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마지막 촛불 “쫓아냈다 박근혜, 적폐청산 이제 시작”

4개월 촛불 집회 '승리'로 마무리
시민들, "시원 섭섭", "이제 시작"
"한 번 승리한 시민들은 두려울 것 없다"

21:07

대구시민들이 박근혜 탄핵 마지막 촛불을 들면서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청소년 참정권 보장, 국정교과서 폐기 등을 요구하며 박근혜 정권 적폐 청산에 나서자고 다짐했다.

▲18차 대구시국대회

11일 오후 6시 박근혜퇴진대구시민행동이 주최하는 18번째 시국대회가 대구시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열렸다. ‘내려와라 박근혜’라는 주제는 이날 ‘쫓아냈다 박근혜’로 바뀌었고, 시민 3천여 명(주최측 추산)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무대 가장 앞자리에 앉은 지동춘(54, 동구) 씨는 “오늘 마지막이라서 축하하려고 나왔다. 어제 탄핵 인용 발표하는 데 회사에 있어서 만세도 못 불렀다. 정말 만세를 부르고 싶었다”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박성옥(42, 달서구) 씨는 남편, 아이 2명과 함께 마지막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박 씨는 “이제 시작이다”며 “아이들이 그동안 TV 보면서도 항상 나가고 싶다고 했는데, 추워서 못 데리고 나오다가 오늘 날이 좋아서 데리고 나왔다. 날이 풀려서 정말 다행이다. 앞으로 더 좋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주 시국대회에 빠짐없이 참석한 홍성탁(19, 북구) 씨는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좋았다. 매주 이 자리에서 좋은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누구나 자유롭게 발언을 하며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며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 이분들을 못 만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 9차 시국대회에 나와 ‘님과 함께’를 개사해 “사랑하는 순실네와 한 백 년 살고 싶어”라며 국정농단 사태를 풍자해 큰 호응을 얻었던 이순희(71, 수성구) 씨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 씨는 “제가 이번에 느낀 게 있다면 우리나라 어디라도 슬프고 억울한 곳이 있다면 달려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며 “참으면 안 되고, 방치해도 안 된다. 우리나라를 우리가 안 지키면 누가 지키나”고 말했다.

지난 5차 시국대회에서 참석했던 방세희(15, 달성군) 씨도 “우리의 불신은 계속되어야 한다”며 정치에 지속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방 씨는 “아직 박근혜 정부의 잔해와 흔적이 남아 있다. 한 번 승리한 시민들은 두려울 것이 없다. 계속 승리해 나갈 것”이라며 “내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이 이제 더 이상 개돼지가 아닌 진정한 주권자가 되어, 아니 우리의 권리를 박근혜에게서 되찾아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박근혜 망언록 전시

이날 본대회에 앞서 오후 2시부터 대구백화점 앞부터 CGV한일극장 앞까지 한일로에는 지난 4개월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 망언록과 시국대회 명장면 사진전이 열렸다. 시민들은 탄핵 인용 소감을 남기고 인증샷을 남겼다.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 ▲청소년 참정권 보장 ▲경북대 ‘2순위 총장’ 임명 진상 규명 등을 요구하는 다양한 서명 운동도 함께 했다.

전영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부위원장은 “박근혜 없는 봄이 완전한 봄은 아닌 것 같다. 박근혜가 싸놓은 똥이 너무 많다. 위안부, 국정교과서, 사드까지 커다란 숙제다. 그 숙제를 같이 해결해주십사 부탁드리려고 왔다”며 사드 문제에 관심을 호소했다.

▲전영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부위원장.

전 부위원장은 “사드는 성주든, 김천이든, 대구든 전쟁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에 어디에도 배치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매일 촛불을 들고 있다”며 “지금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에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헬리콥터, 경찰, 군대가 왔다 갔다 한다. 여러분이 꼭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시국대회는 9개 공연팀이 공연을 선보이며 3시간가량 이어진 시국대회에 흥을 북돋웠다. 그동안 시국대회를 이끌어 온 박근혜퇴진 대구시민행동, 만민공동회 사회자, 행진 사회자, 영상 기사, 음향 기사 등도 무대에 올라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