며 민심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에 대한 분노가 새누리당사를 향한 행진과 간판 교체로 이어진 것.

4. 박근혜 탄핵 종지부···경산 문명고 단독 국정교과서 신청

▲27일 저녁 9시 30분께 문명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촛불집회를 열고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철회’를 요구했다. [사진=문명고대책위]

대학이 아닌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집회를 열었던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을까. 최소 80년대 민주화운동 시기로 올라가야겠지? 2017년 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고등학생들이 학내에서 집회를 하는 명장면을 선사했다. 교육부는 2017년 국정교과서 전체 적용이 힘을 잃자 연구학교라는 ‘꼼수’로 국정교과서 보급에 나섰다. 경북 경산 문명고등학교는 그 꼼수에 ‘전국 유일’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문명고 학생, 학부모들이 학내에서 집회를 열고, 경산시내에서 매일 촛불을 들고 있다. “학교 다닐 때도 이런 거 안 해봤다”는 학부모도 촛불을 들고, “제대로 된 교육받을 권리”를 말하며 신입생들은 근조 리본을 달고 입학했다. 박근혜는 ‘전 대통령’이 됐지만, 박근혜의 정책은 그대로 남아 문명고의 촛불은 오늘도 꺼지지 않는다.

5. 조원진, 김문수, 김관용, 남유진···TK 친박의 준동 ‘자살골’ 돼

▲2017년 2월 26일 대구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대구경북지역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

조원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대구 달서구병)은 탄핵 정국에서도 충심을 버리지 않은 강성 친박이다. 그는 지난 1월 26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고, 이후에도 대구에서 열린 집회에 꾸준히 참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애초 조원진, 김문수 등 일부가 참여하는데 그쳤던 탄핵 반대 집회에는 지난달 26일 조원진, 윤재옥, 추경호, 정종섭(이상 대구), 이철우, 김광림, 이완영, 백승주, 김정재, 김석기, 장석춘, 최교일, 이만희(이상 경북) 의원 등 TK 13명이 참석하면서 종지부를 찍었다. 이 자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참석했다. 태극기 집회에서 이들은 직접 과격한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계엄령을 선포하라’거나, ‘국회의원을 죽이라’는 발언이 이뤄지는데도 제지는 커녕 웃으며 지켜보는 데 그쳤다.

그리고 바로 당신,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