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건설노조 분회장 등 특수손괴 혐의 체포

노조, “일방적 계약해지로 37일째 투쟁···경찰이 상황 더 악화”

13:03

대구 동부경찰서는 전국건설노동조합 건설기계지부 황재분회 분회장 박수찬 씨와 조합원 이 모 씨를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황재분회는 대구 북구 소재 건설업체 (주)홈센타 계열사인 (주)황재물류에서 일하던 덤프트럭 노동자들로 지난 2월 업체가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하면서 고용승계 투쟁을 이어오던 중이다. (관련기사=“노조 만들었다고 하루 아침에…”···(주)홈센타, 덤프트럭 노동자 해고(‘17.2.23))

경찰에 따르면 박 분회장을 포함한 조합원 4명이 노조를 탈퇴한 비조합원 차량 4대를 파손해 약 3,600만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경찰은 앞서 노조 조합원 두 명을 동일한 혐의로 체포했고, 지난 7일 구속했다. 경찰은 노조 분회장 등도 범행에 함께 한 증거를 확보해 14일 분회장도 체포했고, 오늘(15일) 중으로 구속 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노조는 15일 오전 동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당해 오늘로 37일째 차가운 거리에서 풍찬노숙하는 노동자를 갑자기 체포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체포된 분회장과 조합원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권택흥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오늘(15일) 집단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교섭을 앞둔 상황인데, 갑작스런 체포는 납득이 안 된다”며 “공권력이 원만한 협상을 도와주진 못할망정 노동자를 체포하는 거야말로 경찰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7일 노조는 박병준 (주)홈센타 대표와 면담을 통해 15일까지 고용승계와 관련한 사측 입장을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노조는 지난 2015년 박병준 대표가 참석한 자리에서 고용승계를 포함한 노사합의를 체결했는데, 업체가 일방적으로 고용을 해지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관련기사=(주)홈센타, 고용승계 합의서 직접 서명하고도, ‘모르쇠’ 일관(‘17.3.9))

당시 합의서를 보면 박 대표가 직접 서명을 하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업체 측은 노조의 주장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박병준 사장이 우리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고 막아보겠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분회장을 창살 아래 가두었다고 우리의 정당한 투쟁이 멈춰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